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실종된 전환사채...풋옵션만 난무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 2011.03.14 07:18

[新공시읽기⑦ CB 풋옵션 콜옵션]자금 조달 아쉬운 기업들 콜옵션 포기

'시가변동에 따른 전환가격조정(리픽싱:Refixing)이 CB(전환사채) 투자에 대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미리 약정된 애프터서비스(A/S)라면 풋옵션과 콜옵션은 각각 투자자와 발행 기업이 서로의 손해를 줄이기 위해 미리 만들어둔 안전장치이다.

주가가 일정 수준 미만으로 내려가면 자동 발효되는 리픽싱과는 달리 풋옵션(Put Option)은 투자자가, 콜옵션(Call Option)은 기업이 각자 시장상황에 대한 판단에 따라 행사할 수 있다.

풋옵션이 행사될 경우 아직 전환되지 않은 CB를 투자자의 요구에 따라 만기일 이전에 발행 기업이 되사게 된다. 반면 회사가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투자자에게 조기에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투자자와 발행기업 모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풋옵션과 콜옵션이다. 그런데 요즘은 투자자에 유리한 풋옵션 조항은 있지만 기업에 유리한 콜옵션 조항은 없는 CB도 많이 발행되고 있다. 기업들의 CB 발행이 봇물을 이루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투자자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들어 전환사채권 발행결정 공시를 낸 25개사(정정공시 포함) 중 대부분이 풋옵션에 대한 내용을 함께 공시했으며 콜옵션에 대한 내용을 넣은 기업은 코스닥 기업 에어파크 단 한 곳이었다.

◇"주가가 너무 떨어져요" 풋옵션 행사!

풋옵션은 투자자가 주가가 너무 떨어져 주식으로 전환해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거나 만기일까지 보유하기에는 위험이 너무 크다고 판단한 경우 행사된다. 또 당장 현금이 필요할 때도 유용하다.

코스닥기업 A사는 지난 1월 17일 '주요사항보고서(전환사채권발행결정)'공시를 냈다. 공시 19-1번 항목(표-1 참고)에서 다음과 같이 투자자의 풋옵션 행사 방법을 꼼꼼하게 밝혔다.

1번 항목 '조기상환 청구권(Put Option)'에서는 풋옵션 청구 기준을 설명한다. 회사 측은 "사채 발행일로부터 1년 되는 날인 2012년 1월 19일 및 그 이후 매 3개월마다 사채권자는 만기 전 조기상환을 받을 수 있다"고 정했다.

2번은 조기상환 청구비율이다. 여기서는 권면금액의 100%를 조기상환할 수 있다. 3번에서는 조기상환할 경우 이자율을 규정한다. 권면금액에 연복리 6% 금액을 가산한 금액이다. 만기까지 보유하지 않더라도 연간 6%의 복리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앞서 리픽싱 항목에서 살펴봤던 코스닥기업 엔스퍼트 CB 역시 풋옵션 조항이 포삼돼 있다. 청구권 행사 기일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엔스퍼트의 경우에는 "발행일로부터 1년이 되는 날 및 이후 매 6개월이 되는 날에 사채권자의 상환요청이 있는 경우 본 사채의 원금을 일시 상환한다"고 밝혔다.

앞의 A사에 비해 조기상환을 받으려면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수익률 규정도 다소 다르다. 엔스퍼트는 투자자가 풋옵션을 행사할 경우 올 7월 6일에는 4.1%, 내년 1월 6일에는 6.3%, 2012년 7월 6일에는 8.6%, 2013년 1월 6일에는 10.9%의 수익률을 못 박고 있다. 오래 보유할 수록 수익률이 높은 것은 공통적이다. 가급적 장기 보유를 유도하겠다는 기업들의 의지가 엿보인다.


만약 CB로 조달한 자금을 이미 다 써버린 상태에서 풋옵션 청구가 들어오면 발행기업의 입장에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돈이 없어 CB를 발행했는데, 그 돈을 다시 내놓으라는 꼴이기 때문이다.

시장이 한창 활황이던 지난 1999~2000년 사이에 대거 CB를 발행했던 코스닥기업들이 이후 주가 급락으로 투자자들의 풋옵션 행사 요구가 빗발쳐 유동성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투자자가 풋(Put)? 기업은 콜(Call)!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풋옵션이 있다면 발행 기업에 유리한 콜옵션도 있다. 콜옵션은 주가가 너무 오를 경우 회사가 조기에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거나 아예 CB를 되살 수 있도록 하는 권리다. 회사 입장에서는 주가가 올라 어차피 전환이 예상된다면 하루라도 빨리 전환시키는 것이 이자를 줄이는 방법이다. 차입금을 자기자본화해 재무 상태를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만약 회사가 CB를 대거 발행했다면 공시를 통해 미전환 CB물량과 만기일을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언제 주식이 대거 상장돼 주가가 떨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코스피 종목인 허메스홀딩스는 지난해 6월 10일 공시를 통해 CB발행 사실을 알렸다. 공시의 7번 항목 원금상환방법(표-2 참고) 내에 2-1 '발행회사의 조기상환 청구권'에 대한 내용이 정리돼 있다.

회사 측은 "발행회사는 발행일로부터 6개월이 되는 날(2010년 12월 14일)부터 매 3개월마다 원금과 이자를 연 5%의 단리로 환산해 사채권자로부터 사채를 환매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발행 회사는 중도상환기일의 30일 전까지 중도상환청구의 의사를 사채권자에게 서면 통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은머리 외국인'은 노(NO)!

CB시장에서는 과거 중견 중소기업이 해외CB를 발행할 경우 외자유치라며 증시가 떠들썩했다. 그러나 실제로 전환청구자를 확인하면 국내 기관이나 개인 것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적잖았다.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이다.

해외 신인도가 없는 소규모 기업이 해외 유가증권을 발행할 경우 이를 외자유치로 받아들여 호재로 본 투자자들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잖았다. 금감원은 이와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 2002년 4월부터 해외발행의 경우에는 외국감독기관에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했거나 1년간 내국인의 취득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 경우에만 공모 발행을 인정해주기로 했다.

해외 발행 사채가 국내 시장에 너무 빨리 풀려 국내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는 경우를 방지하는 규정도 생겨 검은머리 외국인들의 운신의 폭이 더 좁아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06년 7월부터 CB(BW에도 공통적용) 발행 후 1년 내 국내서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해당기업은 금융당국에 유가증권신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했다. 또 해외증권 발행과 관련된 각종 이면계약에 대해서도 반드시 공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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