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리스크위원회 '유명무실'

더벨 김영수 기자 | 2011.04.19 14:45

[리스크 지배구조②]비전문가가 리스크한도 심의...가결률 100%

더벨|이 기사는 04월14일(11:45)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국내 금융지주회사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역할이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스크관리 비전문가가 리스크관리 정책의 최종 심의의결권자로 참가하면서, 금융그룹의 통합 리스크관리마저 의심스런 실정이다.

◇ 언론인·교수가 리스크정책 결정

금융지주사 리스크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외이사들은 학계 출신이 많고, 금융회사 재직 경험은 떨어졌다.

KB금융지주 리스크관리위원회는 고승의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조재목 ㈜에이스리치센터 대표이사, 김영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등 3명으로 구성돼 있다. 모두 금융회사나 감독기구 재직경험이 없다.

신한금융지주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 중에서는 필립 아기니에 BNPP 아시아리테일 본부장이 유일하게 금융회사에 근무 중이다. 김기영 이사는 학자 출신으로 광운대 총장을 겸직하고 있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남궁훈 이사는 옛 재경부, 금융통화위원,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 정통 관료출신이다. 필립 아기니에 본부장은 신한지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BNPP의 추천인사로 BNPP에서 IR, 금융정보부장, 중국 리테일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부 추천에 의해 예보 부서장 급 이상을 의무적으로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하는 우리금융지주 역시 언론인, 변호사 등 리스크관리의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정부 추천인사로 김광의 예보 홍보실장이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방민준 뉴데일리 부사장, 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도 금융회사 재직경험이 없다. John Ji Whan Park만 AT&T와 골드만삭스 등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하나금융지주의 허노중 교수는 SK텔레콤 상근고문도 겸직하고 있어, 이해상충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해외 대형은행들은 리스크위원회 내 금융전문가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면서 "국내 4대 금융지주와 시중은행의 리스크관리위원회 구성원들은 금융회사 재직경험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 결의안건 100% 통과 '거수기'


비전문가 사외이사에 따른 부작용도 심각하다.

4대 금융지주회사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0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열린 리스크관리 관련 회의에 상정된 결의안건 대부분이 100% 찬성률로 통과됐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여섯 번 열린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총 3건의 안건을 찬성률 100%로 가결했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지난해 5차례 위원회를 열고 6건의 결의사항을 반대없이 통과시켰다. KB금융지주도 같은 기간 6차례 위원회를 개최해 5건의 안건을 모두 100% 가결시켰다.

반면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9건의 결의사항 중 관계사인 하나HSBC생명의 동일 개인·법인 및 동일차주 신용공여 한도초과 보고 및 한도 변경(안) 1건에 대해 '현행 신용공여한도를 유지키로 결정'함에 따라 부결시켰다.

사외이사의 활동내역은 알기 어렵지만, 리스크관리위원회 사외이사의 보수는 적지 않게 지급됐다.

부동산PF 부실 등 리스크한도 정책에 실패한 KB금융 사외이사의 1인당 연간 보수 총액은 6100만원으로, 지주사 중 가장 많았다.

'CEO 리스크'를 견제하지 못한 신한금융 사외이사들도 1인당 5560만원을 가져갔다.



금융계 관계자는 "사외이사의 위원회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본급 비중을 규정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회의 참여나 안건검토에 따른 수당지급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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