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박문덕 회장 "이런 CEO로는 안된다?"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 2011.04.08 14:33
하이트-진로그룹이 8일 주력계열사인 하이트맥주와 진로 합병을 발표한 데 이어 최고 경영진을 전격 교체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하이트-진로그룹은 이날 이장규 하이트맥주 대표이사 부회장과 윤종웅 진로 사장, 하진홍 하이트맥주 생산부문 사장을 각각 고문으로 퇴진시켰다. 새로운 하이트맥주 사장으로는 김인규 부사장(사진)이 승진했고, 진로 사장에는 이남수 전무가 임명됐다.

이번 인사는 수 십 년간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전성기를 지켜왔던 60대 사장단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하고 젊은 CEO들을 발탁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점유율 하락 '문책성 인사' 성격=하이트-진로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는 박문덕 회장이 그룹의 새 도약을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하이트맥주와 진로가 최근 수년간 경쟁업체에 시장 점유율을 뺏긴데 따른 문책성 인사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실제 하이트맥주는 지난해 8월 신제품 '드라이 피니시 d'를 출시하며 점유율 확대를 노렸지만 예상외로 판매가 부진하며 되레 점유율이 떨어졌다. 하이트맥주 시장점유율은 지난 2009년 56.3%로 유일한 경쟁사인 오비맥주(43.7%)에 비해 압도적 우세를 보였지만, 올 들어 51.5%까지 점유율이 밀리며 오비맥주(48.5%)에 바짝 추격 당하고 있다.

진로도 2008년 만해도 소주시장에서 51%를 웃도는 점유율을 보였지만 최근 49% 아래로 점유율이 밀리며 고전하고 있다. 주류시장에서 점유율 1~2%p가 바뀌는 것이 흔치 않은 일이다.


하이트맥주 신임 사장에 영업통인 김인규 부사장을 내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김 사장은 올해 49세로 역대 하이트맥주 CEO 중 가장 젊다. 김 사장은 특히 지난 2007년 상무보, 2008년 상무, 2009년 전무, 2010년 부사장에 이어 이번에 사장으로 임명되며 매년 승진한 이례적인 케이스다.

김 사장의 초고속 승진은 하이트-진로그룹에서 전무후무한 것으로 박 회장의 신임이 그만큼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의 심기를 그룹 내 누구보다도 잘 읽는다는 평이다.

◇오너2세 경영권 승계 위한 '사전포석'(?)=이번 인사를 박문덕 회장 2세인 박태영· 재홍 씨의 경영권 승계 사전작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이트-진로그룹 한 관계자는 "오너 2세들이 아직 젊은 편으로 앞으로 그룹에서 본격적으로 경영 수업을 받는다면 수 십 년간 그룹에서 실세 역할을 했던 기존 사장단이 부담스럽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이 때문에 박 회장이 2세 경영권 승계를 위해 그룹 내 좌장 격인 기존 CEO들을 물갈이했다는 분석도 있다.

하이트-진로그룹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와 하이트맥주 진로 합병으로 오너 2세들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은 거의 마무리된 셈"이라며 "현재 영국에서 유학중인 장남 박태영 씨가 그룹 경영에 뛰어드는 시기 조율만 남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편 최고 경영진의 대폭 교체로 하이트-진로그룹은 후속 임원인사도 대대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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