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방사능 유출, 한국 식품기업엔 "큰 기회"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 2011.04.04 08:17
# 3.11 대지진이후 동원F&B가 일본으로 수출하는 양반김은 3월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0% 이상 늘었다. 원래 일본에서는 기름을 발라 구운 '조미김'은 주력 제품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야키노리'로 불리는 '구운김'이 더 큰 인기를 누렸다.

그나마 동원F&B 양반김보다 현지업체인 산에이노리가 만든 조미김이 대세였다. 그러나 방사능 유출 문제가 불거지며 양반김은 지난달부터 수출규모가 100% 이상 증가하고 있다. 동원F&B는 이런 추세라면 올해 양반김 수출액은 150억원을 돌파하며 지난해대비 5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식품들이 세계시장에서 일본 식품을 빠르게 대체할 것이라는 분석이 식품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방사능 유출 사태로 전 세계적으로 일본 식품에 대한 기피 현상이 확산되면서, 한국 라면이나 생수의 대 일본 수출이 늘어나는 수준 정도가 아니라 한국 식품이 아예 일본 식품의 빈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식품, 세계시장서 일본식품 빠르게 대체할 듯=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방사능 누출로 세계 각국 정부는 속속 일본 식품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중국과 대만은 일본 후쿠시마 등 5개현에서 생산한 식품 수입을 막고 있고, 싱가포르와 태국, 필리핀 등도 일본 식품 수입 제한이나 검역 강화에 나섰다. 이탈리아 등 유럽 일부국가도 일본에서 생산한 식품 수입을 금지하고 있고, 미국이나 러시아도 일본 특정 지역의 유제품이나 농산물 수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전 세계적인 일본 식품 수입금지는 앞으로 확대될 전망이어서 한국 식품업체들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일본 방사능의 식품 유출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고 일본 식품 소비도 전 세계적으로 급감할 수 있다"며 "대신 한국 식품이 이를 대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조짐은 곳곳에서 보인다. 3000억원이 넘는 일본 김치시장에서 종가집김치 같은 한국업체들의 김치 수출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방사능 오염으로 일본 현지업체 제품에 대한 기피현상이 확산될 수 있어서다. 종가집김치 관계자는 "지난해 일본 수출규모는 250억원 정도로 일본 현지업체와 경쟁이 치열했는데 올해는 일본 식품 방사능 문제가 불거지며 수출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산 청과물의 일본 수출도 크게 늘어날 조짐이다. 지진 피해가 큰 일본 동북지역은 토마토와 오이, 복숭아, 딸기 같은 청과물의 주산지인데 4월부터 출하가 시작되지만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산 청과물 수출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일본 내 참치나 미역, 굴 양식장 피해 규모도 수 십 억엔에 달해 이들 품목의 한국산 수출도 확대될 수 있다.

◇중국 등 제3국서 일본업체 따돌릴 수 있어=중국 등 제3국에서도 일본 식품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며 한국 식품이 잘 팔릴 전망이다. 중국 상류층 사이에서 고가에 팔리는 두유가 대표적이다. 정식품 관계자는 "베지밀 브랜드로 중국에서 일본 마루산 같은 업체와 경쟁하고 있는데 앞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베지밀 선호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정식품은 중국에 현지 판매법인을 세우고 올해 10억원, 내년에 30억원으로 수출규모를 빠르게 늘릴 계획이다.


김이나 미역 등 해조류 식품도 일본과 중국 공략이 한결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다시마나 미역 같은 해조류 식품의 대 중국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1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경쟁사인 일본업체들이 수출에 나설 엄두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원F&B 관계자는 "조미김의 지난해 대 일본 수출액은 100억원, 중국 수출은 6억원이었는데 이번 쓰나미 피해로 일본 내 김 양식장 피해가 크고 방사능 유출 문제까지 불거진 만큼 올해는 수출액이 50% 이상 늘 수 있다"고 했다.

농수산물유통공사 관계자도 "지난해 일본은 수산물과 조미료, 주류, 견과류, 스낵류 등 총 6억달러어치를 중국에 수출했다"며 "반면 한국 식품 수출규모는 4억5000만 달러 정도인데 일본산과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앞으로 한국산이 일본산을 대체할 수 있다"고 했다.

유럽 등에서도 어류와 가공식품류 같은 한국 제품이 일본산을 제치고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 주요 10개국에서는 일본산 수산물과 농산물, 가공식품 등을 지난해 20억달러어치 이상 수입했는데 이중 상당부분이 한국산으로 바뀔 전망이다.

◇일본산 대체할 품목, 현황 파악 급선무=한국 식품의 수출 확대를 위한 우회 지원도 절실하다. 우선 농수산물유통공사 등이 주축이 돼 세계 각국에서 일본 식품과 경쟁하는 한국 식품 현황 파악이 급선무다.

전문가들은 "방사능 유출이후 라면이나 생수 등 한국 식품기업의 대 일본 수출이 늘어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아시아 식품업계의 판도 변화가 기대된다"며 "한국 식품기업이 새로운 수출 루트를 뚫을 수 있도록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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