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 하나로 '콜럼버스의 달걀' 깼죠"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11.04.12 06:46

'스텔스 와이파이' 개발한 KT 이정호 차장 "내외부 전문가들은 안된다고 했지만…"

↑ 이정호 KT 차장이 '스텔스 와이파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세대(2G)와 3G 통신시설은 현재 많은 곳에서 공유해서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선랜(와이파이)은 기술이 개발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항상 이전 방식대로 구축하더라고요."
 
건물 안에 이동통신망이 잘 갖춰져 있는데 왜 볼품없는 무선공유기(AP)를 천장에 자꾸 다는 것일까. 이정호 KT 차장은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와이파이 구축방법을 볼 때마다 이런 점이 궁금했다. 이 차장의 호기심은 결국 '스텔스 와이파이'라는 기술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스텔스 와이파이'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눈에 보이지 않는 와이파이다.
 
보통 와이파이존은 천장에 AP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구축된다. 반면 '스텔스 와이파이'는 빌딩에 설치된 기존 3G 이동통신 인프라(안테나와 케이블)를 공유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관리가 쉬울 뿐만 아니라 외관도 해치지 않는다.
 
이 차장은 '스텔스 와이파이'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KT 우수직원인 'KT대상'에 꼽혔다. 회사로부터 성과급 1000만원과 9박10일간 부부 유럽여행권을 받았다. 인사고가에서 최고등급인 'A'를 받은 것은 물론이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이 차장은 사실 와이파이 전문가는 아니었다. 이 차장은 지난해 KT가 와이파이존을 한창 구축할 때 3개월 공정관리를 한 것이 와이파이 관련 업무의 전부였다. 게다가 이 차장의 아이디어는 전혀 새로운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내외부 전문가들은 이론적으로 계산한 결과인 '안된다'에 얽매여 실험할 생각조차 못했다. 반면 이 차장은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밤늦게까지 실험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스텔스 와이파이'를 '콜럼버스의 달걀'에 비유하곤 합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데 해보지 않아서 어려운 기술처럼 보였던 것입니다."
 
이 차장의 끈질기고 참신한 아이디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차장은 2002년 기지국, 중계기, 교환기, 각종 부대장비의 구축·운영관리시스템인 '아이넷포스트'(iNetPost)를 만들었다. 2005년에는 전국 10만대가 넘는 중계기를 원격으로 감시하고 무선으로 펌웨어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중계기 원격감시·제어기술'을 개발했다.
 
이 차장은 "어렸을 때부터 기계를 보면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 궁금했고 다른 사람보다 원리를 잘 터득하는 편이었다"고 말했다. 조립식 장난감을 갖고 놀기 좋아한 이 차장은 겉모습만 봐도 내부 회로가 보이는 경지까지 올랐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처럼.
 
최근 고민은 KT의 데이터 폭발에 어떻게 대비하느냐다. 추가 주파수와 차세대 네트워크 롱텀에볼루션(LTE)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자 이 차장의 고민도 그쪽을 향했다. 이 차장은 "앞으로 망구조가 어떻게 진화할지 궁금하다"며 "사업자와 고객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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