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근 물가 상황은 이례적"이라며 "국제 원자재 가격, 자연재해, 구제역 등 악재들이 동시에 겹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대통령과 경제정책 수장인 윤 장관의 '불가항력', '이례적'이란 표현은 사실상 정부가 3% 물가 목표 달성에 백기를 든 것이란 분석이다. 경제정책만으로는 3% 물가 안정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시인하고, 앞으로 가능한 수준에서 물가를 안정시키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구제역과 기상이변에 따른 농산물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유가 급등 이전까지 "3%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그러나 중동사태 여파로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유가마저 배럴당 110달러까지 치솟자 물가관리에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 물가는 정부가 연일 쏟아내는 물가 대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2월 전년 동월대비 4.5% 급등했다. 1월에 4.1%를 기록한데 이어 2개월 연속 4%대를 상회한 것.
제품가격 상승요인이 별반 없는데도 덩달아 가격을 올리는 기대 인플레이션 심리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다는 증거도 포착됐다. 물가급등의 주역인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2월 근원 소비자물가 지수도 3.1% 상승한 것. 지난해 10개월 연속 1%대에 머물렀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가 3%를 넘어섰다는 것은 식품과 에너지에서 시작된 물가불안이 전분야로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윤 장관은 최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물가 급등이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다며 정부의 고충을 알리고 있다. 3% 목표달성이 어렵더라도 정부가 물가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알아달라는 의미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