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 쓰나미' 해외펀드 15개월간 10.7조 이탈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엄성원 기자 | 2011.03.24 11:13

최근 53일째 순유출 최장기간 환매 경신...글로벌 시장불안·손실상계 종료로 환매 지속

해외 주식형펀드의 환매 행진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 들어 하루도 빠짐없이 자금이탈이 계속돼 최장기간 환매기록마저 경신했다. 향후 전망도 어둡다.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 일본 대지진 등 글로벌 시장불안이 계속되고 있어 환매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53일 연속 환매..최장기록 경신
24일 금융투자협회 및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해외 주식형펀드에선 93억원이 빠져나가며 순유출 행진이 53거래일째 이어졌다. 이는 금융투자협회가 펀드 자금 유출입 통계를 시작한 2006년 6월 이후 최장기 자금 이탈 기록이다. 이전 기록은 2009년 9월10일~11월23일의 52일이다.

이 기간 순유출된 금액은 1조7517억원에 달한다. 이는 52일 연속 자금 순유출이 이어졌던 2009년 9월~11월의 1조5154억원을 2000억원 이상 웃도는 규모다.

중국 등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들의 자금 이탈이 두드러졌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브릭스(BRICs) 지역펀드 모두가 자금 이탈을 기록했다. 중국펀드에서 가장 많은 5984억원이 순유출됐으며 인도펀드(362억원)와 브라질(118억원), 러시아(158억원)에서도 일제히 자금이 빠져나갔다.

해외펀드를 운용 중인 전체 40개 자산운용사 중 8곳만이 자금 순유입을 기록할 정도로 자금 이탈 움직임이 거셌다. 운용사별로는 브릭스펀드에 강점을 갖고 있는 슈로더투자신탁운용에서 가장 많은 6174억원이 이탈했다.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4566억원, 신한BNP파리바 2989억원순으로 자금이탈 규모가 컸다.

펀드별로는 1000억원 이상 자금이 이탈한 5개 펀드가 모두 브릭스지역 펀드에서 나왔다. '슈로더브릭스 자A- 1(주식)'에서 가장 많은 2536억원이 빠져나갔다. 같은 모펀드에 속해 있는 '슈로더브릭스자E(주식)종류C 1'이 2076억원으로 자금 이탈 2위에, '미래에셋인사이트자 1(주혼)종류A'가 1732억원으로 3위에 각각 올랐다.

해외 주식형펀드의 자금 이탈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글로벌 증시 회복과 함께 투자자들의 환매 행렬은 거듭되고 있다. 지난해 연초 이후 305거래일 동안 해외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순유입 된 날은 11일에 불과하다. 이 기간 자금 순유출 규모는 10조6695억원에 달한다.

◆성과부진·비과세폐지 영향..당분간 환매지속

해외 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탈이 끊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금융위기이후 국내에 비해 수익률 회복 속도가 더디기 때문이다.

실제 23일 기준 국내 주식형펀드의 최근 3년 평균수익률은 28.76%를 기록 중인 반면 해외 주식형펀드는 3.69%에 그치고 있다. 특히 프런티어마켓펀드(-43.36%), 일본펀드(-33.86%), 러시아펀드(-34.55%), 유럽신흥국펀드(-17.52%) 등은 아직까지도 두 자릿수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연구원은 "더딘 수익률 회복에 지친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 국내 주식형펀드로 갈아타거나 주식 직접투자, 주가연계증권(ELS) 등 단기성 투자로 돌아서고 있다"고 밝혔다.

비과세 폐지로 해외 주식형펀드의 투자 메리트가 떨어진 것도 수급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부터 해외 주식형펀드는 소득 발생시 15.4%의 이자소득세를 내야한다. 국내 주식형펀드에 비해 세금 부담이 커지자 신규자금 유입이 급감, 순유출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 중국 경기둔화, 일본 대지진, 중동 정전불안 등 꼬리를 잇는 해외시장의 불확실성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계웅 신한금융투자 펀드연구원은 "금융위기이후 글로벌 증시도 많이 회복되기는 했지만 불안요인들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의 환매 고민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해외 주식형펀드의 환매 행진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불안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올해로 해외 주식형펀드의 손실상계도 종료되기 때문이다. 정부당국은 2009년 해외펀드의 비과세 혜택을 종료하는 대신 비과세 기간 동안 손실을 본 투자자들에 한해 원금회복 때까지 손실상계 방식으로 세금을 걷지 않기로 했다.

업계관계자는 "해외펀드의 손실상계가 올해로 종료돼 어느 정도 원금을 회복하면 환매하려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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