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측천무후…73명 황제의 꿈이 잠들다

머니투데이 시안(중국)=이용빈 기자 | 2011.04.13 13:25

['황제'의 도시' 중국 시안(西安)]

편집자주 | 중국 중원의 산시성 시안은 무려 3100년의 세월이 응축된 오래된 도시다. 시안은 실크로드의 출발지이자 중국 역사의 꽃밭이다. 지금도 시안은 눈길·발길 닿는 곳마다 역사의 현장들이 오롯이 펼쳐져 있다. 진(秦) 시황제의 지하 토용 병마군단이 위용을 자랑하고 양귀비가 현종의 혼을 빼던 화칭(華淸) 못엔 오늘도 뜨거운 온천이 콸콸 솟아오른다. 은밀하고 비밀스러우며 흥미로운 미스터리까지 동원된 중국 고대 유적을 탐닉하는 유쾌함. 이것이야말로 시안여행이 주는 특별한 즐거움이다. 그래서 시안에서는 모두 고고학자가 되고 탐험가가 된다.


실크로드 출발지 '3000년 고도'
1100년간 수도로 13개 왕조 지켜
옛 중국 역사탐험 재미 쏠쏠

진시황 지하군단 위용에 압도
양귀비 즐긴 온천은 아직도 43도
산시역사박물관엔 36만개 유물


▲압도적 위용을 자랑하는 병마용

◇수천년 세월을 건너온 황제의 무덤
시안은 명나라 초기까지 창안으로 불렸다. 수도로서의 역사만 1100년에 달하는 시안은 13개 왕조의 황제 70여명을 지켜본 천자의 도시다. 시안의 관문인 셴양국제공항에서 시안 도심으로 가기 위해 관중분지를 지나다보면 평원에 솟은 크고 작은 구릉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 구릉은 한대부터 당대까지 중국을 지배한 황제의 무덤들이다. 시안 일대에만 72개 능에 모두 73명의 황제가 영면해 있다. 당 고종 이치(李治)와 중국 유일의 여황제 무측천(武測天)이 함께 묻혀 있는 건릉(乾陵) 때문에 황릉의 수보다 황제의 수가 하나 더 많다. 여행의 시작지는 한무제의 아버지 한경제의 무덤인 '한양릉'이다.

지하박물관으로 건설된 이곳에 들어서자 2000여년 전 한나라 부장용의 위용에 금세 압도당한다. 세월이 관복을 벗겨 나체가 된 남자 토용과 기마녀 토용, 마차행렬까지 시종일관 방문객의 시선을 모은다.

잘 알려진 진시황릉의 병마용과 달리 이곳 부장용들의 크기는 개당 60㎝ 남짓으로 작다. 한경제의 업적이 중국 최초로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룬 진시황의 위업보다 못한 것도 있었겠지만 한나라 성립 이후 국가경제를 낭비하지 않겠다는 황제의 의도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순장품이 묻혀 있는 80여개 갱 중 10여개만 일반에 공개됐으며 한경제의 무덤 자체는 발굴하지 않아 볼 수 없다. 황제의 능 자체는 발굴하지 않는 게 중국 고고학계의 원칙이라고 한다.

▲세계 원예박람회가 열리는 장안탑의 모습

◇상상을 초월한 웅장함…지하군단의 위용
한양릉도 볼 만하지만 시안의 최고 스타는 단연 진시황(기원전 259∼210년)이다. 역사의 스포트라이트는 언제나 칼자루를 쥔 강자만 비추는 법. 영생불사를 꿈꾸며 기이한 행적을 남긴 진시황을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도시가 바로 시안이다. 진시황을 찾아가는 길에 위수(渭水)를 건넜다. 강태공이 낚시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았다던 바로 그 강이다.

진시황 병마용박물관은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을 통일한 진시황제의 위용과 중국 역사의 스케일을 보여주는 결정판이다. 1979년 박물관이 조성되면서 지금까지 5000만명 넘는 국내외 관광객이 이곳을 찾았다. 발굴 순서에 따라 1·2·3호 갱으로 지정해 공개하고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선 1호 갱. 자욱한 흙냄새가 걷히면서 방문객은 2000년 전 황제의 무덤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들어간다. 그 규모도 엄청나지만 너무나 사실적인 묘사 때문에 온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위압감을 느낀다.


