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심'은 꼭 올려야한다는데 '스타벅스'는 왜?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 2011.04.28 15:25

슐츠 회장 "원두값 주기적으로 변하는 것"… 동서식품 호실적에도 "원가부담"

"원부자재 값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내부 부담이 커졌어요. 가격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동서식품)

"커피업을 40년간 해보니 원두 값은 주기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고객들을 위해 올릴 계획이 없습니다." (스타벅스 하워드 슐츠 회장)

커피 원두 국제시세가 34년만에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커피업계 대표적인 두 기업의 '입장 차이'가 이목을 끌고 있다. 1조원대 국내 인스턴트 커피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지배적 사업자 동서식품은 지난 25일부터 최고 9.9% 인상을 단행키로 한 반면 글로벌 커피업체 스타벅스는 올 한해 인상하지 않기로 했다.

단품으로만 따지면 원두 커피전문점 제품이 커피믹스에 비해 훨씬 비싸지만 시장 전체 규모는 오히려 인스턴트 커피 시장이 전문점시장(2009년 기준 7000억대로 추정)보다 더 커 인상 파장이 만만치 않다. 인스턴트 커피와 원두커피 전문점 이라는 업종 특성의 차이도 있지만, 소비자를 바라보는 두 기업의 인식은 크게 달랐다.

동서식품의 최근 가격 인상은 소비자들의 입방아에 계속 오르내리고 있다. 원두값 인상을 내세웠지만 실상 이 업체의 실적을 보면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앓는 소리'를 하던 동서식품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은 15.3%로 최근 3년간 가장 좋았다.

당기순이익률(당기순이익/매출액)도 12.5%에 달했다.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인상 명분이 무색해 지는 순간이다. 특히 정부의 집중 물가 관리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의 대표 기호식품 '커피믹스' 값을 올리면서 소비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원가 압박을 받고 있는 건 마찬가지지만, 스타벅스의 인식과 행보는 달랐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은 28일 덕수궁 정관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고객이 가격에 대해 매우 '민감(extremely sensitive)하다는 걸 알고 있는데 어떻게 올리겠냐"고 반문했다. 올해에는 커피값을 올리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다른 방법을 찾아 가격인상 요인을 만회하겠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틈틈이 고객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슐츠 회장은 "커피 사업을 한지 40년이 됐고 그동안 커피값이 주기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비정상적으로 높은 가격이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에 이 시기를 극복하고 가장 중요한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어 "최고급 아라비카 커피를 재배하는 우리 농가들도 어떤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1월 한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한 뒤 1년 4개월 가까이 가격 움직임이 없다.

서울시청 인근에서 근무하는 한 직장인은 "물론 스타벅스가 마케팅 전략차원에서 가격 동결을 한 것인지 속내를 알 순 없지만, 적어도 두 업체가 자신들의 고객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아닌가 생각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슐츠 회장은 스타벅스의 인스턴트 커피인 비아(via)가 조만간 국내에 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크 호스' 비아가 출시될 경우 국내 인스턴트 커피 시장을 지배해 온 동서식품에도 적잖은 영향이 미칠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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