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김밥이 주식"···2만弗 나라에서 밥굶는 청년들

머니투데이 이경숙,이언주,성세희, 사진=홍봉진 기자 | 2011.03.22 10:00

[나눔캠페인]'제2의 최고은' 위기에 선 취업준비생·비정규직

승무원 취업준비생 유모씨(서울 이문동·26)는 하루에 밥을 한 끼 먹는다. 편의점 김밥 한 줄, 지하철 가판의 1000원짜리 떡으로 때운지 6개월이 돼간다. 쌀도 떨어졌지만 밥 해먹을 시간도 없다. 커피숍 아르바이트까지 시작한 터라 공부할 시간조차 부족한 탓이다.

유씨는 "2월 초 갑자기 열이 나 병원 응급실에 갔는데 혈압이 승무원 신체검사에서 떨어질 정도의 저혈압이란 걸 알게 됐다"며 "의사가 밥부터 챙겨먹으라고 하지만 신용카드로 낸 병원비도 얼마 전 겨우 갚은 터라 잘 챙겨먹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노량진 강남교회는 취업준비생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한다.
재수생 명모씨(서울 서교동·19)는 최근까지 하루 한 끼, 아침에만 밥을 먹었다. 3개월에 25만 원인 독서실비는 패스트푸드점 배달 아르바이트로 벌었다. 하지만 식비가 없었다. 맞벌이로 바쁜 부모한텐 차마 저녁밥까지 차려 달라 하기가 미안했다.

명씨는 "얼마 전 집 근처 '문턱없는밥집'이라는 식당을 알게 됐는데 이곳에선 형편껏 밥값을 내라고 한다"며 "돈 벌면 꼭 보답하겠다는 마음으로 1000원씩 내고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극배우 문모씨(서울 봉천동·26)는 점심 겸 저녁으로 한 끼만 먹는 날이 많다. 그나마도 1000원짜리 편의점 김밥이나 라면으로 해결하기 일쑤다. 문씨의 지난해 수입은 320만 원. 장애인활동보조, 행사진행, 주방보조 같은 아르바이트로 1년 동안 번 돈이 300만 원으로, 본업인 공연으로 번 돈보다 많았다.

'편의점 김밥'으로 살아가는 청년들이 '영양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2009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영양섭취 부족자가 19~29세에서 19.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10~18세 18.9%, 30~39세 13.1%, 40~49세 10.7%, 50~59세 8.5%, 60~69세 13.4% 등이다.

촉망받던 시나리오 작가였던 고(故) 최고은 씨가 갑상선기능항진증과 췌장염을 앓던 중 며칠째 굶고 숨진 채 발견되어 사회에 충격을 던진 바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영양 빈곤이 방치될 경우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신우섭 오뚝이재활클리닉 원장은 "결식은 물론 필요영양소가 부족한 간편식이나 가공식품으로 끼니를 때워도 영양 빈곤이 나타난다"며 "20대 영양섭취 부족자가 19% 이상이라는 건 간과해서는 안될 심각한 문제"라고 풀이했다.

신 원장은 "청년 영양빈곤층 증가를 방치하면 이들이 40~50대가 되었을 때 각종 질환으로 일 못하는 중년층이 늘면서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며 "이미 청년층에서 다른 연령층보다 혈관질환, 뇌졸중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뇌혈관질환 진료인원은 2004년보다 2008년에 20대가 10.7%, 30대가 10.5%, 40대 7.4% 더 늘어났다.

김미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결식 문제를 정부와 함께 민간 단체·종교 단체가 함께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영국, 뉴질랜드처럼 일할 수 있는 결식자에게 정부가 응급식사권 혹은 식재료 구입을 위한 식품권을 지급하면서 동시에 취직 상담을 제공하면 자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특히 종교단체들은 잘 구비된 급식시설에서 교인들에게 한 끼 1000~3000원으로 음식을 공급하고 있으므로 이 시설을 청년 결식자에게 개방한다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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