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함께 시작되는 태국, 그 원색의 향기

머니투데이 태국=최병일 기자 | 2011.04.23 12:49

[물의 축제 '송크란 축제']"즐거운 물벼락"…4월의 태국은 축복

편집자주 | 해외여행하면 태국을 생각한 때가 있었다. 지금도 태국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 중 세 손가락 안에 늘 꼽히는 곳이다. 깃발여행(패키지여행)의 1번지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발을 들여놓은 곳이기도 하다. 너무 낯익어서일까. 실상 많은 여행객이 태국의 겉모습에만 취한 것일지도 모른다. 태국은 양파와도 같다. 까면 깔수록 또다른 면모가 보인다. 단지 겉모습에만 취해서는 모를 알싸한 매력. '물의 축제'(송크란)가 벌어지는 태국에서 라벤다향처럼 퍼져가던 태국의 진짜 모습이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다. 향과 맛 그리고 부처처럼 그윽한 사람의 미소로 기억되는 나라 태국으로의 원색여행.


▲송크란 축제의 모습

◇조상을 숭배하고 가족에게 헌신하는 마음 담아
태국은 물과 함께 새해가 시작된다. 태양력 혹은 서력을 쓰는 나라들은 1월1일이 새해가 되지만 동남아 일대에는 4월13일이 송크란축제의 시작일이자 새해다.

봄이 이슥해진 4월에 새해가 시작되는 것은 조금 생뚱맞은 감이 있지만 물의 축제인 '송크란'(Songkran)이라는 어원 자체가 산스크리트어의 '이동' '장소변경'을 뜻한다는 것을 알면 조금은 이해가 갈 것이다.

 고대사람들은 4월13일을 태양의 위치가 바뀌는 날로 생각했던 것이다. 송크란이란 단어는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감사와 존경 그리고 헌신과 사랑 이런 모든 것이 어우러져 있다. 조상을 숭배하고 가족에게 헌신하고 부처님과 그를 따르는 승려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듬뿍 담겨져 있다.

 송크란축제는 본래 태국 북부지방의 란나 왕조가 오랫동안 지켜온 새해맞이 축제였다. 하지만 축제는 다양한 모습으로 태국 전역에서 펼쳐진다. 수도 방콕에서는 9일부터 15일까지 1주일 동안 계속되고 북쪽 치앙마이는 12일부터 15일까지, 남쪽 푸껫에서는 13일부터 21일까지 계속된다.

▲서로에게 물뿌리는 태국 사람들

송크란 축제일이 되면 태국 전역은 물바다가 된다. 태국 국민들은 물론이고 태국을 찾은 관광객들까지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축원을 해주고 더위를 타지 않기를 기원한다. 오토바이를 탄 이들은 장난감물총을 들고 거리를 누비며 길가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을 뿜어대고 그에 화답하듯 이들도 바가지에 한 가득 물을 담아 뿌린다.

 집 앞에는 물이 담긴 물통을 두고, 또는 집 앞까지 호스를 연장해 길을 걸어가는 사람에게 물을 뿌리거나 픽업트럭에 물통을 싣고다니며 온 마을 사람들에게 물을 뿌리기도 한다.

어지럽게 교차하는 물세례 속에 거리에는 온통 영롱한 무지개가 핀다. 어른도 없고 아이도 없다. 외국인도 태국인도 나라도 국적도 그 순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에 색색의 파우더를 묻히고 그 모습이 우스워서 또 웃음꽃을 피운다.

 송크란축제는 그렇게 물과 함께 시작된다. 그렇다고 해서 송크란축제가 그저 물장난이나 치는 놀이라고만 생각해도 곤란하다. 태국사람들에게 송크란축제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태국의 전통적인 믿음과 실천에 바탕을 둔 오래된 문화의식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때만 되면 가족과 친지들이 한데 모여서 만남의 시간을 갖는다.

▲부처에게 물을 뿌리는 송크란 축제의 행사

◇왕의 살해계획을 알려준 총각을 위해 잔치 벌인 것이 기원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나무의 이름을 딴 왓포(보리수사원)에서는 부처님의 몸에 물을 끼얹으며 축복을 기원하는 행사가 열린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부처의 모습은 제각각이다. 어떤 부처는 앉아 있고 또 어떤 부처는 고고한 모습으로 서 있다. 비스듬히 누워 있는 부처도 있다.

