잔인하도록 아름다운 7色 바다, 가슴시린 일탈 '사이판'

머니투데이 사이판=이용빈 기자 | 2011.05.06 12:47

매력만점 '천국의 바다' 빈틈없이 100배 즐기기

편집자주 | 사는 게 심란하고 팍팍하다고 느껴질 때 막연히 동경하게 되는 곳이 있다. 특별히 잘 아는 곳도 아니고 그리 가까운 곳도 아닌데 말이다. 그래도 그 곳에 가면 무언가 위안이 될 것 같은 생각에 상쾌한 일탈을 꿈꾼다. 속 시원한 해답을 얻어오지 못해도 좋다. 그 존재만으로 위안이 되는 기분 좋은 곳 사이판. 꼬박 3일 동안 사이판을 돌아보기 전에는 몰랐다. 사이판이 가슴 시리도록 매력 넘치는 곳이라는 사실을….


- 바다 깊이따라 다른 '일곱빛깔 파랑'
- 지구에서 가장 깊은 1만900m 해구도
- 80m 높이 깎아지른 비경 '만세절벽'
- 마나가히섬에선 스노쿨링 스릴 만끽


사이판 최북단에 있는 80m 높이의 '만세절벽(Banzai Cliff)'. 태평양의 파도는 전쟁의 상흔을 씻어 내려는 듯 잔인하도록 아름다운 만세절벽을 끊임없이 두드린다.

'만세절벽(Banzai Cliff)'.

◇7가지 '파랑'이 내뿜는 색채의 잔치판
서태평양 한복판에 위치한 북 마리아나제도 동쪽에는 지구에서 가장 깊은 1만900m의 해구가 길이 2550km, 너비 69km로 기다랗게 뻗어있다. 마리아나 해구의 깊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해발 8848m 높이의 에베레스트 산을 거꾸로 넣어도 무려 2000m가 넘게 남는 어마어마한 깊이다. 영화 '트랜스포머' 1편 마지막 장면에서 '메가트론'이 묻혔다가 속편에서 다시 되살아났던 곳이다.

크고 작은 40여개의 섬이 있는 이곳, 북 마리아나제도에서 가장 큰 섬이 사이판이다. 사이판의 큰 매력 중 하나는 바다 색깔. 산호가 만들어 놓은 천연 방파제가 태평양 근해를 연둣빛에 가까운 옥색으로 물들이고 수심과 바닥에 따라 농도와 채도가 달라지는 바다 색깔은 모니터 배경화면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에메랄드, 사파이어, 코발트블루에서 진한 감청색까지 일곱 색깔 사이판의 바다는 화가의 팔레트를 연상시키는 색채의 잔치판이다.

사이판은 3박4일도 아쉬울 만큼 다양한 볼거리, 오락거리를 지니고 있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사이판 최북단에 있는 80m 높이의 '만세절벽(Banzai Cliff)'. 깎아지른 절벽이 비경을 한껏 뽐내지만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상흔이 처절하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 최후사령부가 있던 자리에는 당시 사용했던 무기들이 치열했던 격전의 현장을 그대로 보여준다.

일본군과 민간인들이 미군 상륙 압박에 '천황 만세'를 외치며 자살을 감행한 역사적 의미를 지닌 곳. 아픈 과거를 씻어내려는 듯 태평양의 파도는 잔인하도록 아름다운 만세절벽을 끊임없이 두드리며 세척하고 있다. 만세절벽 뒤쪽에는 장교들이 뛰어내렸다던 자살절벽(Suicide Cliff)'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만세절벽 부근에 있는 '새 섬(Bird Island)'. 섬 주변으로 치는 파도가 마치 새가 날갯짓을 하는 것 같은 모양이어서 버드 아일랜드라고 불린다.

전 세계 다이버들의 로망인 사이판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 '그로토(Grotto)'. 동굴 안에 반사되는 물빛이 그림이다.

부근에 있는 '새 섬(Bird Island)'도 인상적인 관광코스다. 석회암으로 형성된 섬의 작은 구멍마다 새들이 살고 있기도 하지만, 섬 주변으로 치는 파도가 마치 새가 날갯짓을 하는 것 같은 모양이어서 버드 아일랜드라고 불린다. 전 세계 다이버들의 로망인 사이판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 '그로토(Grotto)'에서는 동굴 안에 반사되는 물빛이 정말 그림이다.


