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삼성-LG '5% 안방 시장의 혈투'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 2011.02.21 15:12
"새로운 방식의 3D TV가 오히려 3D 산업을 퇴보시킬 수 있다." 지난해 12월 LG디스플레이가 필름패턴 편광필름(FPR) 3D 패널을 발표한 후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던진 말이다. 시장이 제대로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기술 표준 논란을 야기해 자칫 3D TV 기술에 대한 불신만 낳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이런 우려가 현실화할 조짐이 보인다. 삼성과 LG의 '안방 싸움'이 그렇다.

삼성전자는 지난 17일 올해 스마트TV 신제품 발표회를 가졌다. 정작 행사의 대부분이 LG전자의 FPR 3D TV 기술및 사업방식을 비판하는데 할애됐다. 이 여파로 스마트 검색과 3D 주문형비디오(VOD) 등 삼성 스마트TV 신제품의 혁신 기능과 서비스에 대한 설명은 묻혔다. "내가하면 로맨스…" 등 극단적인 표현도 나왔다.

발단은 LG전자가 제공했다. 삼성전자에 하루 앞선 16일 3D TV 신제품 발표회를 가진 LG전자는 "셔터안경식 3D TV는 1세대, FPR 3D TV는 2세대 3D TV"라고 '3D TV 세대론'을 거론하면서 삼성전자를 자극했다.

LG전자도 지난해 셔터안경식 3D TV를 내놨다. 이는 엄밀히 따지면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3D TV 기술방식이다. LG전자는 신제품 발표회장에서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강조하면서 셔터안경식 3D TV를 상당부분 폄하했다. 결국 지난해 3D TV 시장을 놓고 지속됐던 양사의 해묵은 감정이 올 들어 폭발한 셈이다.

세상에 완벽한 기술이란 없다. 적정한 기술 논쟁은 기술 발전을 자극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반면 정도를 넘어서면 시장 자체를 공멸시킬 수도 있다. 실제 이번 신제품 발표회에서 양사가 지적한 상대방의 약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면 삼성과 LG의 3D TV는 현재로선 구입하면 손해를 보는 제품이 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세계 LCD TV 시장에서 명실공히 세계 톱 브랜드로 성장했다. 삼성전자는 TV 사업부문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30조원을 돌파했다. 시장점유율 22.1%로 5년 연속 세계 1위를 고수했다. LG전자 역시 매출 19조원, 점유율 14.1%로 소니를 제치고 2년 연속 2위다.

이들에게 한국 시장 비중은 채 5%에도 못미친다. 이 작은 시장에서 '정도를 벗어난' 난타전이 글로벌 시장확대 노력에 역풍이 몰고올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설명회에는 니혼게이자이, NHK 등 일본 언론사 특파원들도 참석했다. 이들의 눈에 비친 삼성-LG의 감정싸움은 어땠을까.

세계 TV 시장을 선도하는 삼성과 LG가 선의의 경쟁을 통해 '3D TV'를 새로운 황금알 시장으로 개척하길 바라는 것은 과욕일까. 아직 건널 수 없는 곳까지 간 것은 아닌 듯 하다.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당시 설명회 후 "일부 도를 넘은 표현이 있었다. 양사가 이제는 선의의 경쟁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언급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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