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넥타이부대가 분당 '불패신화' 깼다

머니투데이 분당(경기)=이현수 기자 | 2011.04.27 20:58
아직 퇴근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정장을 입은 이들이 줄줄이 학교 앞으로 모였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치러진 경기 성남 분당을의 27일 오후 6시 풍경이다.

재보선 투표소 가운데 한 곳인 탄천초등학교에는 오후 5시 이후부터 정장을 입은 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투표를 위해 10명 이상이 줄을 서 있는 장면이 계속 연출됐다.

한 참관인은 머니투데이 기자에게 "퇴근 시간 이후부터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있다"며 "직장인들이 퇴근 이후 투표소에 들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후 5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집계한 결과 이 투표소에서 투표한 주민은 모두 98명인데 이 가운데 20~30대가 48명을 차지했다. 오전에는 노년층의 투표가 주를 이뤘지만, 퇴근시간 이후부터는 젊은 직장인들이 늘어난 것이다.

퇴근길 남편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박모씨(29)는 "선거가 좋아서 하는 것은 아니고, 중요한 선거라 최악은 피하자는 마음으로 왔다"고 했고, 정장 차림의 김모씨(37)는 "분당 선거가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해 퇴근하자마자 바로 왔다"고 했다.


지금까지 선거에 무관심했던 직장인들의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손학규 민주당 후보 캠프 관계자는 "투표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다"며 "특히 직장인의 경우 출근 때문에 투표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시간을 내서라도 투표를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날 분당을 지역의 투표율은 예년에 치러진 재보선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잠정 집계한 오후 8시 기준 투표율은 49.1%로 지난해 7월 치러진 재보선 평균 투표율 34.1%를 크게 웃돌았다. 불과 1시간 전인 오후 7시 만해도 투표율이 42.8%였다. 퇴근길 20~40대 넥타이부대가 대거 투표장에 몰리며 1시간 만에 투표율을 6.3%포인트나 끌어올렸다는 얘기다.

한편 투표 직후 공개된 YTN 출구조사에 따르면 손학규 민주당 후보가 54.2%의 득표율을 얻어 44.5% 득표에 그친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를 여유롭게 따돌렸다. 분당을은 대표적인 한나라당 텃밭 가운데 하나인데, 이번 재보선의 결과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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