사이판의 진주로 불리는 마나가하 섬은 '잠시 쉬어가는 곳'이라는 뜻을 지녔지만, '필히' 쉬어가야 할 곳이다.

◇에메랄드 바다위의 '유쾌한 쉼표' 마나가하
사이판의 진주로 불리는 마나가하 섬은 '잠시 쉬어가는 곳'이라는 뜻을 지녔지만, '필히' 쉬어가야 할 곳이다. 풍경만 바라보는 여행이라면 금방 식상해질 터. 이곳에서 푸른 바다를 직접 느껴본 사람은 안다.

마나가하가 사이판의 숨은 보석들을 얼마나 많이 품고 있는지 말이다. 마나가하 섬에는 중간 중간 스노클링 포인트가 있는데, 코스마다 다른 재미가 있다. 인기 있는 곳은 진입로 반대 방향의 산호 군락 포인트. 수 백 마리가 넘는 열대어가 스물 스물 유영하는 물속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 외에도 수면에서 약 40m 떠서 하늘과 바다의 푸른 유혹에 흠뻑 취할 수 있는 패러세일링, 바나나보트와 스쿠버다이빙 등 다양한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수심이 얕아 바다 속이 훤히 다 들여다보이고 파도가 적어 가족단위 휴양지로 제격이다.

◇깨고 싶지 않은 즐거운 꿈…"천국이 여기에"
선셋 디너 크루즈에서 바라본 석양. 벌겋게 달궈진 태양이 반원을 그린 수평선에 내려앉으면 바다는 어느새 붉은빛 그라데이션으로 다시 치장한다.

매주 목요일에는 사이판 중심가인 가라판에 '스트릿 마켓(야시장)'이 들어선다. 기념품과 특산물은 물론 아시아 전역 음식을 파는 난전이 펼쳐진다.

가라판 야시장의 원주민 공연.

사륜 바이크(ATV)를 타고 타포차우산(474m)에 오르니 사이판의 동서남북이 모두 조망권에 들어온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스피드를 즐기다 산 정상에 오르면 예수상이 양팔을 벌려 방문객을 반긴다. 주인이 네 번이나 바뀐 사이판의 역사를 토로하듯, 더 이상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해질 무렵 출항하는 '선셋 디너 크루즈'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백미다. 요트 위에서 해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경험은 단연 최고. 벌겋게 달궈진 태양이 반원을 그린 수평선에 내려앉으면 바다는 어느새 붉은빛 그라데이션으로 다시 치장한다.

원주민인 차모르식 바비큐에 맥주 한 캔 들고 사이판의 '엘비스 프레슬리' 미스터 로저가 부르는 친숙한 팝송과 한국가요에 귀를 기울인다. 절로 어깨춤이 나오면서 내뱉는 탄성. "아~ 천국이 따로 없구나."

각종 기암괴석과 거친 파도가 밀려와 부서지는 '제프리스 비치(Jeffrey′s Beach)'도 빼놓을 수 없다. 사람의 옆얼굴을 닮았다는 바위 절벽이 이곳의 대표적 볼거리.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영락없는 사람의 옆모습이다.

굽은 수평선을 향해 입을 떡 벌리고 있는 악어 바위와 고릴라 바위, 초가집 바위 등도 퍽 재미있다. 매주 목요일 사이판 중심가인 가라판에서 열리는 '스트릿 마켓(야시장)'도 흥미롭다. 사이판 기념품과 특산물은 물론 한국 일본 태국 중국 등 아시아 지역 음식을 파는 난전이 펼쳐지는데 싸고 맛있다.

잔인하도록 아름다운 천국의 바다, 짧은 시간 동안 소중한 보석 같은 추억을 만나게 해준 친절한 만남의 주선자여. 아디오스 에스타 아구파 사이판(Adios! Esta agupa. Saipan, 안녕! 또 만나요. 사이판).

취재협조 : 사이판 월드리조트(02)729-5937, 마리아나관광청 한국사무소(02)777-3252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4. 4 "노후 위해 부동산 여러 채? 저라면 '여기' 투자"…은퇴 전문가의 조언
  5. 5 점점 사라지는 가을?…"동남아 온 듯" 더운 9월, 내년에도 푹푹 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