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유가인하', 이건 코미디다

머니투데이 박종면 더벨 대표 | 2011.04.11 09:41
이건 한 편의 코미디다. 지난 1월13일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에서 시작돼 이달 3일 SK에너지의 전격적인 리터당 100원 인하 발표와 주유소들의 반발에 따른 기름값 인하 과정에서의 혼선은 코미디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그것도 쓴 웃음을 짓게 만드는 블랙코미디다.
 
대통령의 '묘한 기름값' 발언 이후 정부는 유가의 '비대칭성' 문제가 정유사들의 과점 또는 담합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사실은 이 이슈가 그동안 여러 차례 점검을 통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았다. 비교시점이나 기간, 비교대상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관료도, 정유업계도, 학계도 잘 알았다.
 
처음부터 기름값 논란은 시장과 경제이슈가 아니었다. 정치논리로 시작해 정치논리로 끝났다. 실제로 지식경제부 등 관계부처까지 참석해 만든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가 두 달 이상 작업 끝에 발표한 내용을 봐도 기름값의 비대칭성이나 정유사의 담합 및 폭리를 명백히 밝혀내지 못했다.
 
이번 유가인하 작업을 주도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 주장에 대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랬던 최 장관이 기름값 인하와 관련해서는 막판까지 밀어붙여 정유 4개사로부터 8000억원에 가까운 이익을 환수해갔다. 정유사들이 다른 업종에 비해 특별히 이익을 많이 내는 것도 아닌데 이건 너무 가혹하다. 초과이익공유제는 안된다고 하던 장관이 정유사 이익환수에는 발 벗고 나선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코미디가 아니고선 이해하기 어렵다.
 
정유사들의 팔을 비틀어 가격을 내리려했다면 그동안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아닌데 좀더 철저히 했어야 했다. 서둘러 하다보니 일선 주유소들이 반발하고, 특히 자영 주유소들에서는 제대로 인하를 해주지 않는 곳이 많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증폭되고, 정부도 정유사도 욕만 얻어먹는다. 선심 쓰고도 욕 얻어먹고, 표 갉아먹는 이런 정책을 왜 펴는지 모르겠다.
 

블랙코미디이긴 하지만 교훈은 있다. 정유나 통신 등 규제산업을 주력으로 갖고 있는 기업이라면 하루빨리 새로운 먹을거리, 신수종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SK와 GS, KT 등이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이들 그룹이 스스로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규제산업의 대표 격인 한국의 금융산업을 보면 된다. 그냥 고만고만 먹고는 살지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큰 이익을 내는 곳은 한 곳도 없다.
 
기존 정유업이나 통신업에 대해선 현상유지 수준에서 만족하고 2차전지든, 해외자원 개발이든, 중국이든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 이번에 또 한번 절감했을 것이다.
 
정권 후반기라고 해서 정치권력을 우습게 봐선 안된다는 점도 이번 코미디가 주는 교훈이다. 권력은 힘이 빠질수록 더 강해지려고 발버둥친다. 현 경제팀이 매파 일색으로 짜인 이유를 되새겨봐야 한다.
 
만약 이번에 SK를 비롯한 정유사들이 끝까지 버텼으면 어땠을까. 삼성의 세무조사를 봐도 그렇고, 공정위의 담합조사와 제재 움직임을 봐도 그렇고, 비상장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 추진을 봐도 그렇다. 뒷감당이 어려웠을 것이다.
 
칼춤을 추는 자들이 있다면 어둠 속에 거하는 자들이라고 욕하지 말고, 기울어진 무대 위에서 어설픈 연극을 하는 삼류 배우들이라고 생각하자. 너그럽게 봐주자. 세월을 기다리자. 권력도 유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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