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행진하는 북한매체, 도대체 어떻게 정보얻나

머니투데이 중앙일보  | 2011.03.08 15:57
“북한이 옛날 돈과 새 돈을 100대 1로 교환하는 화폐 개혁을 단행했다.” 2009년 12월 1일, 북한 전문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NK가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특종보도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 확인된 정보가 없다”며 부인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서울 주재 유럽 국가 대사관 관계자와 중국 신화통신을 통해 이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도 파악하지 못했던 고급 정보가 민간 대북매체와 연결된 북한인을 통해 외부로 퍼져나온 것이다.

2월 중순,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당국이 폭동 등 반체제 사태에 대비해 평양 시내 한복판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호부대인 호위사령부 소속 탱크부대를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보름여 뒤인 이달 초 국정원 고위관계자는 정보위 비공개회의에서 이 사실을 시인했다.

북한의 현 정세를 신속하게 접하게 됐다. 북한 주민들과 접선이 가능한 대북 매체의 소식통발(發) 보도를 통해서다. 북 당국이 유사시 폭격을 피하기 위해 정교하게 제작된 전차와 전투기 모형을 전후방 군부대에 배치하고 있는 것, 김정일 국방위원장 지시로 새로운 통합단속조직 ‘118상무’를 조직했다는 것, 김정은이 포켓볼을 좋아한다는 것 등 현장에 있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고급정보들이 속속 알려진다.

어떤 경로를 통해 이런 정보가 대북매체에 입수되는 걸까. 대북 단파라디오 매체 열린북한방송의 소현민 팀장과 탈북자 출신의 정철(가명ㆍ32) 기자를 통해 ‘소식통 취재’의 경로를 추적했다.


◇정보 소식통은 누구=소 팀장과 정 기자는 북한 내 현지인들과의 전화 통화로 정보를 입수한다. 북중 국경 인근에서 일하는 무역 일꾼들과 이 지역에 사는 탈북 기자들의 지인, 이렇게 두 통로다.

북중 무역이 활발해 중국 측 국경선을 따라 통신 기지국이 설치돼 있다. 기지국을 중심으로 북한 일부 지역에선 반경 10~30km까지 중국산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부근에 사는 북한 현지인 가운데 중국산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은 5000여 명 정도다. 이들은 중국 상인들을 통해 일정 금액을 충전시키는 선불제 중국산 휴대폰을 사서 쓴다. 대북매체가 소식통에서 휴대폰을 사주는 경우도 많다. 물론 차명이다.


중국 통신망을 쓴다고 해서 항시 통화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보위부가 수시로 전화를 감청한다는 소문이 돌아 일꾼과 주민들은 극도로 보안에 신경을 쓴다. 이름·위치·하는 일 등에 대해선 함구다. 통화 내역에 ‘010…’으로 시작되는 번호는 반드시 지워야 한다. 북 당국은 집을 급습해 휴대폰 소지여부 등을 일일이 확인하기도 한다. 걸리면 중형이다. 통화를 시도할 땐 사전에 은어로 약속 날짜와 시간을 먼저 잡는다.

◇정보 수집 방법과 대가는=정보는 소식통에게 금전적 대가를 지불하고 넘겨받거나 일상 안부를 물으며 내부 상황을 파악한다. 전자는 부업으로 정보를 캐러 다니는 이들로 주로 무역일꾼들이 많다. 사업상 북한 전역을 도는데 그 곳에서 들은 정보를 대북매체에 파는 것이다. 이들에겐 위험 수당 명목으로 일정 비용이 지급되고 있다. 대북매체들은 그 액수를 비밀에 부친다.

후자는 탈북매체 종사자들의 인맥인 북한의 가족·친인척·친구 등이다. 정 기자는 “수시로 북한에 있는 가족과 친인척, 친구들과 통화하면서 그 곳 사정을 듣는다”며 “이들에게 돈을 따로 준다는 것은 간첩행위를 하라는 것과 같으므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고마움과 안타까움 때문에 브로커를 통해 1년에 한 두차례 현금(위안)을 보낸다”고 말했다. 액수에 대해선 “넉넉하지 않지만 그래도 북한에선 보탬이 될 것”이라고만 말했다.

◇그들만의 은어=한국, 남한, 김정일 일가, 재스민 혁명 등의 단어는 절대 사용하면 안된다. 일부 주민들은 김정일을 ‘꺽다리’라고 표현한다. 단신(短身)의 반어법이다. 소식통이 먼저 물어보기 전엔 한국 소식을 전해서도 안된다. 북한의 상황을 물어볼 때는 에둘러서 물어봐야 한다. 정 기자는 “‘요즘 위 쪽에서 큰 사건이 터진 것 같던데 그 쪽도 이야기를 들어봤나’라고 물으면 본인이 본 이야기, 평양이나 다른 지역의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들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이 때 ‘위쪽’은 대부분 김정일 일가를 지칭한다. 그러나 떄로는 말의 행간, 억양, 뉘앙스 등에 따라 중국을 지칭하는 것일 수도 있다.

북한의 폐쇄적인 특성상 팩트(fact)를 직접 확인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소식통의 신뢰도가 중요하다. 정 기자는 “그들은 내가 북한 소식을 기사화한다는 것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식통의 말을 모두 보도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나름의 기준이 있다. 소식통이 직접 봤는지, 믿을만한 고위급에게 전해들은 이야기인지, 시장에서 들은 소문인지 등에 따라 신빙성을 따진다. 이를 다시 무역일꾼 등 복수의 소식통을 통해 ‘크로스 체크’를 한 뒤 국내 독자에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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