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in스포츠]"크리켓 봐야돼" 印 증시·공장 올스톱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 2011.03.31 16:33

2011 크리켓 월드컵 인도:파키스탄 준결승, 경제 마비

편집자주 | 세계적 스포츠 이벤트는 그 자체로 '머니 스포츠'이다. 메이저리그, 월드컵 축구, 올림픽의 경기장 뒤에선 어마어마한 돈이 흘러 다닌다. 이로인해 스포츠는 때론 독특한 경제현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돈되는 스포츠, 그들의 역학관계를 김성휘기자의 '머니 in 스포츠'에서 파헤친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2011 크리켓월드컵 준결승에서 격돌한 30일(현지시간). 두 나라의 산업현장과 금융시장이 일순 멈춘 가운데 TV 판매가 급증하고 광고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크리켓은 이들 나라에선 '국기'로 통할 만큼 인기가 높다. 한국인이 월드컵 축구에 매료되는 것 이상이다. 게다가 인도와 파키스탄은 분리 당시부터 지금까지 교전이 끊이지 않는 팽팽한 앙숙이다. 이 때문에 이번 준결승은 어느 해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꾀병에 무단결근…회장님도 안 계셔= 이날 상당수 인도 기업이 휴무나 단축근무를 실시했다. 뭄바이 증권거래소는 정상적으로 열었지만 거래는 한산했다.

파키스탄 카라치의 증권거래소는 평소보다 90분 일찍 장을 닫았다. 파키스탄 공공기관은 오후 휴무를 실시했다. 파키스탄 최대 휴대전화 제조사인 파키스탄 모바일, 증권회사 아리프 하비브 등은 휴무를 결정했다.

▲2011 크리켓월드컵 준결승, 인도(푸른 유니폼): 파키스탄(녹색).
무단결근도 속출했다. 일부는 사전에 병가를 냈지만 크리켓 경기를 보기 위한 '꾀병'인 게 뻔했다. 하지만 이를 점검할 인사담당 직원도 출근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회사에 나가는 대신 TV 앞으로 몰려들었다. 인도에서만 약 8000만명이 TV로 경기를 지켜봤다. TV 판매량도 늘었다. 월드컵이 개막한 지난달 19일 10초 당 40만루피이던 TV중계 광고료는 지금 180만루피로 치솟았다.

크리켓 사랑은 직급을 가리지 않았다. 인도의 대표재벌 무케시 암바니는 전용 제트기를 타고 펀자브주 모할리의 경기장으로 날아갔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민감한 다국적 기업들도 이날만큼은 인도 근로자들에게 정상근무를 강요할 수 없었다. 스탠다드차타드, 바르티 악사 등은 인도 직원들이 크리켓 경기를 보도록 허용했다. 코카콜라는 원하는 직원에 한해 오후 휴무를 허용했다.


왕립스코틀랜드은행(RBS) 뭄바이법인 로한 라스라도 외환담당 대표는 트레이딩 룸에서 전반전을 보고 서둘러 근처 식당으로 가 인도팀을 응원했다. LKP 증권, 캐스트롤 인디아 등은 직원들이 인도 크리켓 대표팀 유니폼과 같은 푸른색 옷을 입고 출근하는 것을 허용했다.

◇두바이 건설현장도 스톱= 전세계에 퍼진 인도인과 파키스탄인도 크리켓 열기에 동참했다. 아랍에미레이트(UAE)에서 인도인이나 파키스탄인이 참여하는 비즈니스 회의는 일제히 취소 또는 연기됐다.

두바이의 건설 현장은 일손을 멈췄고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다. UAE의 인도 직원 10명 중 6명은 이런저런 이유로 출근하지 않았다. UAE에서 일하는 인도인과 파키스탄인은 260만명 가량이다.

물론 이 같은 광적인 열기에 볼멘 소리도 나왔다. 취리히 하비브 은행 아부다비 법인의 이마마트 나크비 부사장은 "아주 열광적인 일부는 조퇴를 원했지만 우리는 정상근무를 했다"며 "돈 벌러 여기 왔지 크리켓하러 온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이 은행은 파키스탄계 금융사다. 이날 경기에서 파키스탄이 졌다.

▲맘모한 싱 인도총리(오른쪽)와 유수프 길라니 파키스탄 총리.
한편 이번 경기로 양국 외교관계가 해빙 계기를 맞았다. 2008년 파키스탄 무장단체가 뭄바이에서 인질극을 벌인 뒤 2년 넘게 양국 관계는 얼어붙었다.

유수프 길라니 파키스탄 총리는 맘모한 싱 인도 총리의 초청으로 모할리 스타디움을 전격 방문했다. 두 사람은 원론적인 화해를 언급하는 데 그쳤지만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됐다. 경기 후 성난 파키스탄 팬들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지만 불상사는 없었다.

승리한 인도는 전날 뉴질랜드를 꺾은 스리랑카와 오는 2일 뭄바이에서 결승전을 치른다. 크리켓 월드컵은 4년마다 열리고 올해는 인도· 방글라데시·스리랑카가 공동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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