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91일물 CD금리가 꾸준히 오른 탓이다. 22일 현재 3.41%로 연초보다 무려 0.6%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오씨도 정신이 번뜩 들었다. 말로만 듣던 '가계부채 폭탄', '이자 공습'이 남의 얘기가 아니다. 당장 사업을 벌여야 하는 남편 나머니씨의 대출 자금이 걱정이다. 신용불량자로 전전하다 사라진 뒤 얼마 전 연락이 닿은 사촌동생 오희망씨도 애처롭다.
이미 CD금리 연동형으로 받은 대출은 코픽스 잔액기준 대출로 갈아타는 방법을 고려하기로 했다. 지난 2009년 당시 3%대의 높은 가산금리로 대출을 받았던 탓에 이미 금리는 연 7%에 육박하고 있다.
"우리처럼 가산금리가 높으면 금리가 더 오를 경우 갈아타는 게 낫지요. 하지만 대출을 만기 이전에 갚을 때 내야하는 중도상환수수료도 꼭 따져 봐야 해요" 나씨의 막내 동생인 나신용씨가 신중한 결정을 주문했다. 한시적으로 은행들이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주기도 했지만 요즘은 통상 대출 후 3년까지는 1~2% 수준의 수수료를 받는다.
피 말리는 빚 독촉에 유치원 다니는 딸아이가 신경이상증세까지 보일 즈음 오희망씨는 콩팥을 내다팔기로 결심했다. 그나마 사기꾼에게 걸렸다. 검사 경비 명목으로 입금한 100만원만 날렸다. 하루하루가 절망이었다.
◇서민금융제도, '아는 게 힘'=형수의 부탁을 받은 나신용씨는 희망씨를 돕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에 다니는 친구 신검사씨가 도움을 줬다. 그는 "빚이 너무 많아 상환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돌려막기를 중단하고 즉시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빚의 고리'를 차단하는 게 최우선이란 뜻이다.
친구의 안내로 설명들은 서민금융지원제도는 다양했다. 먼저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대출로 바꾸고 싶을 때는 전환대출(바꿔드림론)을 이용하면 된다. 바꿔드림론은 6개월이 경과된 연20% 이상 고금리채무를 보유한 신용 6~10등급자에게 보증을 통해 은행의 저금리대출(평균 연11%)로 전환해주는 제도다. 연소득 26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은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지원받을 수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담당하며 최대 3000만원까지 가능하다.
생계자금이 필요하다면 은행권의 새희망홀씨, 상호금융회사 등의 햇살론을 활용할 수 있다.
새희망홀씨는 연소득 3000만원 이하 또는 신용등급 5~10등급이면서 연소득 4000만원 이하인 사람이 대상이다. 햇살론은 연소득 2600만원 이하 또는 신용등급 6~10등급이면서 연소득 4000만원 이하인 사람이 가능하다. 정부는 올해 새희망홀씨 1조원, 햇살론 2조원을 각각 지원할 계획이다.
창업이나 운영자금이 필요하다면 미소금융재단의 미소금융 및 서울시 소상공인지원센터의 소상공인자금지원을 문의할 수 있다. 미소금융은 신용등급 7등급 이하자(금융거래 실적이 없는 일부 5~6등급 포함)가 대상이다. 소상공인자금지원은 창업교육 이수 및 컨설팅을 받은 서울시 사업자로서 사업자등록 후 3개월 이내인 창업자 또는 업종전환자가 받을 수 있다.
◇"돈 받으면서 일자리 구하기"=이미 채무변제 능력이 없는 희망씨의 경우 신용회복위원회의 상담을 받고 채무조정을 거쳤다. 대출금 종류, 액수, 채무자 신용과 소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환 기간을 연장하고 이자율도 내렸다. 일부는 원금도 깎았다. 매달 일정액만 착실히 갚아나가면 신용도가 회복됨은 물론 성실 상환자로서 소액대출지원(연 4%)도 받을 수 있다.
오희망씨는 신용회복위원회의 취업지원프로그램도 이수하고 있다. 형식적일 것이란 생각은 빗나갔다. 짜임새 있는 지원과 상담사들의 열정은 그에게 희망을 줬다. 생계유지수당(월 최대20만원)도 나오고 취업에 성공하면 최대 100만원의 인센티브도 준다.
희망씨는 "빚 독촉 안 받으니 살 것 같다"며 "돈을 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돈을 받으며 취업알선 서비스를 받으니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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