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고···병들고···하루 생계에 저당잡힌 '미래'

머니투데이 이경숙,윤성열,이현수,변휘, 사진=홍봉진 기자 | 2011.03.22 10:03

[나눔캠페인]20대 40% 아침 결식···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청년층

"돈 없어서 밥을 굶는다는 말, 내게는 옛 이야기가 아니에요. 눈앞에 닥친 현실입니다." 전북 익산이 고향인 권모씨(서울 명륜동·26)는 친구들의 결혼식이 제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날이다. 한 달 생활비 30만 원으로는 대학식당 말고는 밥을 사먹기 어려운 탓이다. 권씨는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나 막노동을 해서 부식비를 챙기고 있는데 요샌 물가가 올라서 힘들다"며 "엠티(MT) 가면 자취생들이 안면몰수하고 남은 음식 쓸어 담느라 경쟁 한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사진설명> 노량진 강남교회에서 제공하는 무료급식에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줄을 서고 있다.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유모씨(서울 안암동·27)는 하루 식비로 6000원을 쓴다. 아침식사는 거른다. 저녁엔 집에서 얻어 온 쌀로 밥을 지어 참치캔과 먹거나 라면으로 간단히 때운다. 제대로 먹는 식사는 인근 식당에서 먹는 점심 한 끼다. 유씨의 한 달 생활비는 64만 원. 2평짜리 방의 월세를 내고 남은 32만 원으로 학원비와 식비를 해결한다. 유씨는 "월세나 학원비는 줄일 수 없으니 아낄 수 있는 건 식비뿐"이라며 "10개월 동안 고시원 생활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결식청년'이 늘고 있다. 이들은 학원비와 방값을 내려고 밥값을 아낀다. 1000원짜리 편의점 김밥, 1500~2000원짜리 길거리 음식으로 한 끼를 때운다.

◇20대 40% 아침 결식···"질병·성인병 위험 높아"=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09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청년층의 결식율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2009년 아침을 먹지 않은 20대는 무려 40.6%로 50~65세 장년층 아침결식자(10.1%)의 4배에 달했다. 20대 10명 중 1명(9.9%)은 점심도 걸렀다. 50~64세 점심 결식자(4.0%)의 두 배가 넘는다. 저녁마저 먹지 않는 20대는 7%였다.

박용순 한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아침을 굶으면 전날 저녁부터 점심까지 금식 을 하게 된다"며 "뇌를 움직이는 포도당은 인간의 몸에 360g만 저장되기 때문에 금식 기간이 길어지면 포도당을 모두 소비하게 돼 작업능률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다이어트 차원의 단식이 아니라 생계가 어려워 아침뿐만 아니라 점심, 저녁까지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며 "이미 성장이 끝난 청년층이라도 영양결핍이 장기화되면 면역력이 떨어져 각종 질병 및 성인병 위험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아프면 큰일' 복지사각지대의 청년들 = 직장과 소득이 없는 가난한 청년이 두려워하는 것은 '질병'이다.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유씨는 "대학에 다닐 땐 진단서를 학교 보건소에 내면 치료비를 돌려받았는데 졸업을 하니 모두 내 돈으로 내야한다"며 "작년에 팔을 다쳤는데 간단한 치료에 5만 원을 썼다"고 말했다.


취직을 해도 비정규직이면 복지사각지대에 놓인다. 특히 연극영화계 종사자는 소득체계상 본업이 '아르바이트'인 경우가 많아 시나리오 작가 고(故) 최고은 씨처럼 큰 병에 걸리면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

연극배우 문모 씨(서울 봉천동·26)는 "예술인들은 직업으로 인정받기 어려워 실업급여도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문씨는 지난해 연극 공연으로 20만 원, 장애인활동보조 등으로 300만 원을 벌었다.

시민활동가들은 "취업준비생, 비정규직이 복지사각지대에서 빠져나오려면 의료보험제도보다는 고용보험제를 개선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조성주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은 "고용보험 적용사업장에서 근무한 경력이 180일 미만인 자도 구직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실업부조제'를 도입하면 청년복지의 기본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화예술 비정규직을 위해선 프랑스의 '앵테르미탕(Intermittent du spectacle)'과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 대상 실업보험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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