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미각이 전하는 남도의 봄소식…섬진강은 지금 '花氣애애'

머니투데이 최병일 기자 | 2011.03.31 11:47

구례ㆍ광양ㆍ하동까지, 봄 꽃길 따라 떠나는 맛있는 여행

맵싸한 꽃샘추위도 봄꽃의 만개(滿開)를 가로막지는 못한다. 산수유, 매화, 벚꽃 등 화사한 봄꽃무리를 즐기러 가족, 연인과 함께 떠나보는 건 어떨까. 따스한 봄볕아래 사적지도 답사하고, 현지 별미까지 곁들이는 여행. 남도에서 시작된 꽃향기를 따라 봄의 맛있는 기운을 받으러 떠나가 보자.

▲노란 꽃잎이 인상적인 산수유

◆ 샛노란 산수유, 고즈넉한 상위마을을 휘감다
무채색 일색의 겨울 풍경에 질린 도회 사람들에게 봄꽃만큼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봄을 기다리는 상춘객들의 마음은 일찍부터 섬진강으로 촉각을 뻗치고 있다. 따스한 봄볕이 내려앉은 섬진강가에는 겨울의 자취를 말끔히 털어낼 봄꽃이 무리지어 꽃불을 터뜨리고 있다.

섬진강을 굽어보는 지리산 자락. 구례의 봄꽃은 산수유다. 구례 산동면이 산수유 군락지로 유명하다. 산동면 계척마을에는 1천 년 전 중국에서 처음 들여온 우리나라 최초의 산수유 시목(일명 할머니나무)을 볼 수 있으며 산수유테마파크와 온천도 즐길 수 있다. 산수유 꽃 하나는 엄지손톱만 하지만, 한 그루에 수만 송이가 한꺼번에 피면 비할 데 없는 장관을 이룬다.

산동면에서도 산수유 명소로 알려진 곳은 지리산 만복대(1433m) 서남쪽 기슭의 상위마을. 지금 이 마을은 샛노란 구름이 내려앉은 그림 속 세상이 됐다. 이즈음에는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고, 계곡의 물색도 연초록으로 빛난다. 2월 중순부터 망울을 터뜨리는 산수유 꽃은 겉 꽃잎과 속 꽃잎, 두 차례에 걸쳐 꽃잎이 열리기 때문에 4월 초까지 비교적 오래 감상할 수 있다.

▲암자에 걸쳐 있는 사성암

◆ 드넓은 구례 평야가 한눈에, 오산 사성암
구례군 문척면 죽마리에 위치한 오산(531m) 정상의 사성암도 구례 여행에서 빠뜨릴 수 없는 곳. 드라마 '추노' 촬영지로 유명해진 사성암은 오산 꼭대기 기암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작은 암자다. 원효, 의상, 도선, 진각 등 네 명의 고승들이 수도를 했다고 해서 사성암이라 이름 붙었다.

산꼭대기에 있고 경사가 워낙 심하지만 진입로 입구부터 왕복 마을버스가 운행하기 때문에 접근이 쉽다. 버스에서 내려 절집 앞마당에 서면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과 소설 '토지'의 무대인 구례 들녘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순식간에 풀어지는 느낌이다. 풍경소리 그윽한 봄날의 절집 풍경을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다.

◆ 눈부신 한 폭의 산수화…섬진강 벚꽃 길
산수유의 합주로 한껏 흥을 돋운 꽃 타령은 구례에서 하동으로 이어지는 섬진강변의 벚꽃이 이어받는다. 섬진강에서 피워 올린 매화가 산수유에게 다시 벚꽃에게 바통을 넘기면서 봄이 깊도록 끝나지 않을 꽃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구례에서 하동으로 가는 19번 국도는 섬진강과 함께 흐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뽑힌 바로 그 꽃길이다. 한 폭의 아름다운 산수화 같은 이 길은 사철 흐름을 멈추지 않는 섬진강과 함께 달린다. 목적지를 향해 내달리는 자동차와 달리, 섬진강은 흐르는 듯 멈춘 듯 조용히 남으로 흘러간다.

벚꽃이 아직 만개하지 않은 섬진강변에는 자동차도 사람도 드문드문, 유장한 강물만 흘러갈 뿐이다. 번잡하지 않을 때, 십리 벚꽃 길로 유명한 섬진강 옆 쌍계사 산책길을 느긋이 걷고 싶어진다.

