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봉 암벽 오르는 '칠순 CEO'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 2011.03.29 09:48

[CEO&LIFE]박성래 동익건설 회장 "주택 외길인생 33년…산타며 인생배워"

편집자주 | 박성래 동익건설 대표이사 회장(69)은 칠순을 앞뒀지만 요즘도 주말이면 암벽등반에 나선다. 가장 즐겨찾는 곳은 북한산 인수봉. 인수봉은 암벽등반 마니아들에겐 '메카'로 불린다. 산 아래쪽 화강암 둘레만 500m, 높이는 200m에 달한다. 인수봉을 오르는 정식 바윗길은 57개에 달한다. 이중 백미는 단연 '빌라길'이다. 난이도가 가장 높아 젊은 클라이머에게도 벅찬 코스다. 박 회장은 요즘도 빌라길 암벽등반을 감행한다. 박 회장의 암벽등반 경력은 30년이다. 베테랑이지만 산을 얘기할 때면 늘 겸손하다.


- 등산처럼 안전과 원칙우선
- 무차입 내실경영으로 생존
- 외환위기때 해고 직원 '0'
- 고층아파트 개발 첫 시도


↑인수봉 암벽등반을 하는 박성래 동익건설 회장.

 "나이들수록 등산은 인생하고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급하게 가려고 길이 아닌 곳으로 가거나 욕심을 부려 무거운 짐을 싸들고 가면 힘들 수밖에 없죠. 천천히 묵묵히 가야 합니다. 정상에 오르면 어떤가요. 내려갈 일만 남은 거죠. 산은 오를 때보다 내려갈 때 더 조심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죠."

 그는 등산을 통해 얻은 건강 덕분에 지금껏 잔병치레 없이 지냈다. 사내 등산동아리 '써미트'를 만들기도 했다. 박 회장은 암벽등반을 하다 아찔한 순간을 맞기도 했다.

"늦은 가을, 인수봉 뒷길로 암벽을 오를 때였죠. 바위에 난 철쭉을 잡았는데 정석대로 위에서 아래로 휘감듯 움켜쥐지 않고 무심코 잡았더니 손에서 미끄러져 추락했어요. 다행히 밑에 있던 나무에 몸이 걸려 살았죠. 아래를 보니 120m 낭떠러지더군요."

 이를 계기로 박 회장은 늘 안전과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는 "1년에 한번 직원들과 1주일 코스로 등산을 했는데 몇몇 직원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등반하는 걸 보고 위험하다고 느껴 다음해부터 중단시켰다"고 말했다.

↑박성래 동익건설 대표이사 회장.
 안전 우선주의에 대한 박 회장의 성격은 경영철학에도 묻어난다. 동익건설은 은행차입을 거의 하지 않는다. 동익건설은 외형확대보다 내실에 집중한 덕분에 1978년 주택건설면허를 받은 수백개 회사 가운데 지금까지 살아남은 단 2개 회사 중 한 곳이다.

 물론 박 회장도 경기가 좋을 때면 은행으로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급보증을 받아 아파트 건설을 확대해 외형을 늘리고 싶은 유혹에 흔들리기도 했다. 그는 "집 짓는 사람은 집을 잘 지어서 입주자들에게 좋은 얘기 듣는 게 제일 행복하죠. 분수에 맞게 행동하려고 해요. 욕심 낼 이유가 없습니다."


 박 회장은 주택건설 외길인생 33년을 걷는 동안 보수적인 경영원칙을 고수한 덕분에 외환위기를 겪는 중에도 단 1명의 직원을 해고하지 않았다. 그는 이 점을 경영자로서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동익건설은 아파트 개발사업의 효시로 평가받는다. 박 회장은 1985년 서울 쌍문동 일대 다세대주택을 재개발하는 과정에서 고층아파트 건축을 추진했다. 토지 소유자들은 좋은 주택을 얻고 시공사는 분양물량을 받아 수익을 내는 구조다. 지금 보면 당연한 얘기 같지만 당시엔 '아이디어'였다.

 그는 "5층 이하 주택만 짓던 시절이었는데 처음으로 15층 아파트를 건설했고 분양을 통한 수익구조를 만들었다"며 "그 이후로 대형 건설사들이 아파트 개발사업에 뛰어든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부동산정책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 그는 "불필요한 규제가 너무 많아서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왜곡할 뿐 아니라 정책에 일관성이 없어 수요자나 공급자들의 혼란만 가중시킨다"며 "결국 가격급등을 야기해 서민층의 내집 마련 기회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해외진출의 꿈을 그리고 있다. 미국 맨해튼 인근에 아파트 개발사업을 검토 중이다. 그는 "국내 아파트 평면구조 기술이나 시공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미국 부동산시장은 금융위기로 거품이 빠졌기 때문에 입지를 잘 선택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1974년 동익건축사사무소를 차린 뒤 1978년 동익건설을 설립, 본격적으로 주택사업에 진출했다. 지난 2월 대한주택건설협회 서울시회 제7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경희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환경과학대학원을 수료했다.
↑인수봉을 오르는 박성래 동익건설 대표이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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