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오고 이름 바꿨더니… 매출 15억→400억

머니위크 문혜원 기자 | 2011.04.15 10:52

[머니위크]People/ 창사 65년만에 첫 여성임원 서동순 샘표식품 이사

말랑말랑할 것만 같은 식품업계는 아직 보수적인 경향이 짙다. 기업문화 역시 보수적이어서 여성임원이 손에 꼽을 만큼 드물다. 65년째 '발효명가'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 샘표식품도 그동안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 샘표식품에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여성 임원이 배출됐다. 서동순(46) 마케팅 신임 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서 이사는 3년째 제자리걸음했던 '샘표 마시는 흑초'를 '백년동안'으로 리뉴얼해 성공시킨 주역이다. 서 이사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단행된 인사에서 업계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이사로 승진했다.

서 이사를 6일 충무로 샘표식품 본사에서 만났다. 그는 "포털사이트의 프로필에 걸린 사진이 너무 아줌마 같다"며 볼멘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서 이사가 '백년동안'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아줌마 마인드로 철저히 소비자 중심에서 생각한 덕이었다.



"사실 내부에서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제품이라 철수해야 한다고들 말했어요. 하지만 우리 제품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을 살펴보니 가능성이 있겠더라고요."

그는 '왜 팔리지 않나'를 따지기보다 '샘표 마시는 흑초'를 찾는 소수의 소비자들을 들여다 봤다. 이들은 흑초 제품이 건강에 도움이 될 거란 생각으로 박스째 사다 먹었다.

"소비자들은 건강 때문에 마셨는데, 우리는 제품 얘기만 하고 있었어요. 소비자 중심 마케팅이 아니었던 거죠."

이후 흑초의 마케팅 초점을 철저하게 '건강'으로 맞췄다. 제품명도 '일생동안 건강하게 살라'는 의미로 '백년동안'으로 바꿨다. 일반 식초로 오인하게끔 만드는 병 디자인도 건강식품의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재료는 친근감이 풍기는 과실을 골라 건강식품으로 이름난 산수유, 푸룬(말린 자두류), 복분자 등의 맛을 추가했다.

서 이사의 판단은 정확했다. 연매출 15억원에 불과하던 제품이 2009년 백년동안으로 재탄생한 후 지금까지 400억원으로 급신장했다. 시장에서 존재조차 미미하던 제품이 2년 만에 건강발효식초 부문 2위로 올라섰다.


매출을 떠나서 그가 자부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마케팅 자료를 시스템화한 것이다. 샘표의 마케팅능력 향상에는 그의 이러한 작업이 밑거름이 됐다.

"샘표식품 마케팅팀으로 처음 부임했을 때 좋은 자료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아 쓸모가 없었어요. 팀원이 바뀌더라도 업무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습니다."

서 이사는 식품연구소 연구원 출신이다. 연구원 시절 소비자를 직접 만나며 소비자가 느끼는 맛을 연구했다. 마케터가 돼서도 우직하게 '소비자가 중심'이라고 꼽는다. 이는 대학교 1학년 딸과 고3 아들을 두고 있는 주부로서도 필연적인 생각이다. '내 가족에게 못 먹일 제품은 만들지도 말라'는 고 박규회 샘표식품 창업주의 말에도 자연스레 공감이 갔다.

"웰빙 심리를 이용해 터무니없는 가격의 제품으로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마케팅이 많이 보입니다. 식품영양을 전공해서 그런지 이런 마케팅은 제 방법이 아니에요."

서 이사는 올해도 이미지로 포장된 브랜드가 아닌 쓰면 쓸수록 좋아하게 되는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65년 관행을 깰 수 있었던 바탕엔 화려한 마케팅 기술이 아닌 철저한 소비자 중심 생각이 있었다.

<프로필>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졸업, 동대 석사 및 박사/ 미국 로와주립대 식품과학 및 영양학 박사 과정/파스퇴르유업 기술연구소/서울우유 낙농화학연구실/(주)두산R&D센터 고객연구팀/샘표식품 마케팅본부

베스트 클릭

  1. 1 '보물이 와르르' 서울 한복판서 감탄…400살 건물 뜯어보니[르포]
  2. 2 '공황 탓 뺑소니' 김호중…두달전 "야한 생각으로 공황장애 극복"
  3. 3 김호중 팬클럽 기부금 거절당했다…"곤혹스러워, 50만원 반환"
  4. 4 "술집 갔지만 술 안 마셨다"는 김호중… 김상혁·권상우·지나 '재조명'
  5. 5 생활고 호소하던 김호중… 트롯 전향 4년만 '3억대 벤틀리' 뺑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