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수상작은 '복권'

머니투데이 김건우 기자 | 2011.03.24 08:00

[엔터&머니]김건우 기자의 영화낚시

편집자주 | '음악·영화·드라마·뮤지컬·게임…' 엔터테인먼트는 우리 삶에 점점 깊숙이 침투하고, 한류열풍은 전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하지만 '산업'으로서의 엔터는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한국의 엔터테인먼트를 이끄는 기업과 돈, 스타의 운명적 만남. 그 궁금증을 머니투데이 엔터산업팀이 하나둘 풀어본다.

"아카데미상은 흥행보증수표? 복불복"

아카데미상이 국내에서 흥행 보증 수표이던 시절이 있다. 지금도 흥행을 보장해주진 않아도 영화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는 큰 효과가 있는 게 사실이다.

3월 한국의 극장가는 '아카데미 훈풍'에 휩싸였다.
2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킹스 스피치는' 개봉 6일 만에 누적관객 30만명으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킹스 스피치'는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개 부문의 트로피를 차지했다.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블랙스완'은 15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배급사 입장에서는 흥행 성적보다 실제로 돈을 버느냐가 더 중요하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수입가격이 싸야 한다.
작품성에 흥행까지 보장된 작품이라면 비쌀 것 같다. 하지만 수입가격은 '복불복', 아카데미 상과 수입가격은 관계가 없다.

대부분 수상 훨씬 이전에 수입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아카데미 수상작을 건지는 것은 '복권'에 당첨되는 것과 같다.

외화 수입은 시나리오 단계, 감독과 배우가 결정된 프리 단계, 촬영 단계 등에서 이뤄진다. 작품이 완성돼 갈수록 흥행 가능성을 점칠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간다. 이 때문에 아카데미 수상 뒤에 영화를 수입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보통 외국 영화의 수입가격은 대략 4~5억원이다(블록버스터 영화 제외). 올해 아카데미 수상 영화도 최고 5억원을 넘지 않는다.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킹스스피치'는 22억 5393만원, '파이터'는 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113억원으로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 '블랙스완'은 20세기 폭스 코리아가 직접 배급한 영화다. 본사에서 영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매출의 일정 부분을 로열티 명목으로 지불한다.


외국영화의 극장 배분율은 배급사와 극장이 6:4다. '킹스스피치'의 배급사는 약 13억원, '파이터'는 6억원을 배급사가 가지고 간다. 여기에 수입가보다 많은 광고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에 실제 손익분기점은 높은 편이다.

그렇다면 이들 영화를 좀 더 저렴하게 수입할 방법은 없을까?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의 3분의 1에 불과한 외국영화를 나도 수입해볼까라는 욕심이 든다.

수입 관계자가 밝힌 비결은 '부지런함'에 뛰어난 '감'이다. 시나리오 단계에서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영화를 선택할 때 수입가격은 내려간다. 주식으로 따지면 저평가된 주식을 발굴하는 격이다.

'킹스 스피치'는 제작비 1500만 달러의 저예산 영화다. 메이저 회사에서 투자를 거절당해 영국영화진흥위원회(UKFC)로부터 투자를 받아 완성됐다. 또 지금까지 두 작품 밖에 하지 않은 신생 제작사라는 점도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킹스 스피치'는 이런 약점에도 과감히 수입을 결정해 평균보다 조금 낮은 가격에 수입을 할 수 있었다.

수입사 관계자는 "한국 수입사들의 경쟁이 치열해 좋은 영화를 저렴하게 수입하려면 시나리오 단계에서 선택해야 한다"며 "아카데미 수상을 예상하고 수입하는 영화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카데미 상이 꼭 흥행과 연결되는 건 아니다. 지나치게 진지하고 지루하다면 관객의 관심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06년 작품상을 수상한 '크래쉬'는 15만명 2008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6만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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