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차'서 '세컨드카'로… 경차 13년만에 부활

머니투데이 김보형 기자 | 2011.03.06 15:38

91년 '티코'로 문 연 경차…세제와 차급 변형 등 거쳐 기지개

↑국산차 중 경차로 분류되는 기아차 '모닝'(왼쪽)과 한국GM '쉐보레 스파크'
맞벌이 주부인 윤모씨(37·서울 동작동)는 최근 경차 '모닝'을 장만했다. 남편이 타고 다니는 중형차가 있지만 출근 방향이 다르고 장보기나 아이들 통학용 '세컨드카'가 필요해서다. 윤 씨는 "경차지만 승차감도 좋고 에어백이 6개나 있어 안전한 것 같다"며 "직장 동료들도 내 차를 타보고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고유가로 주목받고 있는 경차 돌풍이 거세다. 6일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판매된 경차는 1만5882대로 작년 같은 기간 보다 45% 급증했다. 내수 시장 점유율도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18.1% 기록했다.

마티즈가 이달 쉐보레 브랜드 적용을 앞두고 대기 수요가 발생했고 중형차와 준중형차 판매가 각각 19.3%, 26.7%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경차 인기가 돋보인다. 경차는 작년에 사상 최대인 16만600대 판매됐다.

◇정부 정책에 춤 춘 경차= 현재 경차는 엔진 배기량 1000cc 미만에 길이 3.6m, 높이 2m, 폭 1.6m 이하의 차를 말하는데 국산차 가운데 기아차 '모닝'과 한국GM '쉐보레 스파크' 2가지다.

경차의 '인기도'는 정부 정책에 좌우됐다. 1980년대 후반 당시 상공부(현 지식경제부)는 자동차 수요가 늘자 에너지 절감을 위해 '국민차' 계획을 세웠다. 대우차가 일본 스즈키 모델을 들여와 91년 '티코'를 출시한 게 경차의 시초다. 티코는 작은 차체 탓에 '깍두기·각설탕'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지만 각종 세금 감면과 높은 연비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정부가 96년부터 시행한 1가구 2차량 중과세 대상에서 경차를 제외하고 현대차 아토즈, 대우 마티즈 등 신차들이 나오면서 98년에는 경차 판매가 15만대를 넘어서고 시장 점유율도 20.2%를 기록하는 등 경차 전성시대가 열렸다.
↑대우차가 1991년 처음 내놓은 경차 '티코'의 광고


하지만 외환위기를 계기로 정부 정책 방향이 내수시장 활성화로 선회하고 99년 1가구 2차량 중과세가 폐지되자 경차에 위기가 닥쳤다. 그해 경차 판매량은 13만대로 꺾이더니 2004년 4만대까지 급감했다. 경차의 시장점유율은 2002년 3.5% 까지 떨어졌고 아토즈와 비스토 등이 사라졌다.


경차가 다시 기지개를 켠 것은 2008년 기준이 '배기량 800cc 미만, 길이 3.5m, 폭 1.5m'에서 현재와 같이 완화돼 1000cc급 기아 모닝이 편입되면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과거 경차 시장은 정부의 세제지원 등에 따라 부침을 반복해왔다"며 "일본과 같이 경차 시장을 확대하려면 지속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진화하는 경차= 고유가로 경차의 경제성이 우선 주목받고 있으나 연비 외에 혜택도 다양하다. 우선 구매 단계에서 개별소비세와 교육세는 물론 공급가의 2%와 5% 안팎인 취·등록세가 면제된다. 고속도로통행료·공영주차료·도시혼잡통행료도 50% 할인되고 종합보험료 10% 할인 혜택도 받는다. 또 한 가구가 경차 한 대만 보유하면 연 10만원 한도에서 ℓ당 300원씩 유류세도 환급받는다.

이와 함께 차량 자체의 편의성과 안전성이 개선되고, 1가구 다차량 보유가 늘면서 세컨드카로 경차를 구매하는 사례도 증가한다. 올해 출시된 기아차 모닝은 운전석·동승석·사이드&커튼 등 6에어백을 기본 적용했고 온열 스티어링 휠과 전동접이식 아웃사이드 미러, 스마트 키 등 과거 중형차급 이상에서 볼 수 있었던 사양들을 대거 탑재했다.

경차의 원조인 쉐보레 스파크는 감각적인 디자인에 핑크색등 컬러풀한 색상으로 20~30대 고객을 유혹한다. 또 초고장력 강판을 적용해 보험개발원 충돌시험에서 준중형차 이하 차량중 최초로 1등급을 획득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올해 경차 판매량이 지난해 보다 3% 늘어난 16만2000여대에 이르며 최고치를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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