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지표 악화에도 오른 이유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 2011.03.30 08:54
29일(현지시간) 증시는 전날과 반대로 전약후강의 모습을 보였다. 부진한 경제지표에 약세로 출발했으나 곧 플러스권으로 진입해 장 막판까지 꾸준한 오름세를 보였다.

반얀 파트너스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로버트 파블릭은 "전날 매도세를 뒤이은 '팔자' 주문이 많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시장에 약간의 신뢰가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증시 재료라고 할만한 경제지표는 실망스러웠다. 미국 주요 20개 주요도시의 주택가격을 종합하는 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 지수는 연율로 3.1% 떨어진 140.86으로 집계되며 2009년 저점 부근까지 내려갔다. 콘퍼런스 보드의 3월 소비자 신뢰지수도 63.4로 올들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제지표가 부진했음에도 증시가 오른 것은 이번주 금요일(4월1일) 3월 고용동향 발표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매도를 꺼렸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투자 전문 사이트 더스트릿닷컴은 "오늘 발표된 경제지표는 부진했지만 투자자들은 3월 고용동향이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오늘 지표에서 눈을 돌렸다"고 해석했다.

LPL파이낸셜의 이코노미스트인 존 커낼리도 "시장이 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 지수와 소비자 신뢰지수에 반응하지 않은 것은 30일부터 공개되는 고용지표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30일에는 ADP의 3월 민간고용 동향이 나오고 31일에는 주간 실업수당 신청건수가, 4월1일에는 노동부의 3월 고용동향이 발표된다.

커낼리는 또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집계하는 소비자 신뢰지수는 떨어졌지만 소비자 지출 자체는 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무엇을 말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옛말이 있다"며 콘퍼런스 보드의 소비자 신뢰지수는 하락했지만 유통업체의 주간 동일점포 매출액은 0.2% 늘어났다고 밝혔다.

주요 고용지표 발표를 앞둔데다 리비아전과 일본 원전 사태가 계속되고 있어 투자자들은 이날도 선뜻 매매에 나서려 하지 않았다. 전날 거래량이 올들어 최저 수준을 기록한데 이어 이날 거래량은 올들어 2번째로 적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NYSE 아멕스, 나스닥시장의 거래량은 62억주로 지난해 일평균 거래량 84억7000만주에 크게 못 미쳤다.

랜드콜트 트레이딩의 매매 이사인 토드 쇼엔버거는 "1분기 말 포트폴리오 내 자산 재조정에 들어간 기관 투자가를 제외하고는 매매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며 개인 투자자들은 리비아전과 일본 원전 사고, 유가 상승, 인플레이션 등으로 "추가 매수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매일 TV에서 보는 것은 가솔린 가격이 올랐고 리비아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일본은 원전 사고로 혼란스럽다는 것뿐"이라며 "게다가 증시는 3월 들어 거의 오르지 못해 소비자 신뢰지수가 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쇼엔버거는 이날 증시 상승의 원인을 부진한 경제지표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차 양적 완화 프로그램을 예정대로 6월말까지 계속할 것이란 믿음이 확고해졌다는 점에서 찾았다.

그는 "소비자 신뢰지수와 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 지수는 주가를 떨어뜨릴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됐지만 FRB가 뒤에 버티고 있는 한 부진한 경제지표는 긍정적일 수 있다는 판단이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지적했다.

'강세장은 우려의 벽을 타고 올라간다'는 말이 있듯이 시장에 불확실성과 걱정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주식이 긍정적이란 의견도 나왔다. WNB 프라이빗 클라이언트 서비스의 창업자인 믹키 카길은 "주식시장에 대한 확신이 공고하다면 조정이 필요한 때이고 반대로 시장에 두려움이 있다면 투자할 기회"라고 말했다.

카길은 경제 회복의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된다며 대형주를 추천했고 일본 원전 사고로 천연가스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천연가스 사업을 하는 캐터필러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일본 원전 사고로 천연가스를 이용한 전력이 늘어날 것"이라며 "현재로선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통신주가 1.5% 오르며 전날에 이어 가장 수익률이 좋았다. 통신산업내 인수·합병(M&A)에 대한 기대가 상승 촉매가 됐다. 유가 상승으로 에너지 관련주가 올랐고 소재업종도 상승을 주도했다. 에너지 관련주 가운데 BP는 2.7% 하락했지만 핼리버턴, 슐럼버거, 체사피크 에너지 등이 올랐다.

주택 수리용품 판매업체 홈 디포가 10억달러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혀 3% 상승하고 아마존이 클라우드 기반의 음악 서비스를 출시해 3% 가량 오르며 증시 랠리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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