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사상 첫 1500달러 "버블? 더 오른다"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 2011.04.20 16:31
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1500달러를 넘어섰다. 신용평가사 S&P가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낮춘 것이 금값 랠리에 또 다시 불을 지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 6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1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온스당 2.20달러, 0.2% 오른 1495.10달러로 정규거래를 마쳤다. 금 선물가격은 장 중 한 때 1500.50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처음으로 1500달러대를 터치했다.

이어 20일 전자거래에서는 금 현물도 온스당 1500달러를 돌파했다.

로직 어드바이저의 빌 오닐 이사는 "금값이 떨어질 때마다 매수세가 유입됐다"며 "헤지펀드 같은 금 단기 투자자가 아닌 장기 매수세력이 금 매집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닐 이사는 지난주 올해 금값 전망치를 1600달러로 올렸다.

◆S&P가 금값 상승에 불을 질렀다
금은 S&P가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뒤 2일째 강세를 보였다. 메트라이프의 개빈 웬트 이사는 "유럽의 재정위기와 중동의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S&P의 미국 신용등급 전망 하향이 금값 상승의 새로운 촉매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골드코어의 마크 오비언 이사는 "금값과 관련한 초점이 미국 신용등급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미국 국채는 위험이 없는 자산으로 여겨졌지만 이제 이러한 믿음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은 올들어 11년째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1920년 이후 최장기 랠리다. 금값은 지난해에만 30% 급등했으며 올들어 5.4% 올랐다. 하지만 금 랠리는 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리스크평가회사인 첵리스크의 파트너 닉 불먼은 CNBC와 인터뷰에서 "돈을 찍어 빚을 갚은 '부채의 화폐화(monetization of debt)가 큰 문제"라며 가치를 보존해주는 수단으로 금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불먼은 금값이 연내 1625달러까지 오르고 이후 20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봤다.

자산운용사 블랙락의 에비 햄브로 매니저는 "금값 상승이 앞으로 몇 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고 쓰레드니들 자산관리의 데이비드 도노라 상품펀드 매니저도 "금값이 온스당 1800달러까지 오른다 해도 전혀 놀랍지 않다"고 밝혔다.

골드코어의 오비언 이사는 "금값 1500달러는 심리적으로 중요한 기준"이라며 "현재 금을 둘러싼 펀더멘털이 강한 만큼 금값이 1500달러에서 조정을 받더라도 짧고 얕게 끌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금값이 너무 올라 버블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여러 가지로 금값이 랠리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금 공급 제한적인데 수요가 너무 빨리 는다
첫째, 공급이 제한적이다.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금 공급을 살펴보면 신규 채굴이 59%를 차지했고 31%는 기존 금 재생, 10%는 각국 중앙은행의 매각이었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금 채굴량으로는 늘어나는 금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세계금위원회(World Gold Council)가 발표한 '2010 금 수요 추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광산에서 신규 채굴된 금 생산량은 3% 늘어난 2659톤이었다.

반면 현재 금을 실제로 매입해 보유하는 금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골드 트러스트와 아이셰어즈 코멕스 골드 트러스트, ETFS 실물 스위스 골드 셰어즈 등이 보유한 금만 1300톤으로 연간 금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둘째, 금 수요는 너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3년간 금 공급은 59%가 늘었으나 금 수요는 62% 급증했다. 금 수요가 이처럼 느는 이유는 투자자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중동의 정치적 불안, 일본 대지진 등 몇 년새 예상치 못한 사건들을 연달아 경험하면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투자 욕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귀금속거래소의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헤인즈는 "투자자들은 이제 주식과 채권, 현금만으로는 모든 경우에 대비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당장 고수익이 기대되지 않더라도 전체 자산의 8~12%는 금으로 가져가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치가 떨어지는 돈은 믿을 수 없다
셋째, 믿을만한 통화가 없다.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는 미국의 오랜 저금리 정책으로 시중에 너무 많이 풀리면서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달러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유로화도 유럽의 부채 문제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최근 영향력을 조금씩 확대하고 있는 위안화는 중국의 정부가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어 마음대로 사고 팔기 어렵다. 각국 통화로 표시되는 자산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자 투자자금이 금으로 몰리고 있다.

넷째, 이런 상황에서 인플레이션까지 가세해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며 금값을 더욱 끌어 올리고 있다. 유로존의 3월 물가상승률은 2.7%로 목표치 2%를 웃돌았고 중국의 3월 물가상승률은 5.4%로 32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탠다드은행의 애널리스트 마크 그라운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금과 은이 계속 수혜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달러 가치가 추세적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대세를 이루면서 외환보유액으로 달러를 많이 갖고 있는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달러 비중을 낮추기 위해 은밀히 금을 매입하고 있다.

나탈리 뎀스터 세계금위원회 투자 부문 대표는 "중앙은행들은 과거 20년간 금 순매도자였으나 최근들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2009년 2분기부터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금 순매수자로 변했다.

◆중국, 인도, 러시아 "우린 금이 좋아
인도 중앙은행은 2009년에 국제통화기금(IMF)이 매각한 금을 대거 사들이며 외환보유액 가운데 금 비중을 7.9%로 확대했다. 하지만 이는 1994년 인도 외환보유액 가운데 금이 차지했던 비중 20%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중국은 지난 5년간 금 보유량을 600톤에서 1054톤으로 크게 늘렸다. 미국 국채를 세상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달러 약세에 가장 취약한 국가이다. 중국은 현재 외환보유액 가운데 금 비중이 1.6%에 불과하다.

세계금위원회의 뎀스터 이사는 중국이 외환보유액 가운데 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3%로 확대하기로 하고 금 매입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금 비중을 3%로 높이려면 연간 금 생산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000톤 이상의 금을 사들여야 한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금 생산국이자 금 소비국이다. 골드 코프의 나이젤 모펫 대표는 "중국은 금을 연간 340톤 생산하지만 이 금은 중국 밖으로는 전혀 유출되지 않는다"며 "중국이 생산하는 금은 모두 중국에서 소비된다"고 말했다.

중국과 인도 중앙은행만 금을 사모으는 것이 아니다. 세계금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은행들의 금 순매입 규모는 87톤이었으며 금 매수는 러시아와 태국, 베네수엘라가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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