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소는 홍콩" '탈세왕' 몰린 '선박왕'의 항변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 2011.04.13 20:56

"USB는 평소 들고 다니던 것… 한국은 본사 아니야"

"내 주소요? 홍콩 카울롱 하버사이드 타워1 ○○-○입니다. 장모 집이 아니예요"

베일에 가려져 있던 '선박왕'이자 4000억 원대 세금을 포탈한 '탈세범'으로 몰린 시도상선 권혁 회장(사진)의 주장이다. 13일 서초동 시도상선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인터뷰 내내 '억울하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국내 거주지로 지목된 장모 명의의 집은 처가 가족 중 한 사람이 장모 명의로 임대차 계약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홍콩 거주지 주소를 상세히 일러줬다. 홍콩에서 확실히 사업을 하지 않으면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집이 아니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국세청이 그에게 탈세 혐의를 씌운 것은 권 회장을 세법상 외국인(비거주자)이 아니라 국내 거주자로 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그는 "비거주자 요건을 맞추기 위해 1년의 절반(180일) 이하만 한국에 머물렀다"고 해명했다. 한국은 '쉬었다 가는 곳' 정도로만 이용했을 뿐 자신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외국인이라는 것이다. 단지 호텔에서 지내기 피곤해 관사 개념으로 집을 마련했을 뿐이라고 했다.

한국 대리점을 실질적인 본사로 본 국세청의 판단에 대해서도 많은 시간을 들여 해명했다. 국세청은 권 회장이 휴대용 저장장치(USB)와 구두지시 등을 통해 한국에서 회사 운영을 지휘해 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권 회장은 "노트북 들고 다니기가 무겁고 힘들어서 USB 챙겨 다니는 것도 문제가 되나? 한국 대리점 직원들 이름도 잘 모르는 데 여기가 본사라니 말이 되냐?"고 반박했다. 한국 일본 홍콩 등을 오가며 USB를 컴퓨터에 꽂아 현안을 파악할 뿐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권 회장에 따르면 한국 내 사업은 선박 관리와 국내 중고차를 중동 등에 옮기는 정도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 자리 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한국 내 시도상선이 보유한 자동차 전용선은 65척이다. 현대차를 운반하는 현대글로비스가 올해 자동차 운반선을 20여대에서 30대로 늘리겠다는 걸 보면 상당한 규모다.

"1990년부터 일본에서 사업했는데 2004년쯤부터 세무 압박이 와서 홍콩으로 (본사와 거주지를) 옮겼다. 한국으로 왜 안 왔냐고? 세금 등 돈이 너무 많이 들어 그럴 수가 없었다"

그는 홍콩을 본사로 택한 이유로 세금과 원가를 들었다. 권 회장은 "노무현 정권 시절 알아보니 본사를 한국으로 옮기려면 선박가격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더라. 이래선 못 온다"고 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권 회장이 '탈세범'으로 전락한 사건의 배경을 한 직원과의 불화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권 회장은 회사 돈 수십억을 빼돌려 사직처리한 직원이 앙심을 품고 회사 자료를 국세청에 넘겨준 것이 이번 사건의 발단이라고 주장했다.

권 회장이 말한 직원과의 불화는 이렇다. 한 직원이 수십억 원을 횡령해 호텔을 지었다. 권 회장은 호텔을 짓는 동안 이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뒤늦게 횡령 사실을 포착해 직원을 고발하고 해고했다. 이 직원은 4000억 원 가량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국내 한 대형 회계법인의 컨설팅 결과를 검찰에 제보했다. 제보를 받은 검찰은 내사에 착수했지만, 지난해 3월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이 직원이 이번에는 국세청에 자료를 넘겨주는 바람에 일이 커졌다는 게 권 회장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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