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닭고기 전문회사인 하림의 이문용 대표(62)는 스스로 회사에서 가장 젊다고 자부한다.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고 최근 유행코드를 찾아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 대표의 이 같은 열정은 어린 세대들과 소통 때문이다. 젊은 세대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잔소리에 불과할 수 있다. 그는 "교회와 회사에서 가르치는 게 제 취미죠"라며 환하게 웃는다.
젊은 세대들에게 무엇을 알려주려면 공부도 빼놓을 수 없다. 매주 화요일 아침 임원들과 7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인문학 책을 읽고 발표 시간을 가진다.
◆ 35년의 경험에서 얻은 지식 나눠주고 싶다
이 대표는 일요일 교회를 찾아 청년부들을 대상으로 '리더십' 강의를 한다. 청년부원들에게는 35년 넘게 쌓은 경험으로 채득한 지식을 나눠주고, 늘 젊은 감각으로 살아가는 활력소를 얻는다.
그는 지난해 교회에서 9주 동안 청년부를 대상으로 강의를 했다. 평소 하림에서는 직원들과 한 달에 한 번 동영상으로, 분기별로는 간담회를 통해 만남의 시간을 가진다.
이 대표는 '재능 나눔'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단순히 엄청난 돈을 기부하는 것보다 값진 기술과 경험을 전수하는 게 진짜 유산이라는 것이다. 누군가 꿈을 이루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존재를 꿈꾼다.
거창한 주제를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과거 직장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일부터 최근 읽었던 책까지 다양한 주제를 편안하게 풀어놓는다. 듣는 사람들에게 교육이 아니라 인생 선배의 조언으로 느껴지게 하는 것. 이 대표만의 노하우다.
하림은 전라북도 익산시에 위치해 있다. 익산은 인구 1000만이 넘는 서울의 3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 대표는 하림을 '농경문화'와 비교했다. 직원들이 익산에 정착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치열한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대표는 "빠르게 변하는 현실에 맞추려면 교육을 통해 그들 마음속에 있는 소명의식을 끄집어내 사명감을 주는 방법 밖에 없었다"며 "직원들의 잠재 능력을 일깨워주고, 그것을 발휘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교육에 대한 문화가 사내에 정착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외부 강사 대신 자사의 임직원을 강사로 활용하기 위한 사내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었다. 7년 전 4명에 불과했던 사내강사는 50명으로 늘었다. 사내 MBA 과정을 이수한 직원도 65명에 달한다. 이 대표는 하림 직원 중 파워유저(Power User)가 70명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 Y세대의 지혜+N세대의 화합으로 공동체 형성
무엇보다 '재능 나눔'은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에 큰 도움이 됐다. 이 대표는 "회사는 자유분방한 X세대부터 불확실한 미래에 도전하고 디지털적인 삶을 영위하는 N세대가 함께 모여있다"며 "소통의 문화를 통해 직원이 행복해지면 생산성이 자연스럽게 올라가 최고의 조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말이 이어졌다. "Y세대가 가지는 것이 지혜라면 N세대는 인터넷을 통해 지식을 갖고 있다. 이것을 연결하고 상호 보완하는 문화를 만드는 게 조직의 역할이 아니겠나. 이런 과정을 통해 서로 배려하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
이 같은 친근한 옆집 아저씨 같은 외모에 열린 경영마인드는 대표와 직원 간의 벽도 허물었다. 그는 "얼마 전 한 직원에게 오랜만에 만나 반갑다고 인사를 했더니 저는 사장님을 어제 만났다고 너스레를 떨었다"며 "비록 동영상이지만 함께 한다는 생각을 심어주게 됐다"며 환하게 웃는다.
하림 그룹은 변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육계가공과 사료제조업 등 기존 사업 부문을 분할해 신설회사 하림을 설립하고, 투자사업 부문은 하림홀딩스가 맡는 방향으로 단순 인적분할을 실시했다.
이 대표는 변화의 시기일수록 직원들이 수직 · 수평적 관계가 아니라 네트워킹으로 이뤄진 회사를 목표로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의 힘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앞으로의 꿈을 묻자 이 대표는 망설임 없이 은퇴 후 교육자의 모습을 풀어냈다. "70대에도 젊은 친구들에게 세상사는 지혜를 주고 싶다" 나눔은 기쁨과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기회다. 이 대표에게 진정한 행복의 촉매제가 무엇인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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