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재계 12위…강덕수 STX회장의 M&A철학

머니투데이 다롄(중국)=오수현 기자 | 2011.05.01 16:00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 중국 다롄 소재 'STX다롄 조선해양 종합생산기지'에서 열린 출범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인수합병(M&A)를 중단한다는 건 기업을 (성장시키지) 안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습니다. 새로운 업종진출시 비용과 시간측면에서 효율적이라고 판단된다면, 그리고 기회가 닿는다면 계속해 나갈 생각입니다."

강덕수 회장이 STX그룹 창립 10주년을 맞아 지난달 29일 중국 'STX다롄 조선해양 종합생산기지'에서 털어놓은 M&A전략이다.

STX그룹이 설립 10년만에 재계12위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은 M&A의 힘이 컸던게 사실이다. 2001년 5월 쌍용중공업을 인수해 STX를 출범한 후 대동조선(STX조선해양) 산단에너지(STX에너지) 범양상선(STX팬오션), 아커야즈(STX유럽) 등 크고작은 M&A가 있었다.

시장을 한 발 앞서 내다본 M&A였기에 시너지가 컸고, 폭발적인 성장의 기폭제가 된 게 사실이나 한편에선 우려의 소리도 적잖았다. 대우, 금호그룹 등 외형을 키우기 위해 외부기업들을 무리하게 인수한 것이 패착으로 연결된 사례가 많았다는 점에서다.

강 회장은 STX의 M&A전략이 다른 기업들과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몸집을 키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룹내 연계효과를 높이고 수익성 확보가 가능한 '필수업종'에 국한하는 M&A라는 것이다.

실제 STX그룹이 인수했던 조선, 해운, 에너지는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에너지 사업에서 발생하는 큰 물동량을 해운과 조선이 자체 소화하면서 수익성이 확보됐다.

각 부문별 사업을 직접 하다보니 각 단계별로 필요한 기술개발도 진행됐다. 새로운 업종에 진출할 때, 이런 점을 함께 고려한 후 결정하고 자체 기술력 확보도 중요하다는 게 강 회장의 지적이다.

그는 "최근 그린필드(미개척시장)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데, 진출전략은 M&A와 자체 연구개발(R&D)을 전략적으로 병행할 생각"이라며 "설계·자재구매·시공(EPC)사업을 강화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창립 10주년 행사가 열린 중국 다롄조선소는 이런 M&A전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여의도 면적의 1.7배에 달하는 총 550만㎡ 부지의 다롄조선소 직원 수는 모두 2만8000여명. 이중 한국인은 관리직 직원 800여명이 전부다.


한국의 기술력과 중국의 노동력이 손잡은 이곳은 경남 진해, 유럽과 더불어 STX조선해양 3대 생산기지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다롄조선소는 그동안 선가가 낮은 범용선박을 생산하는 역할을 주로 맡아 왔으나 지금은 드릴십과 해양플랜트 등 각종 고부가선박까지 아우르는 전천후 생산기지로 발전했다. STX조선의 뛰어난 기술력이 중국 노동자들의 손끝으로 뿌리내리고 있다는 증거다.

조선소에는 초대형광탄석운반선(VLOC), 부유식원유저장설비(FSU) 등 특수선과 6300대 차량을 운송할 수 있는 자동차운반선(PCTC) 등 대형 선박 10여척의 건조와 인도준비가 한창이다.

작업 효율을 강조한 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지시에 따라 선박용 강재를 실은 선박이 해안에 도착하면, 하역장 양쪽에 있는 선박·해양구조물 제조설비가 이를 자동배치하도록 설계됐다.

강 회장이 최근 주목하는 지역은 중동, 아프리카다. 자원이 풍부할 뿐 아니라 인도, 베트남, 브라질 등 신흥국에 비해 해외 메이저 업체의 진출이 이뤄지지 않아 시장을 선점할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중동,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특히 중국과 EPC 사업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강 회장은 창립 2020년까지 매출액 120조원의 재계 10위권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그는 "사업 부문별로 글로벌 톱 클래스에 진입한다면 이같은 목표 달성은 충분하다"며 "조선과 해운에 편중됐던 사업 포트폴리오 간 균형을 이루는데 주력해 나가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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