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가 원하는 건 '한국형 분단'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 2011.03.20 16:56

카다피 운명 '3가지 시나리오'… ①종말 불가피 ②전쟁 장기화 ③분단으로 정권 유지

19일(현지시간) 미국과 프랑스 등 연합군의 리비아 군사작전 '오디세이 여명'이 개시되면서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사진)의 운명이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였다.

카다피는 결사항전을 선언하고 맞섰지만 그의 운명은 종말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연합군이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 이미 그의 축출을 염두해 뒀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서방은 특히 석유 자원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더이상 카다피를 용인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내전이 장기화될 경우 반정부 시민군은 물론 민간인들의 희생 규모가 더 커질 게 자명해 늦은감이 있지만 카다피 축출을 포함한 리비아 사태 해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①죽거나 혹은 전범 처벌 받거나=군사작전을 개시한 국제사회와 연합군은 기본적으로 신중한 자세다. 제2의 이라크 전쟁이 되는 것이 우려되고 중국과 러시아 등 일부 국가들의 개입 반대 입장 때문에 조심스럽다.

그래서 리비아 국민들의 보호를 위한 제한적 군사개입 조치라고 밝혔고 비행금지구역 설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카다피군 방공망 공격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미 군사개입 결정을 내린 순간 카다피의 축출은 전제가 됐다는 지적이다.

로이터는 어떤 식으로든 카다피 정권의 축출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전망은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에서도 읽힌다. 힐러리 장관은 국제사회는 어떤 리비아 군사개입 합의도 카다피의 축출이 마지막 결론이 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다수 전문가들은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카다피의 축출을 정해진 수순으로 보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지만 결국 카다피의 종말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그가 목숨을 부지하더라도 결국 연합군에 체포돼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전범으로 처벌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중동 전문가 파이살 이타니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카다피는 협상에 필요한 최소한의 신뢰를 잃었다"며 "그는 죽거나 자살하거나 도망치거나, 그걸로 끝"이라고 말했다.

②연합군-카다피 전쟁 장기화=다만 국제사회가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지속적으로 '제한적' 조치에만 머무를 경우 리비아 내전은 연합군과 카다피군 간의 전쟁으로 확대된 상태에서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제2의 이라크 전쟁을 피하려다 오히려 그같은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카다피는 연합군의 공격이 개시되자 지지자들을 인간방패로 세웠다. 국제사회가 군사개입시 가장 우려하는 민간인 피해를 약점 삼은 교묘한 저항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지상군은 투입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상태에서 카다피의 집요한 저항이 계속될 경우 국제사회와 연합군은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다.

사생결단의 카다피는 강온 양면의 온갖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군사개입 반대 여론을 몰아오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이미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는 리비아 사태에 대한 반미 대열을 갖췄다.

카다피는 또 연합군 공격을 식민주의적 십자군 전쟁으로 비유하며 아랍 세계의 동정을 구했다. 아울러 시간을 벌기 위해 유엔에 안정보장이사회 소집을 요구했고 주변국들에 중재를 요구할 태세다.

강도 높은 군사작전이 부담스러운 연합군은 반군 세력을 지원해 그들로 하여금 카다피 축출을 도모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내전 확대와 장기화로 수많은 인명피해가 불가피하다.

③한국형 분단으로 정권 유지=카다피는 사실상 퇴로가 없다. 어떻게든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한 리비아의 반쪽(서쪽)이라도 지켜 정권을 유지하는 길이 살길이다. 따라서 휴전과 협상을 통해 분단을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 알제리 출신 변호사 사드 제바르는 "카다피가 원하는 것은 1950년대에 한국과 북한이 분단된 것과 같은 분단"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도 리비아의 동-서 분단을 가능한 시나리오의 하나로 봤다. 다름 아닌 한국형 방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리비아가 동서로 분단돼 양쪽의 갈등과 충돌이 수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테 클라우센 브랜다이스대학교 교수는 "만약 카다피가 결사항전하면 리비아가 실제로 분단될 가능성이 있다"며 "평화유지군을 둬 두 지역으로 나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시나리오 때문에 카다피 제거야 말로 가장 빠른 사태 해결 방식이라는 주장이 거세다. 무리를 해서라도 지상군을 투입해 신속히 카다피군을 제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에만 머물 경우 카다피의 끈질긴 생명력만 늘려 줄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제관계 전문가 다니엘 맥카시는 아메리칸 컨서버티브 기고에서 "비행금지구역 설정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연합군의 지상군 투입은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며 "연합군 공격으로 카다피군은 패퇴해 트리폴리가 2주안에 손에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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