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진 산업 피해 예측이 어려운 이유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서명훈 기자, 반준환 기자 | 2011.03.16 18:47

글로벌 거미줄 서플라이 체인.. "어디에 허점 있나 찾기 고심"

"조선,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일본 주력 제조업에 지진 피해가 많지 않아 국내 산업에 영향이 적다고 하지만, 실제 그런 지는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의 전체적인 점검이 끝나기 전에는 알 수 없다."(A 기업 구매담당자)

"산업이 융·복합화되면서 서플라이 체인이 거미줄처럼 엮여 있어 말단 공급업체까지 어떤 피해를 봤는지 파악할 수 없다. 실제 산업 영향을 가늠하려면 1개월 이상이 필요하다."(B기업 구매 임원)
↑외교통상부 민동석 제2차관이 16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에서 '일본 지진 피해 지원을 위해 민-관 합동 해외긴급구호협의'를 열고 있다. /홍봉진 기자

◇공급체계 너무 복잡해… = 지난 11일 일본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지진으로 인한 산업 영향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부품 수급의 글로벌화, 산업의 융복합화로 인해 서플라이 체인이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탓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6일 "현재 일본에서 조달하는 부품에 차질이 생길 경우 대만이나 중국, 한국 내 거래선에서 일시적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이들 1차 협력업체도 일본 내 2차 공급업체에서 부품을 받는다면 전체 부품조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협성회를 중심으로 180여개의 1차 협력사를 두고 있고, 그 하부에 500여개의 2차 협력업체, 그 아래로 수천개의 3·4차 국내외 협력업체가 있다. 공급망관리(SCM)를 통해 협력사와는 납품 6개월 전부터 1주 단위로 수요와 공급량 정보를 교환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납품 2~3주전에 최종 물량이 확정되는데 1차 협력업체에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2차, 3차 협력사에 문제가 있을 경우 우회경로를 통해 부품조달에 나서지만 이런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선 상당히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반도체의 핵심 장비인 노광기(포토장비)는 일본 니콘과 캐논, 네덜란드 ASML 등 몇 개 업체에서 한정 생산하고 있다. 이들 업체에 문제가 없더라도 이 업체에 광학렌즈를 공급하는 호야나 파나소닉, 히타치에 문제가 있을 경우 장비 제작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호야 등 광학렌즈 공급업체에 문제가 없더라도 렌즈유리 원료를 공급하는 업체나 렌즈유리에 필요한 화합물을 공급하는 업체에 문제가 생길 경우 노광기 제작에 차질이 생기고 이는 삼성전자의 생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D램이 원활히 생산되더라도 PC에 들어가는 특정 부품 하나가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전체 PC 생산에 문제가 생기고 있는 D램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칫 과도한 주문 몰리면…=  서플라이 체인이 이처럼 복잡해 일본 영향을 현재로선 파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또 부품조달 어려움을 예상해 서플라이 체인 선점을 위한 오버부킹(과도한 주문)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 2000년초 대만 신쥬공업단지에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지진의 영향이 크지는 않았지만, 불안심리로 인해 수요가 몰리면서 공급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


자동차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자동차 1대에 2만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고 최근에는 각종 첨단기능이 추가되면서 부품수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원가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품 공급처도 다변화되고 있어 관리가 더욱 힘든 상황이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부품 국산화율이 96%에 이르고 있다. 이번 일본 대지진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여기에 1~3개월 가량 부품 여유분을 보유하고 있어 당장 생산에 차질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최근 자동차업체들은 여러 개의 부품들이 조합된 모듈 형태로 부품을 공급받고 있다. 모듈 자체는 국내업체가 대부분 생산하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부품 가운데는 일본 업체가 생산하는 제품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재 베어링이나 브레이크 실린더컵, 밸브 어셈블리는 대부분 일본 제품이 사용된다"며 "국내 부품사들은 이들 제품을 이용해 모듈을 제작,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들 일본산 부품이 비록 핵심 부품은 아니더라도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 모듈 생산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 1대에 2만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그 부품 하나하나가 어디서 생산되는지 파악하기는 힘들다"며 "완성차 입장에서는 공급받는 모듈에 대해서 주로 신경을 쓰고 세부적인 내용은 부품사가 정보를 갖고 있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원료의 대부분을 국내 정제시설에서 공급받고 있어, 이번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권에서는 한발 비켜있는 상황이다. 일본을 통해 일부 원료를 받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일단 일본 외 다른 루트를 통해 원료나 장비 등을 조달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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