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론스타 떠나보내야 할 때다

머니투데이 중앙일보  | 2011.04.04 08:00
지난달 31일 외환은행 서울 을지로 본점의 정기 주주총회 자리. 대주주(지분율 51.2%)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측 법률 대리인이 배당금 변경 안건을 돌연 제출했다. 당초 주당 580원씩으로 이사회가 결의했던 것을 850원으로 올리자는 내용이었다.

고함이 터져 나왔다. 사원 주주들의 반발이었다. 그러나 주식의 과반수를 쥐고 있는 론스타의 뜻을 누구도 꺾을 수 없었다. 결국 론스타가 챙겨갈 결산 배당금은 1908억원에서 2797억원으로 불어났다. 론스타는 높은 배당과 일부 지분 매각으로 2003년 외환은행 인수 후 총 2조4058억원을 회수했다. 투자금(2조1548억원)보다 10% 많다.

론스타는 이번 배당을 마지막으로 한국을 떠날 예정이다. 하나금융지주에 4조6888억원을 받고 외환은행을 팔기로 했다. 그런데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대주주 자격이 있는지 ‘적격성’ 여부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외환은행을 살 때면 몰라도 팔고 나가려는데 이런 게 문제가 되는 건 그 자체가 ‘상식 밖’이기도 하다.

론스타가 2003년 외환카드를 은행에 합병하는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했는지 여부가 시비의 대상이다. 대법원은 지난달 10일 이 사건과 관련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유죄가 확정되면 론스타는 대주주 자격을 잃고 주식매각 명령을 받게 된다.

문제는 시간이다. 재판이 끝나려면 2~3년이 또 걸린다. 하나금융의 인수는 일단 실패하고 외환은행 매각은 다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과연 그게 최선일까. 냉철하게 득실을 따져볼 때가 됐다. 생각해 볼 점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시간을 끌면 누구에게 더 득이 될까. 아무래도 론스타 쪽이다. 외환은행은 최근 현대건설 매각 성사로 1조원의 특별이익을 남겼다. 이를 포함한 올 순이익은 1조8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과거 배당성향에 비춰 론스타는 5000억원에 가까운 배당을 챙기게 된다. 내년 이후로는 하이닉스가 기다리고 있다. 외환은행은 하이닉스 매각에서도 조 단위의 순익을 얻게 될 것이다. 이러저래 앞으로 3년간 배당으로만 1조원은 너끈히 회수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대주주 적격성 여부와 상관없이 론스타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외환은행을 팔 수 있다. 부적격 판정은 곧 주식을 팔라는 주문이다. 적격 판정이면 원래 문제가 없었던 것이니 예정대로 팔면 된다. ‘먹튀’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 국내외에 인수자를 찾기는 크게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그런 만큼 시간이 더 간다고 론스타가 값을 깎아줄 가능성은 작다.

셋째, 국내 은행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외환은행은 이제 돌려받아야 한다. 외환은행은 국제금융업무에서 국내 최강이다. 그런데 론스타는 이런 역량을 키워줄 생각이 별로 없었다. 눈앞의 성과에 급급했다. 미국에 있던 외환은행 영업망을 이런저런 구실로 폐쇄했다. 그래도 아직은 외환은행이 비교적 탄탄한 해외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국제금융의 역량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외환은행을 외국계에 넘기면 가뜩이나 취약한 국내 금융사의 해외 거점망마저 잃게 된다는 얘기다.

넷째, 한국 경제의 대외 이미지도 고려해야 한다. 론스타 등 외국 자본을 둘러싼 과도한 논란은 국익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 국제 금융계가 한국에 대해 반감을 키우는 빌미를 주기 십상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외국 자본의 급격한 이탈로 원화가치가 급락하는 등 한국이 지나치게 당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자존심이나 국민정서에만 기댈 게 아니다. 더 큰 이익을 위해 때로는 숙일 줄도 알아야 한다.

공은 금융위원회로 넘어가 있다. 김석동 위원장은 “4월 안에 결론을 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망가면서 처리하진 않겠다”고도 했다. 사후에 책임이 뒤따를까 결정을 피하는 ‘변양호 신드롬’이 이번에는 없을 것이란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4년 넘게 끌었으면 충분하다. 이미 넘칠 만큼 많은 사회·경제적 비용을 지불했다. 론스타가 대주주로서 적격인지 부적격인지 여부는 큰 문제가 아니다. 다시 법원으로 공을 넘기고 나 몰라라 하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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