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지진, 자연재해→인재(人災)→3차 정책재해 우려

머니투데이 홍찬선 기자 | 2011.04.03 09:13

산케이 다무라 히데오 편집위원, ‘증세’안 비판

일본은 대지진과 쓰나미라는 1차 자연재해에 이어, 초기 대응 미숙에 따른 ‘방사능 누출’이라는 2차 인재(人災)를 입은 데 이어 이번에는 ‘증세(增稅)’라는 3차 ‘정책재해(政災)’에 시달릴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다무라 히데오 산케이 편집위원은 “엄청난 자연재해로 인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며 “경제를 회복시키려면 정부가 재정을 대규모로 풀어야 하는데 오히려 ‘부흥세’를 도입해 증세하려고 하는 것은 3차 정책재해를 야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무라 편집위원의 3차 정책재해론을 소개한다.

이대로라면 3차재해 불가피
“일본 정부에 비상사태라는 인식이 없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몇몇 미국 지인들에게서 이런 지적을 자주 들었다. 무슨 얘기냐고 물어봤더니 다음과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3월11일 오후3시40분, 도호쿠대지진이 발생한 지 약 1시간 뒤에 루이스 주일미국대사는 일본 총리관저에 전화를 걸어 전면지원 의사를 전달했다. 관저에서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24시간 뒤, 미국 정부는 미군의 출동을 정식으로 신청했지만 관저와 도쿄전력은 스스로 수습할 수 있다며 시큰둥했다.

위기의식의 결여와 미숙한 대응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후쿠시마 제1원전 전용의 비상시 대응 핸드북 작성을 이미 마쳤다. 원래는 테러공격 때 사용하는 것으로, 방사능 오염을 견뎌낼 수 있는 전차배치 방법과 후쿠시마 원전 해역에 들어갈 군함의 규모 등, 구체적이고 자세한 기준을 설명하고 있다고 한다.

원전이 이번처럼 지진과 쓰나미로 크게 손상을 입었을 경우에, 초기대응 매뉴얼에 따라 대응해야 마땅했을텐데도 정부와 도쿄전력은 무시했다.

도호쿠대지진은 1차적으로는 자연재해이고, 2차적으로는 무능한 리더에 의한 인적재해(人災)였는데, 이제는 3차재해까지 일어나려고 한다. 바로 정책재해(政災)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대응과 마찬가지로 ‘비상사태’라는 인식 결여가 원인이다.

간 나오토 총리와 다니카키 사다카즈 자민당 총재, 그리고 일본경단련 회장단은 평상시의 감각으로밖에 부흥정책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래리 서머즈 전 미국국가경제회의 위원장은 “일본은 가난하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고 한다. 오랫동안 일본과 교섭을 해왔던 그는 일본의 미숙한 대응이 눈에 띄었을 것이다.

말도 안되는 가장 대표적 예가 ‘부흥증세’ 구상이다. 세금을 올려 부흥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안으로 간 총리, 다니카키 총재, 요메쿠라 경단련 회장 등이 모두 증세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경제가 순조롭게 확대되는 평상시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지금은 소비와 투자가 급격히 줄어드는 비상상황이다. 그렇지 않아도 얇아지고 있는 가계부에 남아 있는 수입과, 생산설비가 파괴돼 수익이 감소되고 있는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는다면 어떻게 될까.

소비자는 액정TV와 신차 구매를 하지 않을 것이다. 매출 감소로 기업은 공장을 폐쇄하고 고용도 줄인다. 바로 증세를 하지 않고 시간이 흐른 뒤 언젠가 증세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똑같은 결과가 나타난다. 따라서 증세하더라도 세수는 오히려 줄어들고 재정적자는 팽창될 것이다.

이미 도쿄 긴자의 백화점에서는 식품 매장을 제외하고는 다른 매장은 파리를 날리고 있다. 변두리에 많이 있는 상가에도 고객수가 반으로 줄었다. 일시적 쇼크로 끝난다면 좋겠지만 정체가 장기화된다면 소비자 심리는 더욱 냉각되고 다시 일어서려는 기업경영자들의 의지와 체력도 소진될 것이다. 취업 기회가 없어진 젊은이들은 미래를 잃는다.

대규모 재정지출 확대를...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언제 안전하게 처리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방사능 오염에 대한 공포가 가시지 않는 터에, 계획정전이 장기화될 게 확실하다. 이럴 때 힘을 내서 물건도 사고 밖에서 외식도 하자고 하거나, 생산을 늘리자고 하소연해야 아무런 효과가 없다.

주저하고 고뇌하는 민간을 대신해서 정부가 투자와 소비를 위해 재정지출을 늘릴 수밖에 없다. 미증유의 비상사태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예상을 훨씬 초과하는 규모로 재정지출을 늘려야 하는데, 간 정권은 재무 관료에게 맡긴 채로 수수방관이다.

정부는 ‘재원의 제약’을 이유로 2011년도 제1차 추경으로 2조엔 정도, 2차 3차 추경을 하더라도 결국 10조엔 정도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규모는 내각부가 최대 25조엔이라고 추정했지만 기업의 설비 피해와 후쿠시마 원전에 의한 피해 및 원전의 폐쇄 및 복구 비용을 고려하면 25조엔의 2배, 3배가 될 수 있음을 각오해야 한다.

미국의 골드만삭스 조사부는 고베대지진과 미국의 카트리나 허리케인 등 ‘세계 5대 재해’ 후의 부흥을 분석한 결과, 정부지출의 확대가 경제의 조기회복을 가져왔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본이 중대한 결의로 대규모 재정지출을 신속히 마련할까. 국제금융시장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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