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톰, 결국 '의견거절'...모기업 팬텀 전철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 2011.03.18 07:56

['기형적 엔터기업 결정판' 스톰이앤에프 집중분석⑤]

편집자주 | 강호동·유재석·신동엽·윤종신·김용만…. 한국최고 스타들이 포진된 스톰이앤에프가 퇴출수순을 밟고 있다. 머니투데이 엔터산업팀이 스톰이앤에프 사태 뒤에 숨은 기형적 전속계약과 수익배분, 사채, 헤지펀드, M&A, 황금BW 등 기형적 단면을 심층분석한다.

'한국 최고 스타군단' 스톰이앤에프가 결국 회계법인의 감사의견을 받지 못해 최출 수순을 밟게 됐다.
스톰은 외부감사를 맡은 서린 회계법인이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이 불확실하다'며 감사의견 제시를 거절했다고 16일 장마감후 공시했다. 스톰은 다음달 11일까지 회계법인이 의견거절을 번복하지 않을 경우 상장폐지돼 모기업인 팬텀엔터테인먼트그룹(이하 팬텀)의 전철을 밟게 된다.

팬텀은 이미 증시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이 회사가 엔터산업에 드리운 그늘은 아직까지 남아있다.
팬텀은 우회상장 후 주가를 수십배 급등시키며 엔터기업 우회상장 러시를 주도했고, 횡령·배임 등 각종 불법을 저지른 채 퇴출돼 엔터기업 신뢰를 추락시켰다.
2006년 팬텀엔터테인먼트 IB선포식의 박경림 아이비 유정현

팬텀과 스톰의 비극은 2005년 당시 골프용품업체였던 ㈜팬텀으로 엔터기업인 ㈜이가엔터테인먼트와 ㈜우성엔터테인먼트, ㈜플레이어엔터테인먼트가 손잡고 우회상장하면서 시작됐다. 이듬해 회사명을 ㈜팬텀엔터테인먼트그룹으로 바꾸고 실질적 오너인 이도형 회장이 최대주주로 전면에 등장했다.

이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시기는 우회상장 효과로 급등했던 주가가 대규모 적자누적으로 급락한 뒤였다. 이때부터 팬텀은 공격적인 M&A에 나섰다. 팬텀은 2007년 스톰의 전신인 상장사 팝콘필름을 인수한 뒤 신동엽, 유재석 등 스타MC들이 모여 설립한 DY엔터테인먼트를 우회상장시켰다.

커피전문점체인 탐앤탐스 인수를 시도하는 등 팬텀의 공격적인 경영행보가 계속됐지만 여러차례 대표이사가 바뀌고 내부 경영권분쟁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2008년 경영진과 최대주주의 횡령·배임 혐의가 불거졌다.

검찰 수사결과 이도형 회장은 증권거래법위반 등의 혐의로 유죄선고를 받았다. 대규모 적자가 누적된데다 최대주주 변경 등으로 표류하던 팬텀은 회계감사 '의견거절'로 2009년 4월 상장폐지됐다.

모기업 팬텀과 함께 이미지가 악화되자 팝콘필름은 도너츠미디어, 워크원더스, 디초콜릿이앤티에프로 잇따라 이름을 바꿨고 지난해 9월 스톰이앤에프로 사명변경을 했다. 그러나 스톰이앤에프 역시 대주주 팬텀의 부재로 인한 경영권 분쟁에다 모기업이 남겨놓은 '잔재'가 말썽을 일으키며 비슷한 행보를 걷게 됐다.

◇은밀한 뒷거래…'판도라의 상자'

스톰이앤에프의 내부 경영정보는 엔터산업, 그리고 연예인들에게 '판도라의 상자'와 같은 존재다. 상장사와 연예인들의 은밀한 '뒷거래'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모기업인 팬텀의 경영실태는 이도형 회장이 검찰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극히 일부만 드러났다. 그러나 스톰이앤에프가 상장폐지되는 과정에서 전 경영진들의 불법행위들이 드러날 경우 과거 비밀들까지 연쇄 폭발할 수도 있다.

팬텀이 과거 연예기획사들을 인수할 때 기업가치를 부풀린 흔적은 여러곳에서 발견된다. 예를 들어 팬텀이 배우 이병헌이 소속돼 있던 플레이어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할 때 기업가치평가 업무를 맡았던 회계법인은 22억원의 가치를 부풀린 혐의로 1심에서 2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이전까지 가격을 부풀려 매입한 뒤 차액을 횡령하는 수법을 동원할 때 회계법인의 가치평가 자료를 방패로 내세우면 처벌이 거의 불가능했던데 비하면 이례적인 판결이었다.


가치평가를 부풀리는 데는 연예인과 전속계약을 맺을 때 적용하는 수익분배율을 터무니없이 적용하는 수법이 사용됐다. 이병헌 관련 사업에 대한 수익가치를 평가하면서 마치 회사가 100% 수익을 다 가져가는 것처럼 포장한 것. 실제로는 톱스타인 경우 연예인이 70~80% 이상을 가져가며 스톰 대부분의 연예인도 80%전후의 돈을 가져갔다.

부풀려진 전속금은 무형자산으로 잡혀 매년 상각되며 재무구조에 타격을 입혔다. 당시 벌금형을 받았던 회계법인과 공인회계사는 항소심에서 '가정'이라는 전제를 달았다는 이유로 결국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이도형 회장의 수사 과정에서 타깃이 방송사와 PD의 주식상납으로 초점이 옮겨가면서 묻혀지게 된 연예인들의 은밀한 거래는 아직도 불씨가 남아있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배우 A씨는 팬텀과 수억원대 전속계약을 맺은 것으로 돼있지만 실제로는 6개월간 명의만 빌려주고 그 기간 수익을 100% 자신이 가져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름만 빌려주고 따로 활동했고, 경영진은 수익이 없을 걸 알면서도 '비수익자산'(영업권)을 고가에 매입해 기업가치를 부풀렸다는 것. 물론 회사에는 엄청난 손실이었다.

◇스톰, 팬텀의 전철…의혹도 '닮은 꼴'

팬텀의 잔재가 남아있는 스톰이앤에프도 '닮은 꼴'이다. 이 회사의 핵심자산은 신동엽, 유재석 등 스타MC들, 즉 2007년에 인수한 DY엔터테인먼트다.

DY엔터의 기업가치평가를 맡았던 삼정회계법인은 328억원(자기자본가치)으로 평가했다. 팬텀은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55.19% 지분을 202억원에 매입했으니, DY의 기업가치는 366억원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당시 DY엔터 인수를 검토했던 경쟁사는 실사후 100억원 이상 가치를 매기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DY엔터의 자산은 소속된 MC 신동엽, 유재석, 김용만, 노홍철, 이혁재 등에게 전속계약금을 지급하고 확보한 영업권이다.
물론 계약기간의 제약이 있어 상각의 부담이 크다. 프리미엄을 얹어주기엔 수익가치도 빈약하다. 인수되기 직전해 DY엔터의 실적은 매출액 75억원에 순손실 9억원이었다.

게다가 스톰이앤에프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전속계약서 허위작성 의혹까지 불거졌다. 신동엽이 DY엔터와 작성한 1차 계약서에는 전속금이 10억원으로 유재석 등과 같은 금액이었으나, 2차로 작성된 계약서에는 20억원으로 두배가 됐다.
이를 두고 계약서를 허위작성했다며 회사가 신동엽씨를 고소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명확한 근거 없이 금액이 결정되고, 공시 등의 절차 없이 언제든 쉽게 뒤바꿀 수 있는 전속계약서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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