전투진용을 갖춘 토병마(土兵馬) 수백 개가 빚어내는 상상을 초월한 웅장함 때문이다. 축구장보다 넓은 실내, 1.5m 깊이의 긴 참호 안에 오와 열을 맞춰 줄지어 선 토용은 지금이라도 전투 개시 명령이 떨어지기만 하면 엄청난 기세로 진군할 듯 생동감이 있다.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낸 전체 토용은 6000여개로 추정되지만 진나라로 쳐들어온 항우에 의해 많이 파괴됐기 때문에 정확한 개수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놀라운 것은 병사들의 정교함이 실제 사람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 그 시기에 전국에서 차출된 64명의 조각기술자에 의해 표정이 모두 다른 토용이 탄생했다는 후문이다. 후세 사람들은 당시 진시황을 호위하던 병사의 모습을 그대로 따온 것이라고 추측한다.

▲당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이야기가 담긴 역사 뮤지컬 장헌가

◇현종과 양귀비 사랑 띄운 '화칭츠'
시안에서 진시황 다음으로 인기 있는 인물은 양귀비(719∼756년)다. 양귀비는 빼어난 미색 때문에 연꽃도 부끄러워 잎을 말아올렸다고 해서 '수화미인'(羞花美人)으로 불렸다.

황제의 눈을 멀게 하고 국정을 어지럽힌 천하의 요부. 중국 4대 미인 중 하나. 양귀비, 양옥환을 만나러가는 길은 구슬비가 내렸다. 당나라 현종과의 로맨스로 나라를 기울게 한 이 경국지색 미녀의 흔적은 아직도 시안에 남아 있다.

양귀비가 몸을 담근 온천탕이 있는 '화칭츠'(華淸池)가 그곳. 당 현종과 양귀비가 서로 사랑을 확인한 곳으로 병마용에서 불과 5㎞ 거리에 있다. 현종이 자신이 사랑한 양귀비를 위해 화청궁을 만들면서 지금까지 '화칭츠'라는 이름으로 전해진다.

양귀비는 가고 농염한 자태의 나신석상이 찾는 이를 대신 맞지만 당시 즐겼을 온천수는 지금도 변함 없이 섭씨 43도를 유지하며 흘러나온다. 당 현종과 둘이 사랑을 나눴다는 연화탕, 양귀비 전용 욕탕인 해당탕 등이 온전히 발굴돼 있다. '화칭츠' 내 구룡탕 무대에 올려지는 중국의 역사뮤지컬 '장헌가'도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

당나라 때 시인 백거이의 장헌가를 각색한 실경 역사 작품으로, 4월부터 10월까지 하루에 1차례만 공연된다. 당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이야기를 표현하면서 대당 성세시기의 웅대한 기상을 펼쳐보인다.

웅장한 세트와 화려한 조명, 장이머우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이 공연은 시안여행에서 기억에 남을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수백 명의 무용수가 중국의 산과 물, 역사, 사랑에 얽힌 이야기를 춤과 음악으로 풀어낸다.

▲산시 역사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유물

◇찬란한 중화문명의 파편 '산시 역사박물관'
중국 속담 중 '중국의 100년 역사를 보려면 상하이로, 1000년을 보려면 베이징으로, 3000년을 보려면 시안으로 가봐야 한다'(一百年歷史看上海 一千年歷史看北京 三千年歷史看西安)는 말이 있다.

산시역사박물관에는 찬란했던 중화문명의 파편이 모여 있다. 상하이박물관, 난징박물관, 허난성박물관과 함께 중국 4대 박물관으로 불린다. 당나라 때 국자감(國子監)이 있던 자리로 알려진 산시역사박물관은 시안시내에서 멀지 않다.

인류 초기의 석기부터 중국 역사발전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문물이 연대순으로 깔끔하게 진열돼 있다. 박물관에는 현재 36만여 건의 유물이 전시돼 있는데 값을 매길 수 없는 국보급 문물이 눈을 즐겁게 한다.

특히 악단을 실은 낙타 당삼채는 당나라 때 서역과의 활발한 교역을 상징적으로 보여줬고, 북송(北宋) 시기 뚜껑과 몸통이 하나로 만들어진 물을 거꾸로 붓는 청자빛 손잡이의 주전자는 사자와 봉황 그리고 목단꽃이 어우러진 걸작 중의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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