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 원조 '역외펀드'...사실상 '멸종'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 2011.03.30 07:05

4년전 14조에서 지금은 1조2531억원...투자메리트↓ 판매사 판매중단

"역외펀드(Off shore Fund)는 더 이상 판매하지 않습니다. 굳이 해외에 투자하고 싶다면 쉽고 저렴한 해외펀드(On shore Fund)로 하시죠."

해외투자 펀드의 시조격인 역외펀드는 아예 폐업 상태에 놓였다.
은행, 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들은 기존 역외 펀드조차 판매를 중단하고 상품 진열대에서 빼 버리고 있다.

◆4년 채 안돼 10분의 1토막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현재 25개 역외펀드 판매사의 순자산 규모는 총 1조2531억원으로 전월대비 581억원(4.43%), 전년동기대비 3466억원(21.57%) 감소했다.

역외펀드란 국내에서 설정되는 해외 펀드와 달리 외국 운용사가 해외에서 설정해 운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1996년부터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한 역외펀드는 개인투자자들이 해외주식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유일한 금융투자상품이었다. 2005년 피델리티자산운용, 템플턴자산운용 등 외국계 운용사들이 공격적으로 역외펀드를 출시하면서 전성기를 맞았고, 2007년 4월에는 시장규모가 약 14조원까지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2007년 6월 해외펀드에만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면서 역외펀드는 말 그대로 '찬밥신세'로 전락했다. 14조원에 달했던 순자산은 2007년말 8조9266억원으로 감소했고, 2008년말에는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1조원대(1조9400억원)로 급감했다.

글로벌 증시가 빠르게 회복된 2009년에도 자금이탈은 계속돼 순자산 규모는 2009년말 1조7214억원으로, 지난해말에는 1조311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3년 9개월만에 시장규모가 10분의 1로 급감한 것이다.

업계관계자는 "역외펀드는 해외투자 펀드의 대중화를 이끈 상품이었지만 2007년 해외펀드 비과세 조치로 상대적인 투자 메리트가 떨어지면서 시장규모가 급격히 축소됐다"며 "당시 역외펀드 가입자들이 세제혜택이 주어지는 해외펀드로 많이 갈아탔다"고 밝혔다.

◆투자자 관심 밖··헤지펀드 등으로 특화될 것


역외펀드는 지난해 해외펀드 비과세 폐지로 역차별이 사라지자 옛 명성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금이탈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수익률, 보수, 변별력 등 상품 경쟁력 측면에서 해외펀드보다 뒤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권 밖으로 벗어난 탓이다.

실제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역외펀드의 연초이후 단순 평균수익률은 -1.73%로 해외펀드 평균(-1.56%)보다 부진한 상태다. 이에 반해 총 보수는 투자금액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역외펀드가 평균 2~3%대로 해외펀드 평균(2%)보다 최고 1%포인트 가량 비싸다. 특히 해외펀드는 지난해부터 매년 판매보수가 낮아지는 체감식 보수체계(CDSC)가 적용돼 장기투자시 더욱 저렴하다.

증권사중 가장 많은 역외펀드를 취급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해외펀드에 CDSC가 도입된 이후 역외펀드의 보수가 상대적으로 비싸졌다"며 "게다가 그동안 해외펀드의 종류가 나라별 섹터별로 다양해져 사실 역외펀드가 설자리를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중국 긴축, 유럽 재정위기, 중동 정전불안 등 글로벌 증시불안이 지속되고,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진 점도 역외펀드의 자금이탈 요인으로 꼽힌다. 역외펀드는 거의 대부분이 환노출 상품이다.

업계관계자는 "금융위기를 계기로 해외투자 펀드의 환헤지가 문제가 되면서 환노출 상품은 아예 꺼리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더욱이 최근에는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문의 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역외펀드의 투자 메리트가 떨어지자 펀드 판매사 대부분은 상품 라인업에서 역외펀드를 빼고 판매를 중단한 실정이다. 지난해 말까지 12개의 역외펀드를 취급했던 메리츠증권은 현재 단 한개만 유지하고 있고, 우리은행은 18개에서 9개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한국씨티은행, 한국투자증권 등도 지난해보다 10개 이상 상품 수가 감소했다. 1월 말 현재 펀드 판매사들이 취급하고 있는 역외펀드는 총 881개로 작년 말 대비 32개나 줄었다.

서형종 메리츠종금증권 팀장은 "최근엔 판매사나 운용사 입장에서 역외펀드보다는 해외펀드를, 해외펀드보다는 상대적으로 성과가 좋은 국내 주식형을 밀고 있다"며 "변별력이 떨어진 역외펀드는 앞으로 헤지펀드나 PEF(사모주식펀드), 절대수익추구형펀드등 외국 운용사들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상품들로 특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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