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현장+]강남부자들의 '헤지펀드 사랑'

권순우 MTN기자 | 2011.03.17 15:32
아직은 날씨가 쌀쌀한 3월초. 삼성증권 SNI지점은 강남의 한 호텔에서 VVIP 고객을 대상으로 조찬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이날 세미나의 주인공은 ‘헤지펀드’였습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세미나장은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습니다. 롱앤숏, CTA, 글로벌 매크로 등 낯선 헤지펀드 관련 용어들이 세미나 내내 이어졌지만 투자자들은 강한 집중력을 보였습니다.

증시 조정기에 자산가들은 "내 자산을 어떻게 보다 안정적으로 지키지"하는 불안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지금은 일본 대지진, 국제 유가 및 원자재 상승, 국내 물가상승, 중동 불안 등 악재가 쌓여 있습니다.

이날 참석한 자산가들은 지난해 자문형랩으로 높은 수익을 거뒀을 겁니다. 자문형랩이 신흥 투자수단으로 떠올랐고 자산가들은 발빠르게 이를 활용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자산가들은 눈높이를 조금 낮춰 자산을 지키면서 시중금리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를 찾고 있습니다. 원금보장형 ELS, 채권 금리는 1%에 불과하지만 위안화 절상의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딤섬본드, 지금은 발행도 되지 않는 판교 채권까지 두루 관심을 기울인 이유입니다.

헤지펀드는 이런 점에서 자산가들을 솔깃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헤지펀드는 특유의 유연함을 바탕으로 상승장엔 상승 쪽에, 하락장엔 하락에 베팅하기 때문에 양쪽에서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 전 세계 주식, 채권, 상품, 통화 선물 등에 두루 투자가능해 상대적으로 특정 자산의 등락에 영향을 적게 받습니다.

그래서 헤지펀드는 '절대수익형' 상품이란 명성을 얻었습니다. 대표 투기세력으로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몰고 온 진앙지 중 하나라는 부정 인식에도 불구하고 자산가들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죠. 코스피가 조정을 받아도, 금리가 내려가도, 부동산 가격이 떨어져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 우리나라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같은 날 한국투신운용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헤지펀드를 소개했습니다. 발표자로 나선 양봉진 한국투신운용 대안투자팀장은 “헤지펀드가 허용되더라도 자문사 투자 역량이나 국내 주식 상황을 감안하면 해외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가 유용한 투자 전략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역으로, 국내 운용역량은 아직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는 얘깁니다.


한국 증시를 놓고 '천수답 시장'이라고 낮춰 보는 시각이 여전합니다. 국내 증권업은 최첨단 금융공학으로 꾸몄지만 속내를 보면 여전히 천수답 투자에서 그다지 멀리 가지 못했습니다. 지수가 오르면 한껏 운용성과를 뽐내다 급락하면 멍하니 손실을 보는 사례를 지금도 목격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대표 투자상품은 주식형펀드와 자문형랩입니다. 두 상품에 모인 투자 규모만 100조원을 웃돕니다. 하지만 두 상품은 투자자산의 대부분을 우물안 개구리식으로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한 증권사 랩운용 부장은 “시장 전망이 어두워서 주식 비중 10%를 줄였는데 수익률은 1%밖에 방어를 못했다”고 말합니다.

지난주 금요일 상품시장에서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한 증권사의 '대담한' 보도자료가 주목받았습니다. '코스피가 1700 수준까지 하락할 경우에도 손실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상품은 지수하락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풋 ELW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해 손실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융감독원의 승인이 나지 않았다며 부랴부랴 기사를 쓰지 말아 달라고 허둥댔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사에서 발행한 풋ELW를 랩어카운트에 포함해 고객들에게 판매하면 이해 상충의 여지가 있다”고 승인보류 이유를 밝혔습니다.

상품 구조를 감독 규정에 맞게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거시 측면에서 투자자 피해를 최대한 막는 것은 금융감독 당국의 존재 목적이자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핵심 역할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투자할 수 있는 공모형 상품만으로 하락장에서 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상품이 출시되자마자 사장된 것도 아쉬운 일입니다.

이 상품을 개발했던 증권사 관계자는 재도전 의사를 밝혔습니다. "수익률 방어에 대한 투자자들의 요구가 있는 만큼 감독당국 방침에 맞는 상품을 만들어 다시 노크를 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시장과 금융당국은 어찌보면 시장을 놓고 쫓고 쫓기는 관계일 수도 있습니다. 증권사들은 헤지펀드에 확 쏠리고 있는 강남 부자들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금융당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다소 신경질적으로 변했습니다. 시장의 두 축이 계속 겉돈다면 결국 '글로벌 악동'인 헤지펀드가 국내 시장을 휘저으며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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