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주식' 합친다고 명품주 될까?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11.04.18 07:58

[新공시읽기 14, 액면병합/분할 上]

편집자주 | 머니투데이 초창기 인기 연재물 '공시읽기' 시리즈를 업그레이드합니다. 공시읽기는 투자판단의 가장 기본적인 자료가 되는 공시내용을 심층 분석, 지금까지도 '공시투자의 기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과학적이고 생생한 사례속에서 배우는 '新공시읽기'를 통해 성공투자의 틀을 다지시기 바랍니다.

2011년 3월 8일 코스닥 상장사 게임하이가 액면가 100원짜리 주식을 500원으로 병합하기로 결정했다. 액면병합에 따라 발행주식총수는 1억6536만주에서 3307만주로 크게 줄어들게 된다.

주식병합을 하게 되면 그 비율만큼 주가는 올라간다. 싸 보이는 주식이 비싸게 바뀌는 셈이다. 액면병합을 결정한 당일 주가가 2745원이었는데 병합후로 환산하면 1만3850원으로 올라간다. 액면가 5000원짜리로 환산한다면 13만8500원으로 훌쩍 상승한다.

게임하이는 왜 액면병합을 선택했을까. '싼 주식'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해 '명품주'로 거듭나기 위한 차원이다. 지난해 게임하이의 최대주주가 넥슨으로 바뀌면서 기업 이미지를 좋게 하려는 의도가 실렸다.

통상 액면가가 낮으면 주가도 낮아진다. 싼 주식은 매매가 활발하다보니 유통주식수가 지나치게 많아지는 문제도 있다. 실제 지난 2008년 4월 기업공개를 한 이 회사는 액면병합 이전 총 주식수가 무려 1억6536만1824주에 달했다.

액면 병합은 이처럼 주가가 낮고 주식수는 많아 유동성이 지나치게 풍부할 때 동원되는 방법이다.


◇왜 시간이 많이 걸릴까

액면병합은 액면분할과 반대로 여러 장의 주식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다. 앞에 예를 든 게임하이의 경우 다섯 주를 한 주로 합했다. 주당 액면가는 5배로 높아졌다. 주식수와 가격만 변화가 있을 뿐 기업가치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는 점은 액면분할과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이사회 결의->주총 특별결의->구주권 제출->명의개서정지->신주권 교부->신주 상장'의 순서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액면병합은 주식 거래 정지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게임하이의 경우 구주권제출 기간(4월 1일~5월 2일) 중인 4월 29일부터 신주 상장 예정 직전일인 5월 24일까지 약 한달 가까이 거래가 정지된다. 액면병합은 액면분할에 비해 2배 이상 정지 기간이 길어 그만큼 기간 위험도 높아진다.

이는 병합할 수 없는 단수주를 처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게임하이 주식 103주를 보유한 주주라면 신주 20주를 받고 나머지 3주를 받을 수 없다. 이때는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방법으로 주주들에게 주식가치만큼 돌려준다. 단수주는 신주상장 첫날 종가 기준으로 되사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박쥐족'은 경계하라

국내 증시에서 액면병합을 처음 실시한 기업은 코스닥 시장의 반도체 장비업체인 유일반도체다. 1999년 5월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원으로 파격적으로 낮춰 눈길을 끌었던 이 회사는 1년여 만인 2000년 8월 21일 액면가를 다시 500원으로 병합한다고 밝혔다.


유통 물량이 너무 많아 데이트레이딩의 표적이 되는 바람에 주가가 올라갈 만하면 팔자 물량이 쏟아지기 때문이라고 사측은 해명했다. 당시 주가가 400원에 불과해 싸구려로 보이는 데다 기관들도 잘 사지 않는다는 회사측 설명은 액면병합의 동기를 잘 설명해준다.

감자 후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액면병합을 동원하는 경우도 있다. 감자 후 주식이 재상장될 경우 감자 비율의 역수만큼 주가를 높여서 거래가 개시되지만 다시 본래 가격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다. 이때 주식 자체를 병합함으로써 주가 수준을 유지하려는 경우다.

2010년 액면병합을 실시한 상장사는 코스닥 시장에서만 6개사였다. 직전 해 총 4개사(유가증권 상장사 1개, 코스닥 상장사 3개)에 비해 소폭 늘었다. 지엔코, 큐로컴, 유일엔시스, 아이알디(상장폐지), 중앙오션, 클루넷, JYP Ent., 맥스브로 등이다. 2011년에는 승화산업, 시노펙스그린테크, 게임하이, C&S자산관리, 에이프로테크놀로지가 해당된다.

액면분할이 강세장에서 유동성 공급을 위해, 액면병합은 약세장에서 물량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활용되는 게 상식이다. 실제 2011년 액면병합을 실시한 상장사 5개 중 4개는 약세장인 3월에 액면병합을 했다.

하지만 액면가를 자주 바뀌는 기업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액면가 변경 자체가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액면가를 수시로 낮췄다 높였다를 반복하면서 지나치게 시류를 뒤좇는 '박쥐족'에 대해선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시노펙스그린테크는 2009년 액면가를 500원에서 100원으로 낮췄다가 2011년에는 반대로 100원에서 500원으로 액면병합을 실시했다. 에이프로테크놀로지는 2011년 액면병합을 실시했다.


◇액면병합 후 주가상승은 옛말

액면병합이 테마가 됐던 2001년에는 병합 가능성이 언급되기만 해도 주가가 급등하곤 했다. 하지만 이같은 현상은 단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일부에서는 액면병합을 실시할 경우 주가가 액면병합 실시 이전 주가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있어 주가가 오히려 하락한다고 주장한다.

2011년 3월 8일 주식병합을 결정했던 게임하이의 경우 다음날인 9일 오전 한때 강세를 기록했지만 종가 기준으로는 1.62% 하락했다. C&S자산관리 (714원 ▲64 +9.8%)는 9일 발표 후 다음날 보합을 보였지만 이후 3일 연속 약세를 기록했다.

물론 이들 기업은 아직 액면병합이 완료된 것은 아니다. 향후 거래 정지 기간을 거쳐 상장이 돼야 구체적인 주가 흐름을 볼 수 있다. 지난 2010년 액면병합을 실시한 상장사 주가 흐름은 어땠을까.

지엔코는 2010년 5월 10일 거래가 재개됐는데 첫날 하한가(14.90% 급락)를 기록했고, 그 다음날도 10.51%나 급락했다. JYP Ent.는 9월 15일 거래를 다시 시작해 첫날과 다음 날 연속으로 4.19%, 2.48% 주가가 올랐으나 이후 6.04%, 4.50% 급락해 '약발'이 오래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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