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집투성이 한컴? "기술력 놀라울 따름"

머니투데이 대담=윤미경 정보미디어부장, 정리=강기택 기자, 사진=이동훈 기자 | 2011.04.04 06:48

[머투초대석]무차입경영·현금결제 실현한 이홍구 한컴 사장 "올 매출 545억 목표"

한때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는 한국 정보기술(IT)산업의 '보석'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9번 주인이 바뀌는 풍파에 시달리면서 횡령, 배임, 상장폐지 등으로 한컴의 이미지는 온갖 흠집이 생겼다.

그러다보니 지난해 9번째로 새 주인이 된 소프트포럼에 대한 세간의 시선도 그다지 곱지 않았다. 이를 의식한 듯 소프트포럼은 과거 대주주들과 달리 한컴을 새롭게 경영한다는 차원에서 최고경영자(CEO)를 공모했다.

이 과정을 통해 선임된 사람이 바로 이홍구 사장(56)이다. 대주주와 일면식도 없는 탓에 무려 10여 차례 까탈스러운(?) 면접을 거쳐야 했다는 이홍구 사장. 취임 3개월 만에 한컴의 성장에 확신을 갖게 됐다는 그를 직접 만나 한컴의 미래를 들어봤다.

↑ 이홍구 한글과컴퓨터 사장은 "한국 SW산업의 아이콘이 되겠다"며 다부진 포부를 드러냈다. ⓒ이동훈 기자 photoguy@
#과거와 단절하기
 
외국계 IT기업에서 30년간 몸담았던 그가 한국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SW)기업 '한컴 사장'에 응시했다는 사실이 문득 궁금해졌다. 그의 답은 이랬다.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면서 한국제품들을 수출하는 역할을 주로 하는 등 나름 우리 경제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해왔지만 가슴 한편엔 늘 허전함이 있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한국적인 기업에서 내가 쌓은 경험을 쏟아붓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때마침 한컴 사장을 공모한다기에 응모했다."
 
대주주와 일면식이 없어서 서로 탐색하는데 한참이 걸렸다고 한다. 서로의 탐색전(?)이 한창일 때 이 사장은 그동안 한컴이 공시한 내용을 모조리 찾아서 읽었고 '내가 대표이사를 한다면 어떤 성장과 발전을 이룰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한다. 사장이 되기 전부터 회사의 성장부터 고민한 셈이다.
 
이런 숨은 노력이 통한 걸까. 그는 지난해 12월 한컴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이제 회사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지 않았을까 싶어 "한컴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그랬더니 "3개월 동안 일해보니 밖에서 공시를 보면서 한컴에 대해 학습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저력을 가진 회사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사장이 됐으니 당연한 대답이 아닌가 싶었는데 그는 대뜸 "수없이 주인이 바뀌면서도 한컴이 이렇게 사업을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기술력에 있었다"면서 "내가 생각한 것보다 한컴은 훨씬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됐고, 앞으로 이것은 한컴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홍구 사장의 말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과거 한컴의 주인들은 인수·합병(M&A) 등 외부 재료로 기업가치를 높이려다 실패했다. 그러나 그는 내부에서 성장엔진을 가동할 작정을 하고 있었다. 이 사장은 "'한컴오피스'는 물론 '씽크프리'는 매우 우수한 제품"이라며 "이 제품들만 잘 다듬어도 충분히 새로운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기에 앞으로 이런 내부의 원석을 보석으로 만드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재를 키우는 일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 사장은 "SW기업은 사람이 핵심역량"이라며 "주인이 바뀌는데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동요 없이 일해준 것이 경영에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이 사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안정된 재무구조를 꼽았다. 이 사장은 취임 후 금융권 부채부터 모두 갚아 1월13일자로 무차입경영을 실현했다. 그는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무차입경영이라는 원칙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결연하게 말했다.

 
8년 연속 흑자경영과 25%를 웃도는 영업이익률, 500% 이상의 유동자산비율 등 꾸준한 실적과 탄탄한 재무구조는 중소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한컴이 4월1일부터 협력업체들에 100% 현금결제를 해줄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은행에 저금리로 맡겨두느니 협력사들에 현금결제를 해서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클린경영'을 실천하겠다는 이 사장의 생각이다.

#내부에서 성장엔진 찾는다
 
한컴의 올해 경영전략은 '20-20-20'이다. 전체 매출, 모바일매출 비중, 해외매출 비중 등 각 부문에서 20%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매출 545억원, 영업이익 170억원이 목표다. 이 사장은 "한컴은 올해로 창립 21년을 맞는데 매출 500억원을 넘긴 적이 없다"며 "그러나 현 추세로 봤을 때 올해는 목표달성을 기대해도 좋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자신의 경영목표가 허언이 되지 않도록 주단위로 실적을 체크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매출에만 집착할 생각은 없단다. 이 사장은 "수익이 나지 않는데도 매출확대 차원에서 벌여놓은 사업들은 2월 말로 대부분 정리했다"며 "앞으로 모든 에너지를 본업에 쏟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한컴이 더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주력사업과 관련없는 신규사업은 되도록 지양할 방침임을 밝혔다.

ⓒ이동훈 기자 photoguy@
이런 차원에서 주력제품인 '한컴오피스 2010' 세컨드 에디션(프리미엄제품)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씽크프리'의 스마트폰, 태블릿PC 탑재에 박차를 가하고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의 오피스 솔루션 등도 선보일 방침이다. '한컴오피스'와 '씽크프리' 신제품의 해외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모바일 오피스 서버사업도 해외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 중이고 해외진출 지역을 늘려나가는 것 역시 고려 중이다. 이 사장은 "많은 이가 '씽크프리'를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오피스제품 정도로 생각하지만 클라우드 컴퓨팅에 맞춰 서버형으로 지원하는 제품군을 보유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을 만한다"며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유럽지역 포털사업자인 1&1에 '씽크프리' 서버제품을 납품했고 클라우드 솔루션, 모바일 솔루션 등 여러 '씽크프리' 제품을 해외에 팔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새로 도전하는 전자책(e-Book)분야도 한컴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넘어야 할 장벽, 이미지 개선
 
한컴은 지난해 매출 472억원, 영업이익 108억원, 순이익 5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모진 풍파로 한컴의 이미지는 흠집이 많이 나 있다. 한컴에 대한 이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는 사업에서 성과를 내는 것과 함께 이 사장에게 넘어야 할 장벽이 되고 있다. 때문에 그의 과제는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직원과 투자자, 고객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신뢰를 얻는 것이다. 그 역시 새로운 대주주와 최고경영자(CEO)를 바라보는 외부의 차가운 시선을 모르지 않는다. 처음 직원들과 면담했을 때 냉소어린 반응들도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렇지만 하루아침에 훼손된 것들을 바로잡을 수는 없다.
 
이 사장은 "이미 공개한 전략과 목표들을 하루하루 소걸음으로 우직하게 실천해 보이겠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5억8500만원어치(전체 지분의 0.05%)의 자사주를 매입한 것 역시 의지의 작은 표현이다. 그는 외국계 기업 CEO일 때와 달리 한국 SW산업의 상징인 한컴을 지켜보는 눈길이 많은 까닭에 더욱 성공적으로 회사를 경영해 한 남자로서 직업인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지금까지 지켜온 명예를 이어가고 싶다는 심정도 털어놨다. 이 사장은 "한컴을 명실상부한 한국 SW산업의 아이콘으로 포지셔닝하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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