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남긴 씨앗, 대한민국의 거목으로 자라다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오수현 기자 | 2011.03.10 06:21

고 정주영 명예회장 타계 10년 사이 훌쩍 큰 '범현대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정주영 명예회장이 타계한 후 시련을 맛본 '현대'가 10년 만에 옛 위용을 되찾고 있다.

장자인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현대자동차그룹은 세계 5위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했고, 현대제철을 통해 아버지가 못다이룬 일관제철소의 꿈도 실현했다. 6남 정몽준 의원이 대주주인 현대중공업 역시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49년 현대자동차공업사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 아버지의 꿈 이루다=과거 10년간 가장 비약적인 발전을 한 '씨앗'은 바로 현대차다. 현대차그룹은 42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삼성그룹에 이어 재계 서열 2위로 올라섰다. 10년 전 8위에서 무려 6계단을 뛰어올랐다.

특히 "저렴하지만 품질이 떨어진다"는 평가는 이제 '품질의 현대차'라는 수식어로 바뀌었다. 덕분에 10위권 밖이던 세계 자동차업계 순위는 5위로까지 격상됐다. 국내시장 점유율 82%로 내수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확보했고 이제는 미국과 중국시장에서도 대접받는 존재로까지 성장했다. 지난해 세계시장 점유율은 8.1%로 높아졌다.

정몽구 회장은 아버지의 못다이룬 꿈도 완성해냈다. 지난해 4월 충남 당진에 일관제철소를 완공, 원재료인 철강부터 자동차까지 생산하는 세계 최초 자동차업체로 발돋움했다. 지난 8일에는 현대건설 인수작업까지 사실상 마무리해 현대가(家)의 뿌리를 되찾았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철강-건설'을 미래 3대 핵심 성장축으로 삼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조선업 '신화' 잇는다=500원짜리 지폐 1장과 모래사장 위성사진 1장에서 출발한 현대중공업 역시 비상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계열사 19개를 포함해 자산 60조원을 기록하며 재계서열 7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매출도 지난 10년새 6배 넘게 뛴 50조원을 달성하며 1983년부터 세계 조선업분야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3조원을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현대중공업 역시 지난 10년간 성장세를 이어왔다. 그룹 출범 당시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으로 시작했지만 2002년 현대삼호중공업을 인수했고 2009년에는 현대종합상사를 되찾았다. 지난해 현대오일뱅크까지 인수하면서 10년 전 떠나보내야 했던 계열사들을 다시 품었다. 덕분에 조선업체에서 금융과 종합상사, 정유를 아우르는 종합그룹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특히 형님 정몽구 회장과는 새로운 차세대 성장엔진도 개발하고 있다. 충북 음성과 전북 군산에 각각 국내 최대규모의 태양광과 풍력공장을 운영하며 그린에너지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미완의 숙제, 대북사업=정주영 명예회장이 뿌린 씨앗 가운데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하는 분야는 '대북사업'. 정 명예회장이 83세라는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소떼를 몰고 북한을 다녀올 정도로 마지막까지 열정을 놓지 않았지만 여전히 답보상태다.

대북사업은 정주영 회장에겐 단순한 사업 이상의 의미가 있다. 강원 통천군 송전면 아산리가 고향인 그가 소를 판 돈을 몰래 갖고 고향을 떠난 사실은 유명한 일화다. 이후 막노동으로 시작해 현대그룹을 일군 정 회장은 90년대 들어 대북사업을 자신의 마지막 사업으로 삼고 1989년부터 북한을 8차례나 방문하는 등 열정적인 활동을 펼쳤다.

대북사업은 꽃이 피는가 싶더니 '대북성금' 논란에 휩싸였고 사업 자체가 존폐 기로에 서게 됐다. 대북사업을 전담해온 현대아산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등 위기를 겪어야 했다.

여기에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며 관광객 수가 크게 줄어들었고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과 천안함 폭침사건이 더해지며 대북사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하지만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의지만큼은 전혀 변함이 없다. 현대그룹은 정치적인 문제만 해결된다면 언제든지 정 명예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대북사업을 재개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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