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에 삼수는 기본" 여자순경 경쟁률 50대 1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하유진 기자 | 2011.03.05 10:00

[뉴스인사이드]순경되기 '하늘의 별따기'… "10년전엔 5대1 정도였는데"

◇고등학교 나오면 다 붙는거 아냐? "천만의 말씀"
순경시험이라고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4일 경찰청에 따르면 순경시험의 경우 올해 치러야 할 과목은 일반공채의 경우 경찰학개론과 수사1(수사총론과 사범별 수사에 관한 내용), 영어, 형법, 형사소송법의 5과목이다. 객관식 각 20문항씩이다. 필기를 통과해도 신체검사를 거쳐 체력검정이 기다린다.

체력검정은 100m달리기와 제자리멀리뛰기, 윗몸일으키기, 좌우악력 등 4종목이다. 이후 적성검사와 준법성·성실성·창의성·가치관 등 능력과 인성을 검정하는 면접이 남아있다. 순경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할 단계가 5가지나 된다.

응시연령도 정해져 있다. 18세 이상~30세 이하로 한정된다. 남자의 경우 군 경력이 붙으면 최대 35세까지는 준비 가능하다. 학력제한은 없다고 하지만 최근에는 경찰이라는 직업의 안정성과 과목의 난이도, 경쟁률, 구직난 등을 고려하면 '대졸'이나 '대학 재학생'이 대다수다.

노량진 일대 학원에서 형법을 강의하는 김중근(44) 강사는 "2000년부터 강의를 시작해 12년째"라며 "2000년만 해도 5000명 뽑을 때 2만5000명 정도 지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김 강사는 "과거에는 고졸도 6개월 공부하면 붙었던 사례가 많다"며 "최근에는 서울 명문대생과 졸업생은 기본이라고 할 만큼 응시생들 학력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5년째 시험준비중이라는 박모씨(28)는 "순경시험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은 '고등학교 졸업하면 순경시험 다 붙는 것 아닌가'라고 말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며 "고도의 법지식과 수준높은 영어 등 시험의 격을 감안하면 순경 붙기는 '하늘의 별따기'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순경 시험시간은 100분. 하지만 형법과 형사소송법 등 법률적인 전문지식 요구와 광범위한 범위의 경찰학개론 등을 공부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응시율이 해마다 높아지면서 문제도 '사법시험'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00분은 결코 넉넉지 않은 시간이다.

필기시험만 4년째 준비중이라는 손모씨(28)는 "이번시험을 보면 출제 지문이 길었고 '함정 문제'가 많아 굉장히 애를 먹었다"며 "붙이기 위한 시험이라기보다 떨어뜨리기에 집중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선발 숫자도 정해져 있다. 지난달 26일 실시된 경찰 공채에서 일반 순경직은 남자 977명, 여자 149명이다. 경쟁률은 지역별로 다르지만 이번 시험의 경우 977명을 채용에 남자 순경은 2만5986명이 출원해 평균 26.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여자 순경은 149명 채용에 7534명이 접수해 50.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달 26일 실시된 올해 1차 경찰시험의 경우 남녀 순경 1126명 외에 경찰행정학과 특채 80명과 101경비단(청와대 근무) 120명을 선발하는 점을 감안하면 대략 1326명 정도 뽑힌다.

경찰공무원 공채는 일반적으로 1년에 2번이다. 2차 공채는 순경은 7월21일 공고를 하고 8월27일 시험을 치른다.

◇한국사 필수에 스트레스 가중
2012년부터 시험과목이 바뀌는 점도 '순경고시생'들의 마음을 옥죈다. 내년부터는 기본과목(경찰학, 형법, 형사소송법, 수사1, 영어) 가운데 수사1이 한국사로 바뀐다.

시험 과목이 바뀌면 수험생들의 스트레스는 극도로 치닫는다. 그렇지 않아도 난이도 높은 시험에 시달린 순경고시생들에게 과목변경은 또다른 '고난의 행군'의 예고편이기 때문이다.

김 강사는 "이번에 치른 시험은 엉망"이라며 "그래서 수험생 가운데 스스로 숨을 거두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험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김 강사는 "2009년부터 시험문제를 공개하면서 경찰대 교수같은 외부출제위원들이 문제를 냈다"며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내부위원들이 출제하면서 전체적인 이해도를 요구하기 보다는 구석에 숨어있는 문제가 나와 수험생들이 당황해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했다"고 말했다.

노량진의 또다른 경찰준비학원의 이모 강사는 "잦은 과목 변경과 문제출제 경향 변화로 이번과 같은 자살 사고가 계속될 수 있다"며 "외부 출제위원을 활용한 수준 높은 문제로 경찰 시험의 객관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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