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원전위기 확산…韓경제 복합위기 가능성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11.03.17 17:56

'물가급등+경기하강'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엔약세로 수출도 타격

일본 대지진이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누출이란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일본 경제의 피해복구가 장기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방사능 피폭을 우려한 '도쿄 엑소더스(탈출)'가 시작됐다는 외신의 잇단 보도도 일본이 직면한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복합위기' 가능성 고조=세계 3위 경제대국 일본의 피해 복구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은 물론 세계 경제가 유례없는 '복합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잠재돼있던 불안요인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며 과거 대공황을 능가하는 위기가 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 경제는 일본 대지진 이전에도 △중동발 유가 급등 △유럽 재정위기 △미국 양적완화 지속 △중국 긴축 선회 △글로벌 기상이변 등 불확실한 여건 속에서 불안한 행보를 지속해왔다. 특히 이번 대지진은 물가 급등으로 정부의 '5% 성장, 3% 물가안정' 목표가 위태로운 시기와 겹쳐 경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윤상하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본 대지진 사태가 예기치 못한 방사능 유출로 장기화될 경우 한국 경제가 복합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 사태 장기화가 외부충격(유럽 재정위기, 중국 긴축, 중동발 유가 급등)과 결합해 더 큰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韓 충격 3가지 방향성은?=일본 대지진 사태는 △부품·소재 등 양국교역 △대외수출 △글로벌 경제 충격 등 크게 3개의 경로를 통해 우리나라 경제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2대 교역국이다. 특히 우리 기업들은 석유화학, 전기·전자, 기계 등 주요업종 분야에서 일본 부품·소재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부품 재고는 1~3개월 분량에 불과해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우리 기업들의 생산에 빨간불이 켜지게 된다.


엔화 향방도 문제다. 일본 정부가 초기 복구비용을 해외 자산매각 등으로 조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엔화는 초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복구 과정에서 막대한 유동성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엔약세는 불가피하다.

일본 정부도 수출 지원을 위해 엔약세를 유도할 것이고, 다른 국가도 이를 막지 않을 것이다. 일본은 IT·자동차·조선·화학 등 주요 부문에서 한국의 가장 큰 경쟁상대인 만큼 앞으로 1~2년간 우리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번 사태가 우크라이나 체르노빌과 같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고 수습되더라도 일본의 생산 차질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일본 위기는 유럽 재정위기, 중동 불안 등과 결합해 복합위기로 확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일본의 생산 공백 장기화는 제품 공급 부족을 야기해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급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과 중국이 당초 계획했던 '긴축 정책'에서 선회해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하고, 일본이 지진복구를 위해 유동성 무제한 공급을 선언한 만큼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시장에서도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진과 방사능 누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일본 경기가 침체되면서 세계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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