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세제도가 사라지면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 2011.02.25 08:45
전셋값이 급등하고 반전세, 월세 계약이 증가하면서 우리의 독특한 임대차 계약 문화인 '전세' 방식이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네티즌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6%(161명)가 전세물건이 없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유는 뭘까. 공급자 측면에서 보면 집주인이 전세 놓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임대인 나주인씨의 말을 들어보면 전세보증금을 은행에 넣어도 금리가 낮아 월세를 받는 게 낫다.

과거에는 집값이 올라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고도 시세차익을 봤지만 지금은 오히려 집값이 떨어졌다. 다주택자에게 부과되는 취득·등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과 대출이자를 감안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것이다.

수요자 측면에서는 전세수요자들이 집을 사지 않아서다. 임차인 전세민씨는 '하우스 푸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자 집을 사기 무섭다고 말한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의 인기가 치솟고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은 바보라는 얘기도 들린다. 집값 폭락을 예견한 책이 인기를 끌자 이대로 전세로 눌러앉는 게 최선일 것만 같다.

따져보면 이 모든 게 집값이 오르지 않아서다. 집값이 안정되니 전셋집 공급이 줄고 수요자만 늘었다. 예전엔 '전세가 상승→매매가 상승'이란 공식이 있었지만 이제 전셋값을 잡기위해 집값을 올려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전세난의 해법은 집값이 안정화 기조로 가는 게 옳은지에 대한 문제로 돌아온다. 여기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집값 상승을 주장하는 이들은 부동산시장이 침체기에서 벗어나야 거래가 늘고 투자수요가 살아나 임대차시장도 활성화된다고 말한다.

이에 반대하는 이들은 지금의 집값도 비싸기 때문에 점차 부동산가격이 안정화되면 월세가 확산되고 전세입자들이 월세 부담에 매매수요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금리정책과 가계대출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금융 전문가들은 최근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가계빚이 불어난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일부 비관론자들은 집값 하락과 금리 상승이 겹쳐지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이들이 파산하는 등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전망한다. 지금처럼 전세난이 지속되면 부동산시장에 어떤 파장이 올지 아무도 모른다.

집값이 안정되면 전세제도가 사라질 수도, 집값이 다시 오르는 대신 전셋값이 안정될 수 도 있다.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한가.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보물이 와르르' 서울 한복판서 감탄…400살 건물 뜯어보니[르포]
  2. 2 '공황 탓 뺑소니' 김호중…두달전 "야한 생각으로 공황장애 극복"
  3. 3 김호중 팬클럽 기부금 거절당했다…"곤혹스러워, 50만원 반환"
  4. 4 생활고 호소하던 김호중… 트롯 전향 4년만 '3억대 벤틀리' 뺑소니
  5. 5 이 순대 한접시에 1만원?…두번은 찾지 않을 여행지 '한국' [남기자의 체헐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