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LH사태, 본질적 접근이 해법이다

머니투데이 김광수 강원대 경영대 교수 | 2011.04.07 09:30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최근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동안 국민의 혈세를 먹고 자라난 거대 공룡이 이제는 국가경제까지 삼키려고 하는 위험한 상황을 연상케 한다.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LH의 부채는 매년 급증해 현재는 125조9000억원으로 국가채무(약 360조원)의 3분의1을 넘었다. 게다가 부채 중에는 이자부 금융부채가 90조7000억원대에 달해 하루 이자만해도 100억원이 넘는다. LH의 부채비율은 무려 559%에 달해 LH가 민간기업이었다면 벌써 수십 번 망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 발생한다면 부채규모는 내년에 200조원을 돌파하고 2018년에는 325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LH와 정부는 내용 없는 해법만 제시하며 응급처방에 의지하고 있다. LH가 이번에 자구책으로 사업규모 축소를 골자로 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정치권의 압력과 지역주민의 반발을 의식해 구체적인 지역별 추진계획은 제시하지 못했다. 때문에 알맹이 없는 그야말로 허구대책이란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자구책으로 내세운 사업에 필요한 자금조달도 여의치 않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서 사업 소요자금 중 부족분 6조원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유동성 지원안을 내놓았다. 이 또한 근본대책과 거리가 먼 2011년용 응급처방에 지나지 않는다.

상황이 매우 심각한데도 대책마련에 이렇게 소홀한 것은 아마도 LH가 너무 커져서 아무리 문제가 많아도 정부가 망하게 놔두지 않을 것이라는 이른바 '대마불사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지금까지 공기업의 문제는 크든 작든 정부의 도움으로 해결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믿음 때문에 LH 또한 그동안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기보다 덩치만 키워 방만경영을 일삼아왔다. 그 결과 LH 경영 또한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에 더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비합리적 경영은 그렇지 않아도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데다 매년 부채규모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더이상 설 자리가 없게 되었다.


LH가 하루라도 빨리 부실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사업구조조정과 함께 조직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앞으로 국책사업 대행기관으로 남든, 민영화하여 민간기업으로 발전하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 또한 앞으로 이런 관점에서 LH 지원책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처럼 정치논리에 사로잡혀 LH를 정부의 눈치만 살피는 그런 기관으로 남게 한다면 LH는 물론 정부 또한 재정파탄을 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정부의 공기업 부채에 대한 인식 또한 새롭게 확립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국제적 기준, 원가보상률 기준 등의 이유를 내세워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기업들의 부채를 국가채무에서 모두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공기업 부채는 자체적으로 상환 불능 상태가 되면 결국에는 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가채무에 통합해 관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부채는 숨긴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숨기면 나중에 그만큼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웠다.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 발발시 민간기업들의 재정파탄도 결국에는 정부의 지원에 의존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정부의 안일한 부채관은 하루빨리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이는 물론 공기업 부채를 국가 차원에서 보다 철저히 관리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 또한 그동안 LH 부채 증가의 주 원인이 돼온 지역개발을 위한 선거공약 남발을 억제할 수 있는 입법안을 마련하는 일 또한 병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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