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폭행 피의자 발목까지 수갑 채워 조사 '물의'

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 | 2011.03.21 16:41

경찰 "피의자 보호 차원의 조치"‥전문가 "엄연한 법 위반" 인권침해 논란

서울의 한 파출소에서 단순폭력 사건으로 붙잡혀 온 시민의 '발목'에 '수갑'을 채운 채 조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해당 파출소 측은 폭력사건 피의자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돼 어쩔 수 없이 피의자 보호 차원에서 발목에도 수갑을 채웠다고 해명했으나 엄연한 실정법 위반이어서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서울 용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2시30분쯤 서울 보광동에 사는 임모씨(31)로부터 김모씨(31·식당 종업원)가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고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관할인 보광파출소 직원들이 현장으로 출동해 김씨를 검거했다.

김씨는 검거 당시 만취 상태였다. 경찰은 김씨가 파출소로 연행된 후에도 위협적인 행동을 계속하자 손목을 뒤로 모아 수갑을 채웠다. 이어 거친 행동이 그치지 않자 잠시 뒤 김씨의 '발목'에도 수갑을 채웠다.

경찰은 이후 20여 분간 김씨의 손목과 발목에 수갑을 채워 놓았다가 다른 시민들이 파출소로 들어와 현장을 목격하자 슬그머니 김씨에게 채웠던 수갑을 풀어준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가 연행 당시 해당 파출소에는 소장을 비롯해 7~8명의 경찰관이 근무하고 있었다. 본보는 수갑을 채우라고 지시한 사람을 확인하기 위해 파출소장과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를 않았다.

해당 파출소 관계자는 "김씨가 술에 취해 경찰관들에게까지 폭력을 휘두르려 하고 기물을 파손하려 했다"며 "도저히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인데다 김씨가 자칫 다칠 수도 있다고 판단돼 불가피하게 발목에도 수갑을 채웠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파출소의 경우 유치장도 없고 인력도 부족해 피의자가 난동을 부릴 경우 관리가 어려운 현실도 고려해 달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경찰 조처가 현행법 위반이며 엄연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형사소송 전문 강모 변호사는 "피의자가 자해 위험이 있거나 타인을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 경찰의 판단에 따라 수갑을 사용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발목에 수갑을 채우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형의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상 발목 보호 장비는 최대 지름이 50cm로 규정돼 있고 손목에 채우는 수갑(최대 지름 20cm)과도 확실히 구분된다는 게 강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민변의 한 변호사도 "관련 내용이 사실이라면 피해 당사자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해당 경찰관에 대한 징계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래군 인권재단사랑 상임이사는 "(수갑을 발목에 찬)당사자에게 심한 모욕감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법에도 어긋나는 일"이라며 "아직까지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씨는 상호폭행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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