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신랑 "금반지 대신 아이패드"…금은방 개점휴업

머니투데이 하유진 최우영 기자 | 2011.04.20 16:51

폭등불구 "더 간다" 기대에 매물 사라져… 소득적은 대학생 '커플링' 안사

국제 상품시장에서 금 현물가가 20일 장중 온스당 1500.43달러까지 치솟는 등 사상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하며 '금 값이 진짜 금 값'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금 가격은 무섭게 치솟고 있지만, 서울에서 금은방이 몰려 있는 종로2가부터 5가 일대의 금은방 주인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날로 높아져 가는 금값에 금을 사려는 사람도, 팔려는 사람도 없어 '개점 휴업' 상태가 줄곧 이어지기 때문이다.

◇치솟는 금값이 부담

20일 둘러본 종로 금은방 집결지는 화창한 봄날에도 불구하고 '조용'했다. 거리를 가득 메운 귀금속 상가들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행여나 진열된 반지와 목걸이 쪽으로 눈을 돌리면 얼른 들어오라고 눈짓하기 바빴다.

'최고가 매입, 최고대우'라는 가게 앞 선전판이 무색하게 매장 안은 한산했다. 35개 점포가 영업을 하는 종로3가 '피카디리 귀금속상가' 안에 있는 손님은 고작 한 명.

인근에 위치한 15개 점포가 입점한 코리아쥬얼랜드 안에는 3개 점포가 정오가 됐지만 문을 열고 있지 않을 정도로 '개점 휴업'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나마 새로 금을 사러 온 손님이 아니라 쓰던 반지에 광을 내달라고 수선을 맡긴 고객이었다. 임팔환 명보석 대표(40)는 "공임도 받지 않고 서비스해주는 것"이라며 "외환위기(IMF) 때도 고객이 없어 아우성 쳤지만 요즘은 그 시절의 절반 이하로 손님이 줄어 차라리 그 때가 그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오전 평균적인 순금3.75g(1돈)의 가격은 고객이 금은방에 매도할 경우 19만500원, 매수할 때는 21만650원이었다.

임씨는 "재테크 목적으로 금을 갖고 있는 사람은 더 오를 것으로 여겨 금을 팔지 않고, 금붙이라고 조금 갖고 있는 사람들은 지난해 이미 다 팔았다"며 금값이 올라도 파는 이가 없는 현 상황을 설명했다.

금값이 내려갈 수도 있지 않겠냐고 위로했지만, 임씨는 "과연 내려갈까요? 내가 보기엔 더 올라갈 것 같은데"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종각역 세브란스 도매상가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43)는 착잡한 표정으로 밖에서 담배만 피워댔다. 금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손님이 씨가 말랐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김씨는 "고객이 많이 찾아야 수익이 나는데, 찾는 이가 없다보니 수입이 급감한 지 오래"라며 "경기가 그나마 좋았던 5년 전에 비해 고객은 3분의 1 수준"이라고 답했다.

대화 도중 한 손님이 창문을 기웃거렸다. 김씨는 반색하며 달려 갔다. 미아방지용 팔찌를 알아보는 고객. 그는 "저것 보세요. 저렇다니까"라며 허탈하게 가게로 들어갔다.

◇신부는 금반지, 신랑은 아이패드 신풍속도

4~5월 결혼시즌을 맞아 예물도 호황일 것이라는 관측도 빗나갔다. 종로 3가에서 귀금속 도매상을 하는 김모씨(42)는 "예물도 원래 3세트 하던 것에서 1세트로 줄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나마도 나중에 다시 팔 것을 고려해 세공이 들어가지 않은 순금제품을 찾는다"고 말했다. 금은방 입장에서 순금으로 고객이 매수하면 세공비 등 별도의 이익을 얻기 힘들기 때문에 마진이 많이 남지 않는다.


금값이 너무 비싸게 되면서 심지어 신부만 반지를 맞추고 신랑은 평소 갖고 싶어 하던 아이패드(iPad) 등을 받는 신풍속도 생겼다. M쥬얼리 직원 김모씨는 "주말에 버는 돈으로 겨우 가게를 유지한다"며 "금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예물로 귀금속을 하지 않고 신랑은 아이패드 등 평소 갖고 싶던 전자제품으로 대치하는 예비 부부도 있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커플링 시장도 파리만 날린다고 했다. 김씨는 "커플링을 맞추러 오는 젊은이들은 대부분 학생이거나 사회적 기반이 없는 젊은 층이기 때문에 금 가격을 듣고는 입을 다물지 못한다"며 "실제 커플링을 금으로 하는 손님들은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날 여자친구와 커플링을 맞추려고 온 대학생 권모씨(21)는 "생각보다 금 값이 너무 비싸다"며 깜짝 놀랐다. 권씨는 "14K 가느다란 것으로 커플링을 맞춰도 세공비까지 해서 30만원이 넘는다"며 "아르바이트 시급을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고 설명했다.

금은방 도매상인 이모씨(53)는 계속된 불황에 가게를 내놓은 상태였다. 이씨는 최근까지만 해도 직원3명에 자신과 아내 등 5명이 가게를 운영했다. 그러나 직원 월급조차 나오지 않으면서 직원을 모두 내보냈다.

이씨는 "가게를 내놨는데도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장사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5년 전만해도 순금 3.75g(1돈)에 7만~8만원이었다"며 "지금은 3배 가까운 20만원이 넘으니 고객이 찾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고 말꼬리를 흐트렸다.

가뭄에 콩나듯 가게를 찾는 고객이 고개를 저으면서 떠났다. 가게 안은 다시 침묵이 흘렀다.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3. 3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4. 4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
  5. 5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