 삶의 모습이 하나도 같지 않은 것처럼 부처의 모습도 형형으로 바뀌는 것일까. 사원의 내부에는 거대한 와불상이 그 큰 몸집을 신묘하게 숨겨두었다. 송크란축제는 불교축제가 아님에도 태국과 만나 불교의 옷을 입었다. 축제 기간에 사원을 깨끗이 청소하고 불상을 정결하게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물을 뿌려도 스님들에게는 절대로 물을 뿌리지 않는다.

 송크란축제는 아름다운 전설이 숨어 있기도 하다. 태국 북부의 치앙마이 근처 촘폰에는 어여쁜 처녀가 살고 있었다. 너무나 자태가 고왔기에 경쟁자도 치열했다. 마을에 그녀를 좋아하는 두 총각이 있었다. 마을에서 같이 자란 두 사람은 진심으로 처녀를 좋아했기에 처녀가 좋아하는 사람이 배우자가 되기로 약속했다.

▲태국 전통춤

그런데 우연히 촘폰마을을 지나던 왕이 그만 처녀를 보고 말았다. 처녀의 아름다움에 취한 왕은 왕비가 돼주기를 간청했다. 처녀는 흔쾌히 결혼을 승낙했다. 왕과의 결혼은 마을의 경사일 뿐만 아니라 자랑이었기 때문이다.


처녀를 좋아했던 두 총각은 도저히 대적할 수 없는 경쟁자라는 사실에 그만 시름에 빠지고 말았다. 두 사람 중 한 총각은 자신의 사랑을 이룰 길이 없자 무서운 계획을 세웠다. 자신의 경쟁자인 왕을 죽일 결심을 한 것이다. 이 사실을 다른 총각에게 알리자 살해계획을 전해들은 총각은 이 모든 사실을 왕에게 고했다.

 목숨을 구한 왕은 살해계획을 미리 알려준 총각을 위해 마을에 큰 잔치를 열었다. 이때부터 축제가 시작됐고 송크란의 기원이 됐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쿨하게 보내주는 법, 연적이 밉지만 그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이 불행해지는 것은 더욱 못견딜 일이어서 살해계획을 알려준 이는 필히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그 눈물이 흘러넘쳤을 것이다. 송크란은 어쩌면 눈물을 서로에게 뿌리며 화해와 기쁨을 나누는 것인지도 모른다.

◇태국의 또다른 축제, 스파 태국마사지 그리고 향긋한 음식
 태국의 축제는 송크란만 있는 것이 아니다. 1월의 버쌍우산축제를 비롯해 꽃축제, 파놈룽축제, 위싸가, 부차 등 수없이 많은 축제가 1년 내내 계속된다. 어찌보면 태국의 일상은 축제와도 같다.

한국돈 2만원짜리 저렴한 마사지에서 40만원 넘는 호사스런 스파마사지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 태국이다. 2시간 넘는 시간 동안 오롯이 온몸 구석구석을 어루만지는 마사지는 중독성이 강하다. 라벤다향이 가득한 가운데 마사지를 받으면 기분까지 나른해진다.

 태국 마사지는 인도의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에서 유래했다. 기본이론도 동일하고 체질에 따라 다른 오일을 사용하는 것까지 똑같다. 태국의 전통의학과 접목, 세계인이 즐겨찾는 태국식 마사지가 탄생했다.

 태국의 스파마사지숍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바로 '디와나'(+66(0)2236-6797-8)로 멋스런 2층 가옥에 우아한 분위기, 전문적인 마사지솜씨가 가히 일품이다. (BTS 아쏙역에서 걸어서 5분, 지하철 쑤쿰빗역에서 걸어서 5분.)

▲태국의 음식

태국의 마사지와 함께 태국의 맛 또한 입안에 들어가면 축제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세계 3대 요리 중 하나인 태국식 새우수프 요리인 뷇얌꿍은 시큼하고 매콤해서 처음에는 별로 입에 붙지 않지만 한번 입맛을 들이면 좀체 잊지 못한다. 그뿐이랴.

게가 들어간 매운 파파야 샐러드인 쏨땀뿌에서 매운 고추소스를 얹은 새우요리인 꿍팟프릭파우, 코코넛과 카레로 요리한 해물요리찜인 허목탈레까지 향기롭기 그지 없다.

▲디저트

축제의 나라에서는 시간이 빨리간다. 맛있는 음식과 우아한 스파, 낙관적이고 부처님 같은 미소를 짓는 이들. 태국은 축제와 함께 언제나 싱싱해지는 나라다.

취재협조=태국정부관광청(www.tatsel.or.kr) (02)779-5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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