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읽고 아이패드 쓰는 치킨 CEO

머니투데이 김건우 기자 | 2011.03.25 07:50

[CEO&LIFE]이문용 하림 대표

"하림에서 제가 제일 젊습니다. 아이패드도 가장 빨리 써봤습니다"

국내 최대 닭고기 전문회사인 하림의 이문용 대표(62)는 스스로 회사에서 가장 젊다고 자부한다.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고 최근 유행코드를 찾아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 대표의 이 같은 열정은 어린 세대들과 소통 때문이다. 젊은 세대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잔소리에 불과할 수 있다. 그는 "교회와 회사에서 가르치는 게 제 취미죠"라며 환하게 웃는다.

젊은 세대들에게 무엇을 알려주려면 공부도 빼놓을 수 없다. 매주 화요일 아침 임원들과 7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인문학 책을 읽고 발표 시간을 가진다.
이문용 하림 대표 ↑

◆ 35년의 경험에서 얻은 지식 나눠주고 싶다

이 대표는 일요일 교회를 찾아 청년부들을 대상으로 '리더십' 강의를 한다. 청년부원들에게는 35년 넘게 쌓은 경험으로 채득한 지식을 나눠주고, 늘 젊은 감각으로 살아가는 활력소를 얻는다.

그는 지난해 교회에서 9주 동안 청년부를 대상으로 강의를 했다. 평소 하림에서는 직원들과 한 달에 한 번 동영상으로, 분기별로는 간담회를 통해 만남의 시간을 가진다.

이 대표는 '재능 나눔'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단순히 엄청난 돈을 기부하는 것보다 값진 기술과 경험을 전수하는 게 진짜 유산이라는 것이다. 누군가 꿈을 이루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존재를 꿈꾼다.

거창한 주제를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과거 직장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일부터 최근 읽었던 책까지 다양한 주제를 편안하게 풀어놓는다. 듣는 사람들에게 교육이 아니라 인생 선배의 조언으로 느껴지게 하는 것. 이 대표만의 노하우다.

하림은 전라북도 익산시에 위치해 있다. 익산은 인구 1000만이 넘는 서울의 3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 대표는 하림을 '농경문화'와 비교했다. 직원들이 익산에 정착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치열한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대표는 "빠르게 변하는 현실에 맞추려면 교육을 통해 그들 마음속에 있는 소명의식을 끄집어내 사명감을 주는 방법 밖에 없었다"며 "직원들의 잠재 능력을 일깨워주고, 그것을 발휘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교육에 대한 문화가 사내에 정착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외부 강사 대신 자사의 임직원을 강사로 활용하기 위한 사내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었다. 7년 전 4명에 불과했던 사내강사는 50명으로 늘었다. 사내 MBA 과정을 이수한 직원도 65명에 달한다. 이 대표는 하림 직원 중 파워유저(Power User)가 70명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 Y세대의 지혜+N세대의 화합으로 공동체 형성

무엇보다 '재능 나눔'은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에 큰 도움이 됐다. 이 대표는 "회사는 자유분방한 X세대부터 불확실한 미래에 도전하고 디지털적인 삶을 영위하는 N세대가 함께 모여있다"며 "소통의 문화를 통해 직원이 행복해지면 생산성이 자연스럽게 올라가 최고의 조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말이 이어졌다. "Y세대가 가지는 것이 지혜라면 N세대는 인터넷을 통해 지식을 갖고 있다. 이것을 연결하고 상호 보완하는 문화를 만드는 게 조직의 역할이 아니겠나. 이런 과정을 통해 서로 배려하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

이 같은 친근한 옆집 아저씨 같은 외모에 열린 경영마인드는 대표와 직원 간의 벽도 허물었다. 그는 "얼마 전 한 직원에게 오랜만에 만나 반갑다고 인사를 했더니 저는 사장님을 어제 만났다고 너스레를 떨었다"며 "비록 동영상이지만 함께 한다는 생각을 심어주게 됐다"며 환하게 웃는다.

하림 그룹은 변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육계가공과 사료제조업 등 기존 사업 부문을 분할해 신설회사 하림을 설립하고, 투자사업 부문은 하림홀딩스가 맡는 방향으로 단순 인적분할을 실시했다.

이 대표는 변화의 시기일수록 직원들이 수직 · 수평적 관계가 아니라 네트워킹으로 이뤄진 회사를 목표로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의 힘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앞으로의 꿈을 묻자 이 대표는 망설임 없이 은퇴 후 교육자의 모습을 풀어냈다. "70대에도 젊은 친구들에게 세상사는 지혜를 주고 싶다" 나눔은 기쁨과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기회다. 이 대표에게 진정한 행복의 촉매제가 무엇인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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