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칩만 바꿔선 사용 못해
화이트리스트 제도는 휴대전화 가격 거품의 원흉으로도 지목된다. 소비자가 제조사로부터 단말기를 직접 살 수 없는 왜곡된 유통구조로 인해, 제조사와 이통사 간 복잡한 ‘보조금 거래’가 가능해졌다는 지적이다. 단말기를 이미 보유한 소비자를 위한 요금제도 미비하다. SK텔레콤과 LGU+의 경우 가입자가 대리점에서 단말기를 사든 안 사든 요금이 똑같다. KT만 아이폰에 한해 ‘공 단말기’로 가입할 경우 요금(월 4만5000원 요금제의 경우 월 1만7000원 저렴)을 깎아주고 있다.
이로 인해 단말기값과 통신료 인하를 위해서는 블랙리스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는 “막강한 지배력을 가진 통신사들이 단말기 영역에서까지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는 건 문제”라고 꼬집었다. 윤두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애초 화이트리스트 제도를 도입한 건 이동통신산업 초기 국내 단말기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며 “아이폰이 대거 도입되는 등 이전과 상황이 크게 달라져 이젠 제도를 손질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블랙리스트 제도 도입에 긍정적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통신 사업자가 단말기 고유번호를 관리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도 “이미 최시중 방통위원장에게까지 보고가 올라간 걸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화이트리스트 제도에도 단말기 분실 시 관리가 용이한 점 등 여러 장점이 있는 만큼 제도 변화는 균형적인 시각에서 검토해야 할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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