'아랫마을 하동사람, 윗마을 구례사람'이 만나는 화개장터에는 각종 산나물부터 고로쇠 물까지 지리산 특산물이 모두 나와 있다. 많이 알려져서인지 예스런 분위기는 많이 탈색됐지만 여전히 풋풋한 시골 정을 느낄 수 있다.

▲향이 그득한 홍매화

◆ 섬진강 건너 지리산 자락의 매화마을
국내에서 매화로 가장 유명한 곳이 광양 다압면의 섬진마을. 강을 내려 보는 산자락의 청매실농원(061-772-4066)에서 잠시 다리품을 쉰다. 매실명인 홍쌍리 여사(사진)가 일군 이곳은 온통 매화세상이다. 아직 '꽃 멀미'가 날 정도로 지천은 아니지만, 은은한 향기가 코를 간질인다.

마치 화선지에 물감 번지듯 매화가 화르르 퍼지고 있다. 매화의 열매, 매실을 이용한 장아찌 된장 고추장 등 3,000개에 육박하는 장독과 대나무 숲, 섬진강이 한 폭의 그림처럼 조화를 이룬다. 상춘객을 위해 마련된 간이식당에서 고소한 부침개에 매실막걸리로 건조해진 목을 씻어 내니 왜 그렇게 많은 시인들이 섬진강에서 시흥을 돋웠는지 절로 깨닫게 된다.


▲홍쌍리 농원의 모습

유례없는 한파와 꽃샘추위 탓일까. 올해 봄꽃들은 두서가 없다. 매화가 만개한 뒤 꽃잎이 하나 둘 떨어질 때면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뜨리는 것이 차례지만, 올해는 섬진강 일대의 매화와 산수유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어났다. 덕분에 이번 주말쯤 섬진강변의 봄꽃을 보러 나선다면 광양과 하동의 매화와 더불어 구례의 노란 산수유가 절정에 이르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겠다.

◆꽃구경도 식후경
▷산나물 한정식
구례군 엑스포 지정업소인 백화회관(061-782-0600)은 산나물 한정식으로 유명한 곳이다. 송이와 표고, 고사리, 두릅, 더덕, 젠피 등 지리산 자락에서 생산된 산채들이 지리산의 맛을 대변한다.

35가지 밑반찬이 나오는 산나물 한정식 특 상차림 1인분을 1만5000원 내면 즐길 수 있다.예원(061-782-9917) 지리산식당(061-782-4054) 지리산회관(061-782-3124)도 이름난 엑스포 지정 맛집이다.

▷섬진강의 맛―참게매운탕
하동의 별미는 역시 참게요리. 하동의 엑스포 지정업소인 동백식당(055-883-2439)을 찾아가면 섬진강변에서 잡아올린 참게매운탕과 참게장을 맛볼 수 있다. 깨끗이 손질한 참게에 무, 호박, 토란줄기, 고사리 등을 넣어 팔팔 끓여낸 참게매운탕은 얼큰하면서도 담백하고 독특한 향이 일품이다.

원기회복은 물론 해장용으로도 좋다. 부흥재첩식당(055-884-3903) 하옹촌(055-883-8261) 청송회식당(055-883-2485) 금양가든(055-884-1580) 부두횟집(055-883-8288)도 엑스포 지정업소다.
▲광양 불고기

▷석쇠 위의 행복―광양불고기
광양을 대표하는 음식인 광양불고기는 백운산 참나무숯에 불고기를 구워내는 전통숯불구이. 여수엑스포 지정 음식점인 광양읍 삼대 광양불고기집(061-763-9250)은 지방이 적고 부드러운 한우등심만을 사용해 광양불고기의 맛을 내는 곳으로 유명하다.

금목서회관(061-761-3300) 금정광양불고기(061-792-3000) 대호불고기(061-762-5678) 조선옥숯불갈비(061-792-8558)도 근방에서 유명하다.

◆편안한 잠자리 - 수류화개
하동에는 꽃구경 후 편안히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곳이 있다. 화개장터에서 5분 거리인 수류화개(055-882-7706)다. 화개천을 내려다보는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이곳은 전통한옥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총 6채로 구성돼 있으며 6채 모두 전통한옥 건축방식대로 못질 한번 없이 지어올렸다.

벚꽃당, 석류당, 별당, 국화당, 매화당으로 지음새만큼 이름도 곱다. 수류화개의 아름다운 전경과 주인장 전대일씨(72)의 화려한 입담으로 하룻밤만 묵어가기엔 아쉬운 곳이다. 경남 하동군 화개면 탑리 5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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