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민계식 회장의 10년 경영 마라톤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 2011.03.09 11:24
민계식 현대중공업 회장은 42.195km 풀코스를 200회 넘게 완주한 소문난 마라톤 마니아입니다.

그는 42년생으로 올해 나이 70세인데 지난해 11월 중앙서울마라톤에도 참가해 결성선을 4시간 만에 통과했다고 합니다. 한 때 풀코스 2시간23분48초 완주기록을 세우기도 했다더군요.



마라톤은 그의 일상이자 건강관리 비결이기도 합니다. 민 회장은 매일 오전 11시 울산조선소 부두를 출발해 10km씩 달리는데, 이를 10년 넘게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오전 6시 출근해 자정을 넘겨 퇴근하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 것도 마라톤에서 다져진 체력 덕이었을 겁니다. 실제 민 회장을 보면 일흔의 나이가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날씬하고 다부진 체구와 좋은 혈색에 눈길이 갑니다.

또 다른 건강비결은 뛰어난 자기관리입니다. 담배는 하지않고 술자리에서도 와인 1잔 정도만 한다고 합니다. "자기관리는 최고경영자(CEO)의 의무"라는 게 그의 지론입니다. 부하직원들은 부지런한 CEO 때문에 고충이 많았다면서도, 그의 철저한 자기관리만은 높게 사고 있습니다.

한 임원은 "민 회장은 주말과 연휴에도 항상 회사로 출근해 업무를 볼 정도로 일에 대한 책임감과 열정이 남달랐다"며 "부하직원들이 그의 체력을 따라가지 못하겠다며 어려움을 토로했을 정도"라고 말하더군요.


직장생활도 마라톤만큼이나 일관되고 꾸준히 달려온 셈입니다. 이런 성실함은 그를 세계1위 조선사의 최장수 CEO로 만들었습니다.

실제 현대중공업 오너인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는 민 회장에 거는 신뢰가 각별했다고 합니다. 그는 "중공업 기업 CEO는 민 회장처럼 성실하고 부지런한 사람이 최고"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현대중공업에 평생을 바친 민 회장은 이달 주총을 통해 대표이사에서 물러납니다. "그룹의 총괄회장 역할을 맡거나 시너지 전략을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으나, 현업에서 물러난 명예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익이 각각 3조원을 넘는 '사상최고'의 실적을 올렸습니다. 민 회장 입장에선 10년간 이어진 경영 마라톤의 마지막 코스에서 최고의 스퍼트를 올린 셈이고, 박수를 받으며 결승선을 통과하는 명예도 얻게 됐습니다.

이제 평생동안 조여온 긴장의 끈을 느슨하게 풀고, 다소 게으르고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모습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인생 마라톤에는 숨고르기도 필요한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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