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협정문 오역 수정? 중요문장 또 누락"

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 | 2011.03.08 19:17

[인터뷰] 수륜법률사무소 송기호 변호사

"협정문 번역 오류는 한·EU FTA가 얼마나 졸속으로 추진됐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의 번역오류를 처음 지적한 송기호(사진) 변호사는 이번 '번역오류'는 예고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난 송 변호사는 "번역 오류는 정부가 지나치게 성과나 실적에만 급급, 서둘러 일을 처리한 결과"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이날 외교통상부가 번역오류와 관련, 발표내용을 또다시 문제 삼았다. 외통부는 이날 오전 "EU측과 FTA 협정문 한글본의 일부 오류를 정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가 지적한 부분은 한·EU FTA 협정문 부속서 '7-다 최혜국 대우 면제 목록'. 영어본에는 "래칫(역진방지) 조항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as it existed immediately before the amendment'(개정 직전에 존재하였던 조치의 합치성)이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하지만 한글본에는 이 부분이 완전히 누락돼 있다는 게 송 변호사의 설명이다.

'래칫'(ratchet)이란 톱니바퀴에서 한쪽 방향으로만 회전하고 반대방향으로 돌지 못하게 막는 장치로, 자유무역협정에선 협정 상대국한테 새로운 규제를 할 수 없도록 못박는 것을 말한다.

송 변호사는 "이 문구가 포함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수입 개방 허용 기준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가령 구제역으로 EU에서 돼지고기를 10만톤 수입하게될 경우 이 조항이 있으면 구제역 진정후 수입물량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영어본에 따르면 계속 돼지고기 10만톤을 수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대체 왜 이런 문제들이 발생했을까. 송 변호사는 성과에 급급한 정부를 탓했다.

그는 "통상 관료들은 FTA가 시민과 중소 상인, 기업들에게 가져올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단순히 성과나 실적에만 치중해 '빨리 빨리' 일을 처리하려는 데 문제가 있다"며 " 미국이나 EU처럼 민간의 참여를 보장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번역 오류를 지적하게 된 계기에 대해 송 변호사는 "업무와 관련해 원산지 규정을 찾아볼 일이 생겨 조문을 살펴보니 잘못이 바로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교부가 인력부족을 호소하지만 혼자 검수하는 데 사나흘밖에 안 걸렸다"며 "외교부에 근무하는 공무원이라면 누구든지 찾아낼 수 있는 오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주일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송 변호사는 사법고시 40회에 합격했다. FTA협정문 번역오류를 발견할 정도로 통상법에 정통하다.

베스트 클릭

  1. 1 차 빼달라는 여성 폭행한 보디빌더…탄원서 75장 내며 "한 번만 기회를"
  2. 2 "390만 가구, 평균 109만원 줍니다"…자녀장려금 신청하세요
  3. 3 "욕하고 때리고, 다른 여자까지…" 프로야구 선수 폭로글 또 터졌다
  4. 4 동창에 2억 뜯은 20대, 피해자 모친 숨져…"최악" 판사도 질타했다
  5. 5 "6000만원 부족해서 못 가" 한소희, 프랑스 미대 준비는 맞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