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며느리'도 사가는 짝퉁 '스페셜 1대1' 아시나요?

머니투데이 뉴시스  | 2011.04.25 08:04

가정집을 비밀매장으로 꾸며 판매…제조책 업자도 몰라

"'짝퉁'에도 등급이 있어요. 워낙 품질이 뛰어나 전문가가 아니면 진품하고 구별하기 힘든 특A급만 취급합니다."

서울의 대표 관광지이자 외국인 밀집 거주지역인 이태원에 이른바 '짝퉁'으로 불리는 모조 명품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21일 오후 8시 이태원역 앞. 요란한 음악을 틀어 놓은 노점상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노점들이 켜 놓은 불로 거리는 대낮처럼 밝았다. 노점들 사이로 외국인 관광객들과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로 30대로 보이는 남성 서너명이 같은 장소를 계속 맴돌았다. 이들은 짝퉁 명품을 팔기 위해 호객 행위를 하는 호객꾼들이다.

이들은 관광버스에서 한무리의 일본인들이 내리자 약속이라도 한 듯 달려가 유창한 일본어 솜씨를 뽐내며 근처 가죽제품 전문 상점으로 안내했다. 일본인들이 상점안으로 들어가자 호객꾼 중 한명이 상점 셔터를 내린 뒤 한참동안 서성이며 어딘가로 계속 전화를 걸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이 지나 상점 뒤쪽 골목에서 나온 일본인들 손에는 짙은색 종이가방이 여러개씩 들려 있었다.

호객꾼들은 사람들의 차림새나 눈빛 등을 보고 손님(?)으로 판단될 경우에만 비밀 매장으로 안내한다. 특히 단속원으로 의심될 경우에는 일명 '바지 매장(액세서리 등 다른 물건을 판매하는 곳)'으로 안내를 하거나 약속장소를 여러차례 변경해 시간 끌기를 한다고 했다.

특히 단속이 심할 경우에는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 단골 고객조차 길거리에서 만난 뒤 비밀 매장으로 안내한다. 아무리 신뢰가 쌓인 단골 고객이라도 물건을 보관하고 있는 창고는 절대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모두가 매장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란다.

호객꾼을 따라 골목길을 20여분 헤맨 끝에 비밀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비밀 매장은 다름 아닌 일반 가정집이었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샤넬과 루이비통 등 이름만 되면 알만한 명품 지갑과 가방들이 상표별로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다. 또 각 방에는 시계와 의류 등 품목별로 물건들이 정리돼 있었다.

진열장 한 켠에는 브랜드별 상품의 사진과 일련번호, 가격이 나와 있는 카다로그까지 놓여 져 있었다. 상품이 워낙 많아 모두 진열할 수도 없어 손님이 카다로그를 보고 주문할 경우 인근 창고에서 물건을 가져오기 위해서다.


"강남 며느리들도 반해 사가는 스페셜 일대일(특A급보다 더 높은 최상위 등급으로 진품과 버금간다는 의미)' 상품입니다. 진품이라고 생각하시고 쓰면 됩니다."

판매직원들은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에 협찬된 것이라며 손님들에게 상품을 소개하느라 분주했다. 매장 안에는 이미 수십명의 사람들이 물건을 구경하느라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붐볐다.

판매직원 A씨는 "단골손님들 가운데 강남 부유층도 꽤 있다"며 "특히 이들에게는 방문 판매도 하고 A/S를 요청할 경우 직접 물건을 수거해 수리까지 해준다"고 귀뜸했다.

실제 정식 매장에서 판매되는 루이비통 '팔레모(MM) 백'의 정상가격은 160만원선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23만원에 판매된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짝퉁 명품의 가격은 정상 제품의 5~10% 안팎의 수준이다.

최근 정부의 단속이 강회되면서 상당수 업체들이 문을 닫았지만 여전히 10여개가 넘는 업체들이 성업 중이다.

아예 멀찌감치 떨어진 가정집을 개조해 비밀 매장을 차려놓고 판매하는 등 단속을 피하는 노하우까지 생긴 탓에 단속을 강화해도 짝퉁명품 판매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법상 짝퉁명품 판매 등으로 상표권 침해행위를 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형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단속권한이 있는 경찰은 대규모 제조업자가 아닌 이상 영세 유통업자나 판매업자의 처벌에는 한계가 있어 짝퉁명품 판매 근절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짝퉁명품을 판매하는 사람조차 공급업자가 누군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유통구조가 워낙 철저하고 점조직 형태로 이뤄져 판매업자와 중간 유통업자를 잡아도 공급업자를 알지 못해 꼬리가 끊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짝퉁명품 판매에 대해 단속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며 "실효성 있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판매업자에 대한 처벌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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