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지진]日王 "내 연설보다 원전뉴스 우선"

머니투데이 중앙일보  | 2011.03.19 11:24
위기 때 등장한 일왕의 파격
규모 9.0의 대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원전 사고라는 긴박한 상황에서 일본 왕실도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는 17일 저녁 재해지역 지원을 전담하는 관방 부장관에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전 관방장관을 임명했다. 일본에서 일왕(일본에서는 천황)은 국정에 대해 일절 관여하지 못하는 상징적인 존재다. 하지만 총리나 장관급 인사가 새로 임명되면 일 왕실에서 일왕이 직접 임명장을 수여하도록 돼 있다. 당연히 이날도 왕실에서 센고쿠 관방 부장관에 대한 임명장 수여 행사가 열렸다. 그런데 여기서 파격이 연출됐다.

 간 총리와 센고쿠 관방 부장관이 후쿠시마 제1원전의 사태 수습을 이유로 “연미복을 입지 않으면 안 되겠느냐”고 문의하자 일 왕실은 “문제없다”며 평복(양복) 차림으로 임명장 수여 행사를 수락한 것이다. 원래 일 왕실에서의 모든 공식 행사에는 반드시 연미복을 입게 돼 있다. 이에 따라 아키히토(明仁·78) 일왕, 간 총리, 센고쿠 부장관 등 출석자 전원은 이날 평복 차림으로 행사를 치렀다. 아사히(朝日) 신문은 18일 “평복으로 예식을 치른 것은 일 왕실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일 왕실 파격은 15일에도 있었다. 이날 일왕은 비디오 영상을 통해 ‘국민에의 메시지’를 발표했다. 일 왕실 역사상 재해 시 영상을 통해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여기에도 일왕은 조건을 달았다. “내 메시지가 방송되는 도중에 원전 관련 등 긴급 뉴스가 발생하면 메시지 방송을 중단해 달라”는 것이었다. 일 왕실의 매뉴얼대로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일왕은 15, 16일의 계획정전에 맞춰 3시간씩 자발적으로 절전에 동참했다고 한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국가 운명이 기로에 섰을 때 일왕이 구심점이 돼 왔다. 실질적 권한은 없지만 유사시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건 일왕이다. 더구나 간 총리가 위기상황에서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을 만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다 보니 “일왕의 메시지를 들으면서 마음이 놓였다”고 말하는 일본인들이 상당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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